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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 경비원 할아버지께 '폐기 도시락' 나눠준 야간 편의점 알바생이 받은 선물

야간 편의점 알바생이 내민 작은 호의에 경비원 할아버지는 자신의 모든 것으로 보답했다.

인사이트기사와 관련 없는 자료 사진 / JTBC '열여덟의 순간' 


[인사이트] 전준강 기자 = 00시, 날짜가 바뀌는 야심한 밤. 수많은 사람이 눈을 감고 잠을 청할 때 한 청년은 일을 한다.


밤에 깨 있는 사람을 위해 열어놓은 편의점 한 곳에서 그는 불을 켜놓고 손님들을 기다린다.


마냥 서있지만은 않는다. 손님이 없을 때는 바닥 청소도 하고, 배송 문제도 처리하고 식품·물품을 모두 정리하기도 한다.


그리고 같은 건물 경비원 할아버지를 손님으로 맞이한다. 그분은 늘 950원짜리 딸기우유를 사 가신다.


인사이트기사와 관련 없는 자료 사진 / tvN '디어 마이 프렌즈'


매번 같은 시간 같은 우유를 사는 게 신기하기도 했던 그는 어느 날 하지 않았던 행동을 해보기로 하고 실행에 옮겼다.


지난 8일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늦은 새벽, 경비원 할아버지께 편의점 폐기 도시락을 나눠 드려봤다"라는 글 한편이 올라왔다.


짧지만 마음을 따뜻하게 적셔주는 이 사연은 하루도 채 되지 않아 조회수 5만을 넘길 정도로 관심을 받았다.


인사이트기사와 관련 없는 자료 사진 / 영화 '이웃사람'


해당 글 게시자 A씨는 00시(자정)부터 아침 7시까지 편의점을 관리하는 야간 '편돌이'다. 그는 새벽이면 찾아와 딸기우유를 사가시는 할아버지를 보고 폐기 도시락을 내밀어봤다.


"혹시 식사 안 하셨으면 도시락 하나 드실래요?"라는 질문에 이제껏 한 마디도 없던 할아버지는 "있으면 하나 줘"라고 담담하게 이야기했다.


크게 고마워하는 내색은 없었다. 그저 할아버지는 자신이 구매한 딸기우유를 A씨에게 주고 자리를 떴다.


인사이트 / 사진=고대현 기자 daehyun@기사와 관련 없는 자료 사진  / 사진=고대현 기자 daehyun@


인사이트기사와 관련 없는 자료 사진 / YouTube '신별 ShinByul'


A씨는 늘 생기는 폐기 도시락을 아저씨께 드렸고, 할아버지는 그 순간만큼은 자신의 전 재산과도 같은 딸기우유를 야간 편돌이의 가슴팍에 내밀었다.


"저는 우유 안 좋아해요. 괜찮아요"라는 말도 소용없었다. 폐기 식품의 속성을 온전히 이해하지 못했는지 매번 우유를 주고 돌아갔다.


"우유 사 먹어"


어제는 A씨가 꼼수(?)를 써 우유를 계산해주지 않으니 1천원짜리 한 장을 카운터에 놓고 도망쳤다.


인사이트기사와 관련 없는 자료 사진 / gettyimagesBank


A씨는 "70대로 보이는 왜소한 할아버지신데, 매번 얻어먹는다고 생각하시는 것 같다"면서 "받은 1천원은 돌려드려야겠다"며 글을 마쳤다.


호의가 계속되면 권리인 줄 안다는 영화 유행어가 진리가 되고 있는 요즘, 한 사람의 호의와 또 그에 대한 보답의 하모니가 사람들을 훈훈하게 한다.


언젠가부터 내가 호의를 베풀면 상대방이 권리라고 느낄 거라 단정하는 경우도 많이 보인다. 상대방의 마음을 지레짐작해 멋대로 판단하는 경우도 늘고 있다.


이렇게 각박해져가는 우리 사회에, 짧지만 강렬한 이 이야기는 생각할 거리를 던져주기 충분해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