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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노동해서 대학까지 보낸 딸이 '아빠 직업 부끄럽다'며 삼성 다녔다 거짓말하라네요"

가족을 위해 열심히 일했지만 딸에게 부끄러운 존재가 되어버린 아버지의 호소문이 눈시울을 붉히게 만든다.

인사이트영화 '두근두근 내인생' 


[인사이트] 김소영 기자 = "이해가 안가요. '노가다'란 직업이 그리 싫은가요?"


아내는 예전에 내가 막노동으로 7만원 받고 집에 오면 "힘들었죠? 수고했어요"라며 진수성찬을 차려주고 했는데, 우리 딸은 나를 부끄러워한다.


"무슨 아빠 직업이 '노가다'야. 내 친구들이 집에 놀러 왔다가 아빠 직업 물어보면 삼성 다녔다가 퇴직했다고 말해. 절대, 죽어도 막노동하러 다닌다고 말하지 마. 친구들이 놀리니까"


딸이 학교 다닐 때 이 말을 한 날 얼마나 가슴이 아팠는지 모른다. 그날 10년 동안 끊었던 담배를 다시 피웠다.


인사이트SBS '열혈사제'


막노동해서 애들 대학 보내고, 시집보내고 다 했는데 딸은 여전히 나를 싫어한다.


얼마 전에는 가족하고 외식 갔다가 내 손이 탄 건물에 들어갔다. 자랑스럽게 "이 건물 대리석을 아빠가 깔았다"고 자랑하니 딸이 "짜증 나니까 밖에서 그런 소리 하지 말라"며 화를 냈다.


겉으로는 꾹 참지만 속으로 운다. 막노동은 천한 직업이라는 인식을 가진 사람들이 있지만, 이런 일을 하는 나 같은 사람이 있으니까 건물도 짓고 그 안에서 사람들이 살아가는 건데 딸은 그걸 모른다.


그래도 일한 뒤 "내가 이걸 지었구나"하면서 건물을 보면 뿌듯하기도 한데... 딸을 잘못 키운 내 탓이니 이해해야겠지.


오늘도 담배 한 개비 물고 하염없이 연기만 날릴 뿐이다.


인사이트MBN '소중한 나눔 무한 행복 - 소나무'


한 가장이 남긴 씁쓸한 글이 온라인 커뮤니티 상에서 재조명됐다. 그는 일용직 노동자로, 한 평생 현장에서 일하며 가족들을 먹여 살렸다.


아들은 그를 누구보다 자랑스러워하지만, 딸만은 결혼을 한 지금까지도 아빠의 직업을 부끄러워한다.


딸뿐만 아니라 요즘에는 종종 현장복을 입고 다니다가 젊은이들에게 무시를 당한다는 그.


자신의 직업이 한 번도 부끄럽거나 싫었던 적 없었기에 남들의 시선은 무시했지만, 딸의 말만은 상처로 다가왔다고 한다. 딸이 그런 말이나 기색을 보일 때마다 섭섭함을 넘어 서글프다는 그의 글에 많은 누리꾼들이 위로의 마음을 보내고 있다.


인사이트gettyimagesBank


한 누리꾼은 "내 장인어른도 타일공인데 작업복을 입고 식당에 갔다가 쫓겨난 적이 있다고 하더라"며 "나와 처가는 누구보다 장인을 존경하고 사랑한다"며 경험담을 전했다.


또 다른 누리꾼들은 "딸이 등골 브레이커가 따로 없다", "그렇게 부끄러우면 지원도 받질 말아야지", "타일공, 목공은 돈 진짜 잘 버는데 딸이 뭘 모르네" 등의 반응을 보였다.


서울에 거주하는 50대의 61%가 블루칼라 직종에 종사한다는 통계도 있다.(2014년 서울서베이 도시정책지표조사) 자식들을 먹여 살리기 위해 건강하고 정직하게 노동하는 이들을 누가 무시할 수 있겠는가.


혹시 아버지의 직업이 '대기업 직원'이나 '화이트칼라'가 아니라 부끄러운 적이 있었는가? 그렇다면 정말 부끄러운 것은 아버지의 직업이 아니라 당신의 사상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