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가 복귀로 우울했는데, KTX 같이 탄 중년 아저씨에게 '용돈' 5만원을 받았습니다"
지난 10일 페이스북 페이지 군대나무숲에는 한 군인이 부대로 복귀하는 KTX 열차 안에서 겪었던 사연이 공개돼 잔잔한 감동을 주고 있다.
[인사이트] 함철민 기자 = 상큼한 휴가를 마치고 부대로 복귀한다는 생각에 침울해있던 한 군인이 중년의 아저씨에게 뜻밖의 감동을 받았다.
지난 10일 페이스북 페이지 '군대나무숲'에는 휴가 복귀 중이었던 군인 A씨의 사연이 공개됐다.
A씨는 "오늘 되게 감사한 일이 있었다"라며 자신이 글을 쓰게 된 이유를 천천히 풀어 놓았다.
사연에 따르면 열차에 오른 A씨에게 한 중년 남성이 다가와 A씨가 쓰고 있던 베레모를 빌려달라고 했다.
A씨는 '음 뭐지?'라는 생각을 하며 베레모를 빌려줬고, 베레모를 받아 든 아저씨는 사진 한 장만 찍어 달라고 요청했다.
이에 사진까지 찍어준 A씨. 그는 "사진 찍어드리니깐 바로 가족들한테 자랑하시던데 좀 흐뭇했다"며 당시 기분을 전했다.
이 같은 우연한 만남은 자연스레 대화로 이어졌다. 아저씨와 이야기꽃을 피우며 지루하지 않게 부대로 가는 시간을 보냈다.
그렇게 얼마나 갔을까. 열차는 아저씨의 목적지에 도착했다.
아저씨는 내리기 전에 A씨에게 악수를 청했다. 그러면서 "군인들 항상 응원한다. 조금만 고생하라"라는 덕담과 함께 용돈 5만원을 줬다.
A씨는 "엄청 당황해서 '괜찮아요. 월급 많아서 괜찮아요'라고 했는데 '아들 생각나서 주는 거'라며 제 손을 잡고 꼭 쥐어주셨다"고 전했다.
큰 감동을 느낀 A씨는 "아직도 이렇게 따뜻하신 분들이 많이 남아있다는 거 알아주셨으면 해서 이렇게 글 남긴다"라고 덧붙였다.
마지막으로 "그분 덕에 남은 군 생활 조금 더 힘내서 할 수 있을 것 같다"며 글을 마쳤다.
분단된 조국을 지키기 위해 '비자발적'으로 징집돼 군대로 향하는 20대 청년들. 우리는 아직 그런 젊은 영웅들을 대우하고, 희생에 보답하는 데 인색한 게 사실이다.
그래서 젊은이들도 군대에 '끌려간다'는 생각을 지우지 못한다. 그럼에도 대다수 젊은이가 희생을 마다하지 않는 건 위와 같은 따뜻한 사람들이 있다는 사실 때문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