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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년 만에 치즈피자를 먹은 엄마와 아들이 '엉엉' 운 가슴 아픈 이유

가정폭력에서 벗어나 성공을 이룬 엄마와 아들 사연이 감동을 준다.

인사이트영화 '채비'


[인사이트] 전준강 기자 = "15년 만에 피자를, 그것도 가장 싼 치즈피자를 먹은 엄마가 옛 기억이 떠올랐는지 방에서 혼자 우셨습니다"


15년 전, 술과 도박에 빠지고 가정폭력까지 일삼는 아버지에게서 도망쳐 서울 끝자락 단칸방에서 삶을 시작한 엄마와 아들.


서로를 의지하며 겨우겨우 사람답게 살기 시작한 두 사람은 15년 만에 치즈피자를 먹고나서 모두 흐느끼며 울고 말았다. 그 치즈피자에는 사연이 있었다.


최근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치즈피자'를 먹고 엄마와 눈물을 흘렸다는 사연이 담긴 글 하나가 올라왔다.


인사이트tvN '부암동 복수자들'


사연을 올린 A씨의 아버지는 일도 제대로 하지 않으면서 늘 술을 마셨고, 매일같이 비닐하우스 도박장을 기웃거렸다. 화가 나면 늘 어머니를 두들겨 패기도 했다.


결국 어머니는 A씨가 초등학교에 들어가기 전, 아들의 손을 붙잡고 아버지에게서 도망쳤다.


두 사람은 서울 마포구 공덕동 단칸방에 자리를 잡고 아등바등 살았다. 워낙 찢어지게 가난했던 터라, 라면조차 제대로 먹지 못했다. 밥 반 공기에 멸치를 먹으면 그게 진수성찬이었다.


그러던 어느 날, A씨는 전단지로 날아온 피자 광고를 보고 눈이 돌아버렸다.


인사이트Facebook 'dominostory'


"엄마 이거 사줘. 사줘. 먹고 싶어 사줘"


엉엉 울며 피자가 먹고 싶다는 아들의 말에 엄마는 개중 가장 싼 9,900원짜리 피자를 주문했다. 그 게 '치즈피자 레귤러 사이즈'였다.


A씨는 "그때, 너무 맛있어서 세상 행복하게 웃었다"고 회상했다. 그날 이후 엄마는 서너 달에 한 번씩은 치즈피자를 사줬다.


그렇게 시간이 지나고 중학생이 된 A씨는 그때부터 주유소 아르바이트에 뛰어들었다. 그러지 않으면 먹고 살 수 없었다. 너무도 바쁜 일상에 치즈피자는 기억에서 잊혀 갔다.


약 10년이 지난 최근, 두 사람은 먹고 살만해졌다. 작지만 소중한 보금자리가 되어 준 아파트도 장만했고, A씨에게는 여자친구도 생겼다.


인사이트tvN '응답하라 1994'


그는 여자친구가 피자를 사준다기에 '치즈피자'를 외쳤다. 어느덧 가격은 9,900원에서 1만 4,500원으로 올라 있었다.


배달 온 피자를 한입 배어 문 A씨. 난방도 안 되는 쪽방에서 덜덜 떨며 엄마랑 나눠 먹던, 그러면서도 행복해서 서로 웃던 기억이 떠오른 A씨는 목이 뜨거워지면서 눈물을 뚝뚝 흘리고 말았다.


옛 기억이 떠오른 아들은 집에 가는 길에 같은 피자 한 판을 샀다.


"엄마, 이거 기억해요? 옛날, 마포에서 먹던 치즈피자야"


엄마는 오랜만이라는 말과 함께 한입 드시고는 다시 내려놓고 방으로 들어가셨다. "느끼해서 맛이 없네. 너나 다 먹어라"는 말도 하셨다.


인사이트기사와 관련 없는 자료 사진 / gettyimagesBank


엄마의 입맛이 변했다고 생각한 아들은 대수롭지 않게 피자를 먹었다. 그리고 남은 피자를 냉장고에 정리하고 들어가는 순간, 안방에서 흐느끼는 소리가 A씨의 귀에 들렸다.


아버지에게 가정폭력을 당하고, 쪽방에서 괄시당할 때도 눈물 한 번 흘리지 않았던 엄마였기에 아들은 놀라고 말았다.


그는 "엄마도 다 기억하는 것 같다. 그 어려웠던 시간을"이라면서 "엄마, 사랑해요. 당신이 제 엄마라 고마워요. 힘들었지만, 엄마와 함께 해 행복합니다"라며 이야기를 끝마쳤다.


인사이트tvN '응답하라 1994' 


최근 딸이 자신의 엄마를 청부살해하려 했다는 이야기가 세간에 충격을 줬다. 또 잘 씻지 않는다는 이유로 80대 노모를 폭행해 숨지게 한 아들의 이야기도 사람들을 슬프게 했다.


부모가 자식을, 자식이 부모의 삶을 송두리째 망가뜨리는 일이 끊이지 않는 요즘. 고난 속에서도 서로를 의지한 채, 행복에 다다른 두 모자의 이야기가 감동을 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