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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을 덮칠까봐 추락하는 전투기서 탈출 포기한 조종사가 남긴 마지막 교신

故 이상희 대위는 추락하는 전투기에서 탈출하지 않고 민가를 피해 미나리 밭에 떨어져 산화했다.

인사이트故 이상희 대위의 생전 모습 / 뉴스1


[인사이트] 김천 기자 = 1991년 12월 13일 오후 3시 1분, 두 전투기가 광주시 서구 유덕동 한 마을 200m 상공에서 훈련 중 추돌했다.


기체에 심각한 손상을 입은 전투기는 검은 연기를 내며 중심을 잃어갔다.


A-5A 전투기에 탑승했던 조종사는 즉시 낙하산을 타고 비상 탈출했다. 반면 다른 F-5A 전투기는 탈출하지 않은 채 비행을 이어갔다.


목격자들은 F-5A 전투기가 착륙 지점을 찾는 듯한 비행을 이어갔다고 전했다.


인사이트기사와 관련 없는 자료 사진 / gettyimagesBank


한참을 아슬아슬하게 비행하던 F-5A 전투기는 결국 착륙하지 못했다. 전투기는 마을 인근 미나리 밭에 떨어져 크게 부서졌다. 전투기에는 故 이상희 대위(당시 중위)가 탑승하고 있었다.


사람들은 탈출할 수 있는 시간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계속 비행했던 이유가 무엇인지 궁금했다.


그 궁금증은 조각난 기체에서 발견된 녹음테이프로 인해 해결됐다.


당시 이 대위는 추락하는 와중에도 끝까지 조종간을 붙잡으며 교신을 보냈다. 


인사이트기사와 관련 없는 자료 사진 / gettyimagesBank


마지막 교신에 담긴 육성은 이러했다.


"추락한다. 탈출하겠다. 아…. 전방에 민가가 보인다. 탈출 불가"


탈출하면 민간인이 죽게되는 것을 알았던 이 대위는 끝까지 조종간을 놓지 않았다. 그는 전투기와 함께 23살의 나이로 인적이 드문 미나리 밭에서 장렬히 산화했다.


공군은 무고한 이들의 죽음을 막기 위해 자신의 목숨을 내어놓은 이 대위에게 1계급 특진과 함께 보국훈장 광복장을 추서했다. 그리고 사고 지점에 추모비를 세우고 그의 희생 정신을 기렸다.


다음은 이상희 대위가 순국하기 5일 전 자신의 일기장에 남긴 글이다.


훌륭한 사람이 되어야 한다.


보다 큰일을 생각하며 대범해야 한다.


눈을 코앞에 놓지 말자.


지금 당면한 일에 게으르지 말자.


내 할 일을 충분히 하고 그 이상을 하자.


내 이름을 날리려 하지 말자.


늘 사랑하고 용서하고 희생할 수 있다는 생각을 가지고 행동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