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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간] 조금만 관심 있게 바라보면 알 수 있는 언어의 기울어진 운동장 '언어의 줄다리기' 출간

민주주의를 훼손하고 극단적 성차별로 점철된 우리 언어에 '서릿발 비판'을 담은 책이 나왔다.

인사이트21세기북스


[인사이트] 이하영 기자 = 여교수, 과부, 미망인, 각하 등. 이런 표현들을 보면 어떤 생각이 드는가?


지난 5일 21세기북스는 우리 언어에 대한 '서릿발 비판'을 담은 책 '언어의 줄다리기'를 출간했다고 밝혔다.


이 책은 차별과 비민주적 표현이 가득한 우리 사회의 언어를 하나하나 꼬집으며 이야기한다.


예를 들어 오랜 기간 대통령 뒤에 붙었던 '각하'라는 경칭은 민주공화국에는 절대 맞지 않는 봉건 신분사회 귀족 호칭 중 하나였다.


성차별 표현은 조금만 관심 있게 바라보면 우리 사회 어느 곳에서나 발견할 수 있다.


'미망인(未亡人)'은 순장제와 관련 있는 단어로 죽은 남편을 따라 죽었어야 하는데 아직 죽지 않은 '죄인'이란 뜻이다.


반면 남성에게는 '미망인(未亡人)'이란 표현을 쓰지 않는다. 


최근까지 '미망인'이 사별한 부인을 이르는 제법 고상한 뉘앙스를 풍기는 표현이었다는 것 또한 무서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상류층이 아닌 서민층 부인이 남편을 잃었을 때 지칭하는 '과부(寡婦)'라는 단어 역시 극단적으로 여성을 폄훼하는 언어다.


이 말은 남편이 죽어 이제 부족한 사람이 된 부인쯤으로 해석된다. 이 또한 남성어는 없다.


민주주의 정신에 어긋나고 여성과 아동을 차별하는 이데올로기가 가득 녹아 있는 한국어의 슬픈 현주소. 


이는 언어학자의 친절한 해설을 곁들인 구체적인 자료와 어우러지며 책 속 곳곳에서 발견된다.


청년이라는 단어가 왜 여성을 아우르지 못하는가?


교수·교사·검사 등의 단어에서 왜 남자를 보통 명사로 하고 여교수·여교사·여검사 등의 단어를 별도로 써야 하는가?


또 인간을 이분법으로 나누는 '기혼'과 '미혼'은 적절한 표현인가?


이런 질문들에 대해 이 책은 저자가 만든 새로운 말의 광장으로 독자를 안내해 그동안 보지 못했던 사실을 알 수 있도록 해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