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쿠시마 원전' 직원이 어느 날 화장실에서 변사체로 발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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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사이트] 김연진 기자 = 지난 1989년 2월 28일, 일본 후쿠시마현 타무라군의 한 마을에서 변사체가 발견된다.


해당 초등학교에 근무하는 여교사는 숙소 화장실의 변기 안에서 남성의 구두를 보고 비명을 질렀다.


이를 수상히 여겨 정화조를 살펴본 여교사는 그 안에서 한 남성의 시신을 목격했고, 곧장 현지 경찰에 신고했다.


경찰은 수사에 나섰다. 여교사는 "사람의 발 같은 것을 보았다"고 진술했다.


조사 결과 사망자는 인근 마을에 사는 26세 청년으로 밝혀졌다.


사망자의 신원 이외에 어떠한 정황이나 증거도 확보하지 못한 경찰은 남성의 사인을 '사고사'로 판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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즉, 화장실에 숨어 여성을 훔쳐보려던 중 숨지고 말았다는 것이다.


그런데 의문이 제기됐다. 시신이 발견된 정화조가 너무 좁아 상식적으로 그 안에 자발적으로 들어가기가 힘들다는 지적이었다.


또한 사건 발생 당시 추운 날씨였는데, 남성은 윗옷을 벗어 가슴팍에 옷을 끌어안고 사망한 채 발견됐다.


목격자의 진술과 경찰 발표도 일치하지 않았다.


경찰 당국은 "정화조 안에서 온몸을 쭈그린 채 사망했다"고 밝혔지만, 목격자는 "사람 발이 툭 튀어나와 있었다"고 진술했기 때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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숱한 의문을 남겨둔 가운데 경찰은 급하게 수사를 종결했다.


일각에서는 '타살설'이 제기됐다. 26세 청년의 죽음이 '후쿠시마 원자력 발전소 사고'와 연결고리가 있다는 주장이었다.


알고 보니 사망한 청년은 후쿠시마 원자력 발전소의 유지보수를 담당하는 회사 직원이었다.


청년이 사망하기 전 후쿠시마 제2원자력 발전소에서 사고가 일어났는데, 발전기 재순환 펌프에 이상이 있었지만 발전소 측에서 가동을 강행해 벌어진 사고였다.


이 문제를 담당했던 한 직원이 책임을 추궁당하던 중 압박과 자책감을 이기지 못하고 투신자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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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투신자살한 직원과 정화조에서 발견된 26세 청년이 친한 동료 사이였던 것이다.


이를 두고 투신 자살한 동료의 진상을 파헤치던 중 타살당한 것이 아니냐는 주장이 제기됐다.


실제로 후쿠시마 원자력 발전소에서 현장 감독을 맡았던 히라이 노리오가 원전의 실태를 고발하면서 파장이 커졌다.


그의 증언에 따르면 후쿠시마 원전에는 방사능 누출 사고가 일어나기 수십 년 전부터 중대한 결함이 있었다고 폭로했다.


여러 정황과 증언들이 밝혀지면서 타살설에 힘이 실렸지만 일본 정부는 근거 없는 낭설이자 음모론으로 치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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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의 독립 다큐멘터리 감독인 와타나베 이츠키는 해당 사건을 바탕으로 다큐멘터리 '바리조곤'을 제작하기까지 했지만 일본 언론은 이를 조명하지 않았다.


그렇게 후쿠시마 정화조 사망 사건은 '의문사'이자 '미제 사건'으로 남은 채 사람들의 기억 속에서 잊혀졌다.


그리고 정확히 15년 후, 후쿠시마 원자력 발전소는 완전히 폭발했다.


김연진 기자 jin@insigh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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