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괜찮겠지 생각하며 봄 소풍 나오는 민간인들 때문에 군인들은 44일째 휴가 못 나갑니다"

지난 2월 22일부터 이어져 오고 있는 출타 제한로 인해 많은 군 장병들이 극심한 스트레스를 호소하고 있다.

입력 2020-04-05 18:36: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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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사이트] 민준기 기자 = "코로나 사태가 끝나지 않았는데 왜 놀러 다니고 계시나요"


수십 일 동안 부대 철조망 밖을 벗어나지 못한 젊은 병사는 한탄하듯 나지막이 읊조렸다.


지난 4일 한 익명 온라인 커뮤니티에 부대 밖으로 나가지 못해 힘들다는 군인 A씨의 사연이 올라와 누리꾼들의 안타까움을 자아냈다.


A씨는 "부대에서 근무하고 있는 병사와 간부 모두 힘든 시간을 보내고 있습니다"라며 자신의 이야기를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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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적 거리두기중에도 사람들로 인산인해인 여의도 / 사진=고대현 기자 daehyun@


병사 A씨는 "진짜 힘들어서 이제는 정말 나가고 싶어서 그럽니다"라며 답답함을 표현했다.


이어 "나라를 지키는 군인들은 무려 6주간 강제로 통제당하고 있는데, 한강·여의도를 돌아다니시는 분들을 보니 이제는 화가 날 것만 같다"고 말했다.


"'6일에 출타 제한이 풀릴 수 있다'는 얘기가 돌았지만 이마저도 사실무근이었다"며 "이제는 희망도 없이 기약 없는 기다림을 해야만 한다"고 전하며 좌절감을 표현했다.


A씨는 "여러분들의 '괜찮겠지' 한 마디에 군인들의 휴가 제한은 더 길어질 겁니다"라 전하며 사연을 마무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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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월 22일 전체 장병의 휴가·외출·외박·면회가 전면 통제됐다.


오늘(5일)을 기준으로 군인들의 사회 접촉이 통제된 지 무려 44일이 흘렀다.


군인들의 피로감과 스트레스는 날이 갈수록 극심해지고 있지만 출타 제한 조치 해제는 아직도 묘연하다.


오히려 정경두 국방부장관은 지난 3일 있었던 긴급 전군지휘관회의에서 전 장병의 출타 제한 조치를 당분간 유지할 것이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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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인의 고통은 동시에 가족의 고통이다. 사랑하는 아들을 군대로 보냈지만 얼굴을 볼 수 없는 가족들의 속은 타들어가고 있다.


군인 남자친구를 둔 '고무신'들도 마찬가지다. 사랑하는 남자친구가 이제는 어떻게 생겼는지 기억조차 잘 안 날 지경이다.


지난 3일 국방부의 발표에 따르면 군 내 코로나 확진자는 총 39명이다. 이 중 32명이 완치돼 격리 해제됐으며 7명은 치료 중이다.


국방부 자체 기준을 통해 예방적으로 격리하고 있는 장병은 총 1,770여 명이다. 이날 기준 13일째 추가 확진자가 나오지 않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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