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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의 꼼수로 폐쇄된 다카시마 공양탑은 현재 입구조차 찾을 수 없다

일본 나가사키 현 나가사키 시에 있는 다카시마 섬에는 우리가 잊지 말아야 할 '공양탑'이 있다.

인사이트서경덕 교수


[인사이트] 김지현 기자 = 일본 나가사키 현 나가사키 시에 있는 다카시마 섬에는 우리가 잊지 말아야 할 '공양탑'이 있다.


바로 '다카시마 공양탑'.


이 공양탑에는 '전범 기업' 미쓰비시 소유의 다카시마 탄광과 군함도 탄광에 강제 징용됐다가 희생된 조선인들의 유골이 모셔져 있다.


그런데 올해 초 이 공양탑 가는 길이 완전 폐쇄됐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지난 3월 23일 한국 홍보 전문가인 서경덕 성신여대 교수는 일본 나가사키 시가 '다카시마 공양탑' 가는 길 입구에 큰 나무막대 3개와 안내판 2개를 설치해 영구적으로 드나들 수 없도록 막아놨다고 밝혔다.


인사이트2016년 초 임시 폐쇄됐던 공양탑 가는 길 / 서경덕 교수


인사이트완전 폐쇄된 공양탑 가는 길 / 서경덕 교수 


인사이트서경덕 교수


'다카시마 공양탑'은 완전 폐쇄되기 직전만 하더라도 서경덕 교수와 MBC '무한도전'이 세상에 알린 덕분에 많은 한국인이 찾고 있는 상황이었다. 또한 서경덕 교수가 그런 이들을 위해 대학생 6명과 함께 공양탑 가는 길을 재정비를 한 상황이었다.


하지만 이 모든 노력은 일본의 '완전 폐쇄' 꼼수로 수포로 돌아갔다.


그렇게 '다카시마 공양탑'은 사람들의 머릿속에서 서서히 잊혀져 가는 듯 했다. 그러던 중 영화 '군함도'가 개봉한다는 소식이 전해졌고, 사람들의 관심은 다시 군함도와 다카시마 공양탑에 집중됐다.


인사이트


이에 강제 징용의 아픈 역사가 어려 있는 군함도와 다카시마 공양탑을 찾아가보기로 했다. 두 곳은 나가사키 시와 인접하고 5km 거리로 떨어져 있어 어렵지 않게 찾아갈 수 있었다.


◆ 수풀에 막혀 입구조차 찾을 수 없었다.


군함도 취재를 마치고 나가사키 항에 도착한 뒤 바로 배를 타고 다카시마 섬으로 향했다. 가는 동안 비가 억수같이 쏟아져 다카시마 섬에 못 가는 것 아니냐는 걱정도 들었지만 다행히 배는 섬에 무사히 도착했다.


다카시마 섬은 둘레 6.4km의 작은 섬이다. 거주민 수가 그리 많진 않지만 다카시마 탄광이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메이지 시대의 일본 근대 산업 시설 23곳)으로 등재되고 리조트, 캠프장 등의 관광업이 발달해 매년 3만명 이상의 관광객이 찾고 있다.


이날도 많은 수의 일본인 관광객이 섬을 찾았다. 이들은 다카시마 섬이 '아픈 역사'를 갖고 있는 섬이란 것을 몰랐을 것이다. 왜냐면 일본 정부가 다카시마 섬을 일본 근대화의 상징이며, 천혜의 자연경관을 가진 관광지로만 홍보하고 있기 때문이다.


인사이트


인사이트


이는 항구 앞 대합실 건물에 걸린 현수막에 잘 드러났다. 현수막에는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 등재를 축하하는 문구가 적혀있었다.


다카시마 섬도 군함도와 마찬가지로 조선인 강제 징용의 역사를 갖고 있는 비극의 섬이다. 약 4천명의 조선인이 강제 징용돼 다카시마 탄광에서 일했고, 고통 속에서 죽어갔다. 그런 섬이 '진실'은 감춰진 채 일본의 자랑스러운 유산으로 홍보되고 있었다. 씁쓸함을 감출 수 없는 안타까운 현실이었다.


씁쓸함을 뒤로하고 다카시마 섬 중턱에 있는 금송사(곤쇼지·金松寺)로 향했다. 나가시키 시와 미쓰비시의 주장에 따르면 금송사에는 '다카시마 공양탑'에 있던 유골이 모셔져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이는 확인되지 않은 일본 측의 주장이어서 금송사에는 들어가지 않았다.


'다카시마 공양탑'은 금송사 인근 무덤가에 위치했다. 하지만 '다카시마 공양탑'을 찾기란 여간 쉬운 일이 아니었다. 금송사 앞 무덤가의 규모가 꽤 크고, 또 길이 여러 갈래로 나뉘어져 있었기 때문이다.


인사이트


인사이트


인사이트


무덤가를 약 1시간 동안 돌아다닌 끝에 '다카시마 공양탑' 가는 길로 추정되는 좁은 길을 발견할 수 있었다.


이 길은 언뜻 보기에 수풀이 무성한 숲과 다를 것이 없었다. 그래서 여러 번 지나쳤던 곳인데, 자세히 살펴보니 '다카시마 공양탑' 가는 길이란 것을 알게 됐다.


인사이트빨간색 원이 입구


인사이트빨간색 원이 길. 이쪽으로 내려가야 한다


길은 매우 좁고 위험해보였다. 또한 섬에 도착하기 전에 내린 비로 인해 가뜩이나 미끄러워 내려갈 수 있을까라는 걱정이 들었다. 그래도 여기까지 온 만큼 내려가 보기로 했다.


하지만 10m도 채 가지 못해 발걸음을 멈춰야 했다. 가는 길이 수풀에 막혀있었기 때문이다.


인사이트빨간색 원이 공양탑 가는 길


인사이트공양탑 가는 길은 수풀에 막혀있었다. 여기서 30m는 더 가야 공양탑이 나온다


바로 옆에 있던 공양탑도 수풀에 뒤덮여 있기는 마찬가지였고, 이는 '다카시마 공양탑' 가는 길이 사람들의 뇌리에서 잊혀질 동안 수풀이 그만큼 자라 길을 막았다는 것을 뜻했다.


결국 발걸음을 돌려야 했다. 오랜만에 인간의 피를 맛본 산모기의 괴롭힘과 수풀을 뚫고 나아갈 용기가 없어 내린 한심한 결정이었다.


인사이트다카시마 섬에서 바라본 군함도


◆ 작은 섬에서도 자행된 역사 왜곡


다카시마 섬에는 '석탄 자료관'이 있다. 이 석탄 자료관은 다카시마 탄광과 군함도 탄광의 역사를 한눈에 볼 수 있는 곳이다. 그런데 이상한 부분이 있었다.


석탄 자료관에 있는 연대표기에 1940년~1945년 사이의 일이 빠져 있던 것이다. 조선인 강제 징용이 1940년에서 1945년 사이에 활발하게 일어났다는 점과 연대표기가 보통 1년 단위로 제작됐다는 점을 감안한다면 이는 충분히 역사 왜곡으로 볼 수 있는 부분이었다.


인사이트서경덕 교수


이뿐만이 아니었다. 석탄 자료관을 비롯해 다카시마 섬 어디에도 조선인 강제 징용에 대한 정보는 없었다. 길을 걷던 중 만난 주민에게 물어봐도 조선인 강제 징용 사실을 모르는 것은 마찬가지였으며, 이들은 오히려 '그런 일이 있었느냐'고 질문을 하기도 했다.


앞선 군함도 취재에서 일본 정부의 역사 왜곡을 생생하게 목격하고 왔기에 서울 여의도보다도 작은 다카시마 섬에서 자행되는 역사 왜곡에 분노를 감출 수가 없었다. 이에 돌멩이를 힘껏 차보고 소리를 지르기도 했지만 분은 풀리지 않았다.


인사이트미쓰비시 창업자 이와사키 야타로


조선인 강제 징용은 부정할 수 없는 역사적 진실이다.


하지만 일본은 이 '진실'이 전 세계에 드러날까 두려워 감추기에 급급하다. 군함도 안내판 연대표기를 메이지 시대(1850년~1910년)로 한정해 강제 징용 역사를 빼버린 것이 대표적이며, 다카시마 섬 석탄 자료관에서도 똑같은 짓을 자행했다.


'다카시마 공양탑'도 마찬가지다. 수풀이 자라 입구가 막힌 것을 무조건 일본 탓으로 돌리기에는 무리가 있지만 애초에 일본 정부가 조선인 강제 징용 사실을 깔끔하게 인정하고 관리를 했더라면 이런 일은 발생하지 않았을 것이다.


인사이트


일본 정부는 1990년 6월 강제 징용 조선인 수를 66만 7,648명으로 공식 발표했을 뿐 이들에 대한 배상이나 보상을 하지 않고 있다. 오히려 은폐와 왜곡만 하고 있다.


진실 은폐와 역사 왜곡은 지금도 이뤄지고 있다. 일본 정부는 조직적이고 치밀하게 역사 왜곡을 하고 있으며, 이런 삐뚤어진 역사 왜곡에 대해 우리 국민은 분노를 감추지 못하고 있다.


다만, 이슈가 생겼을 때만 관심을 갖는 우리의 모습에 대해서도 반성할 필요가 있다. 왜냐면 역사는 과거와 현재의 대화이며, 역사를 잊은 민족에게는 미래가 없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우린 평소에도 일본 정부의 역사 왜곡에 진지하게 다가가야 할 필요가 있다.


인사이트온라인 커뮤니티


다카시마 섬과 군함도는 나라를 잃은 우리 선조들의 비명을 가득 품고 있다.


70년이 넘는 긴 시간이 흘렀지만 아직까지 위로받지 못한 선조들의 넋을 기리기 위해 이 비극의 섬들을 한번쯤 방문해보면 어떨까. 그리고 만약 방문한다면 아래와 같은 '약속'을 해보면 어떨까.


"죄송합니다. 잊지 않겠습니다. 그리고 일본의 역사 왜곡을 멈춰 당신들이 위로받을 수 있도록 하겠습니다"


진실 빠진 '군함도' 설명에 일본인들은 "에~ 스고이"를 연발했다군함도(하시마 섬)는 일제 강점기 수많은 조선인들이 강제 징용으로 끌려와 갖은 학대를 당한 비극의 섬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