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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의 힘’ 설득에서 나온다.. 루스벨트부터 레이건까지

권력의 정점에 선 것처럼 보이는 대통령이 실제로 정점에 서려면 무엇보다 소통의 대가가 되어야 한다.


로널드 레이건 전 미국 대통령. ⓒAllenh3/flickr


"나는 온종일 여기 앉아서 어떤 일을 하도록 사람들을 설득하려고 애쓰느라 시간을 보내고 있다. 그들은 내가 구태여 설득하지 않아도 그 일을 할 만한 분별력을 갖고 있을 게 분명하다. 대통령의 권력은 고작 그 정도에 불과하다."

미국의 33대 대통령 해리 트루먼은 대통령의 자리를 이렇게 표현했다. 트루먼은 장군 출신이었던 아이젠하워가 대통령 선거에 나서자 그가 자신을 이어 대통령이 될 것이라고 예감한다. 그리고 장군 때처럼 '이걸 해라, 저걸 해라' 명령해도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며 대통령 자리가 아이젠하워에게 심한 좌절감을 가져다줄 것이라고 한다.

신간 '대통령의 권력'의 저자 리처드 E. 뉴스타트는 트루먼의 예상이 빗나가지 않았다고 말한다. 대통령이 된 아이젠하워는 자신의 결정이 이행되지 않은 채 되돌아오는 것을 보고 상당한 충격을 받는다. 이 같은 트루먼의 말은 무한한 권력을 가진 지도자로 대통령을 바라보는 우리의 인식을 여지없이 깨뜨린다.

책은 '대통령이란 무엇인가'라는 근본적 주제 아래 통치 행위에 미치는 대통령의 영향력을 다룬다. 40년간 정파를 넘나들며 미국 대통령의 조언자 역할을 했던 저자는 대통령은 국민이 봉사를 요구할 수 있는 사무원일 뿐이라고 단도직입적으로 말한다.

그에 따르면 대통령은 서로의 이익을 위해 일을 성사시키고, 정책이 상대방에게 도움이 된다고 설득하는 이해관계의 조정자다. 따라서 대통령은 권력에도 불구하고 설득력 있는 주장을 펼치지 않으면 어떤 결과도 얻지 못한다. 회의를 주재한다는 '프리사이드'(preside)에서 '프레지던트'(president)라는 대통령 직함이 나온 것도 이 때문이다. 결국 대통령의 권력은 설득력에서 나온다는 결론이 자연스럽게 도출된다.



신간『대통령의 권력』ⓒ다빈치


1960년 초판 발행된 책은 저자의 말년까지 개정을 거듭한다. 책은 트루먼에서 레이건까지 40년에 걸친 세월을 다룬다. 한국전쟁 당시 단독행동을 일삼던 맥아더 장군을 해임한 트루먼, 쿠바 미사일 위기에서 소련 흐루쇼프와 대결한 케네디, 베트남 디엔비엔푸에서 프랑스의 패배에 직면한 아이젠하워, 이란에 무기를 판매한 수익금을 니카라과 반군을 지원하는 데 쓴 레이건 등 다양한 사례가 저자의 주장에 힘을 싣는다.

한국은 모든 국민이 대통령의 일거수일투족에 관심을 두고, 나라의 운명은 대통령과 함께한다고 생각하는 나라다. 권력의 정점에 선 것처럼 보이는 대통령이 실제로 정점에 서려면 무엇보다 소통의 대가가 되어야 한다고 주장하는 책은 대통령의 역할에 많은 주안점을 두는 한국에 함의를 가진다.

미국 뉴욕타임스가 마키아벨리가 집필한 '군주론'의 현대적 버전이라고 치켜세운 책이다. 국회부의장을 지낸 이병석 새누리당 의원이 번역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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