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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만보다 건강에 안 좋은 ‘무차별 다이어트’

비만으로 살을 빼기 위해 다이어트를 하는 것은 좋지만 무차별적으로 다이어트 하는 것은 오히려 건강에 좋지 않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무차별 다이어트는 건강에 좋지 않다. ⓒshutterstock.com


체중이 무려 300 파운드(약 135kg)에 육박했던 십대 소녀 조슬린 스미스는 살을 빼라는 말을 귀에 못이 박히도록 들었다. 그녀는 그래서 살을 빼기로 결심했다. 혹독한 수준으로 음식을 적게 먹고, 일상적으로 구토를 하고, 매일 수십 알의 설사제를 복용했다.

거기에다 몇 시간 동안 운동을 곁들여 그녀는 마침내 100 파운드(약 45kg)이상을 감량했다. 자신의 최대 체중에서 3분의 1을 감량한 것이다.

하지만 지나치게 과도한 다이어트의 부작용으로 심장 근육이 위축되기 시작했다고 의사들은 그녀에게 경고했다. 이러한 심장 근육 위축은 불규칙한 심장 박동으로 이어진다.

연구자들에 따르면 스미스는 과체중이나 비만이라고 생각돼 정상 체중에 이를 수 있도록 다이어트를 하지만, 그 과정에서 폭식증이나 거식증과 같은 식이장애에 걸리는 젊은이들의 대표적인 사례다.

35세의 스미스는 장기적인 건강을 추구하기 위한 목적으로 “체중을 감량하기 위해서 불가능은 없다는 것을 깨달았다”고 말한다. 그녀는 전 워싱턴 로비스트로 현재는 뉴욕에 거주하면서 식이장애 후원단체에 몸담고 있다.

아동과 청소년들은 비만을 경고하는 공공보건 메시지를 귀담아 듣는 듯하다. 질병통제예방센터(CDC)가 8월에 발표한 아동 비만 데이터에 따르면 처음으로 저소득층 가정 미취학 아동의 비만율이 사실상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CDC에서 나온 가장 최신 자료인 이 데이터는 미국 총인구의 약 1/3을 차지하는 성인 비만 인구수가 증가하지 않은듯 하다고도 밝혔다.

그렇지만 스미스와 같은 일부 집단은 걷잡을 수 없는 극단적인 수준의 다이어트를 해 치명적인 식이장애를 겪게 될 수도 있다.

다이어트 중인 이들이 몰골이 앙상해질 정도로 체중을 감량하지 않는다고 할지라도 심장 박동이 불규칙한 부정맥, 실신, 심장마비와 심지어 사망에까지 이르는 심각한 결과 등의 문제에 직면하게 될 수도 있다.

이들은 또한 다시 비만해지거나 체중이 증가하는 요요현상을 끔찍하게 두려워하거나 사회로부터 소외되거나 학업성적 부진을 겪기도 한다.

비만 퇴치 메시지가 본래의 취지와는 달리 아동과 청소년들의 식이장애를 불러일으키는 것은 아닌지에 대한 설전이 전문가들 사이에서 수년간 오가고 있다.

미국내 몇몇 주의 학교들이 학부모들에게 자녀들의 비만 여부를 알리기 위해 소위 ‘체질량지수점수표’를 발표하기 시작했을때 일부 식이장애 전문의들과 학부모들은 이를 비판했다. 이들은 이러한 방식은 비만 아동들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다이어트를 해야한다는 압박감을 느끼게 할 가능성을 높일 수 있다고 우려한 것이다.

지난 주에 매사추세츠 주 관료들은 이 점수표에 담긴 정보에 대한 부정적인 반응 가능성을 우려해 이 제도를 철회했다.

그런데 일부 아동과 청소년 사이에서 이 우려가 현실로 나타나고 있다는 점을 보여주는 새로운 증거가  나타나고 있다. 식이장애를 겪게 되는 과체중 아동의 수를 자료화한 대규모 연구는 없다.

하지만 2010년에 바르셀로나의 한 병원에서 식이장애를 앓고 있는 환자들에 관한 연구가 최근 발표됐는데, 이 연구에 따르면 약 38%의 식이장애 환자가 과거에 비만 전력이 있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2001년의 13% 보다 현저히 늘어난 수치다.

또한 호주 멜버른 소재 로열칠드런즈호스피탈의 식이장애병동에서 임상전문영양사로 재직중인 멜리사 화이트로우에 따르면  2009년에 심각한 거식증 유사 증세로 식이장애병동에 입원한 환자들 중 47%가 과거에 비만이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2005년의 8% 보다 훨씬 높은 수치다. 화이트로우는 8월에 멜버른에서 열린 국제소아과학회에서 이 자료를 발표했다(통상 거식증을 겪는 이들은 심각한 저체중 문제를 앓고 있지만 증상이 위중한 경우 비만한 이들도 입원할 수 있다).

“많은 이들 청소년들은 나와 처음에 만날때 자신들이 학교에서 비만에 대해 어떻게 말했는지를 알려준다”고 화이트로우는 말했다.

전문가들은 적절하고 잘 관리되는 체중감량은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언급하면서, 체중감량이 잘 관리되는 상황에서는 그러한 식이장애 문제가 상대적으로 드물게 나타난다고 말한다. 이들이 우려하는 상황은 단시일 내에 체중을 감량하기 위해 더 극단적이고 관리가 잘 되지 않는 다이어트 방법을 취하는 것이다.

비만퇴치 지지자들은 비만이 건강하지 않다는 메시지를 설파하는 것은 그러한 메시지가 일부 아동들에게 어떠한 부정적인 결과를 유발한다고 하더라도 중요하다고 주장한다. 미국인의 60% 이상이 비만 또는 과체중으로 사려되고 있다.

최근 몇년간 식이장애의 위험은 비만에 대한 우려로 인해 묻혀지기는 했지만 이와 같은 체중의 양 극단(과체중과 저체중)은 모두 건강과 보건 체계에 심각한 위협이 될 수 있다고 일부 전문가들은 우려한다.

식이장애로 진단을 받는 비율은 미국 총 인구의 약 3%로 낮는 편이다. 그러나 폭식증과 같은 일부 식이장애의 비율은 두드러지게 증가하고 있다고 관련 연구들은 지적하고 있다. 식이장애의 일종인 초저열량식, 거식증, 폭식증의 비율이 1995년에서 2005년 사이에 두배나 늘었다고 한 연구 결과는 언급했다.

미국내의 일부 병원에서도 이러한 증가세가 두드러지고 있다고 병원을 운영하는 전문의들이 언급했다. “정상 체중을 지녔다고 해서 건강하다는 뜻은 아니다”라고 롤린 온스타운 청소년 전문의는 지적했다. 온스타인은 펜스테이트허쉬메디컬센터에서 청소년 식이장애 환자들을 다수 치료해 왔다.

온스타인은 “청소년들이 체중계 상의 몸무게가 제일 중요하다는 잘못된 인식을 갖고 있다. 이 청소년들은 체중 감량을 위해 필사적이다”라고 말했다.

부모들 역시 자녀들의 다이어트가 건강에 유익하지 않다는 점을 인식하지 못하고 있다. 온스타인은 치료했던 한 과체중 환자의 일화를 소개했다. 하루에 상추 몇 잎만 먹고 지낸다는 그 과체중 환자의 부모는 자신의 딸이 체중을 감량해 더 예뻐졌다면서 자랑했다고 한다.

식이장애를 연구하는 미네소타대의 스콧 크로우 정신의학 교수와 그의 동료들은 갓 발표된 미국정신의학회의 최신 진단 안내서에 나타난 새로운 식이장애 기준 관련 데이터를 분석했다. 이들은 저체중군에 속하지 않는 이들을 포함한 거식증의 전형적인 유형에 들지 않는 이들이 사실상 거식증 환자의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한다는 것을 깨달았다.


ⓒwsj.com


시카고대에서 식이장애클리닉을 이끄는 다니엘 르 그란지 정신의학 교수는 그러한 환자들로 인해 치료사들이 혼란을 느낄수도 있다고 언급했다. 통상적으로 거식증 치료의 목표는 체중 증가이기 때문이다. 그는 자신의 병원에 오는 아동 10 명중 한 명은 과체중을 경험한 적이 있다고 설명했다.

식이장애를 겪는 정상체중이거나 과체중인 아동들 또한 특별히 해결을 요하는 집단이다. 미국에서는 많은 병원들과 보험회사들이 입원이나 보험 가입을 위한 체중 기준을 적용하고 있다. 따라서 과체중 환자들은 헤택을 보는데 어려움을 경험할 수도 있다.

또한 식이장애 전문 병원들은 비만을 걱정하는 거식증 환자들에게 문제가 발생할지도 모른다는 우려때문에 비만 환자들을 수용할 준비를 갖추지 않았거나 수용의지가 없을 수도 있다.

스미스를 예로 들자면, 그녀는 자신과 같은 과체중 환자를 받아주고 보험을 적용해줄수 있는 병원을 찾기까지 네번이나 퇴짜를 맞았다고 말했다. 그녀는 자신이 건강하며 자신의 신체 이미지를 왜곡함으로써 겪는 문제가 줄었다고 말했지만 여전히 매주마다 영양사와 치료사를 만난다고 전했다.

일부 전문가들에 따르면 이와 같은 환자들이 비만 관련 공공 보건 메시지가 생활습관 개선을 유도하는 쪽으로 초점을 맞추어야 할 필요성을 입증하고 있다. 생활습관은 아동들이 스스로 관리할 수도 있고 장기적으로 건강을 유지하는데 있어 더 중요한 요소이기 때문이다.

스미스는 그러한 의견에 동의하면서 자신이 이런 메시지를 접했더라면 도움이 됐을 것이라고 말한다.

그녀는 “우리가 몸무게 감량보다는 건강과 생활습관 개선에 초점을 맞출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인사이트 뉴스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