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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깨비 배' 몰고와 백성들 죽인 미국 선원들 모조리 응징한 조선의 관리

1966년 커다란 철함 한척이 평양 대동강을 거슬러 올라와 평양 주민들을 죽이자 평안 감사는 그 배를 침몰시키고 선원을 전부 몰살했다.

인사이트평양 대동강 / 뉴스1


[인사이트] 함철민 기자 = 조용한 아침의 나라 조선. 어느 날 평양 대동강 변에 연기를 뿜는 거대한 배 한척이 나타났다.


그것은 바로 이양선(異樣船) 제너럴 셔먼호. 평양 백성들 눈에 비친 이양선은 공포 그 자체였다.


길이 55m에 너비가 15m에 이르는 제너럴 셔먼호는 그 어떤 조선인도 본 적 없는 배였다. 심지어 연기까지 뿜어대니 그야말로 '도깨비 배'가 따로 없었다.


그러나 평안 감사로 있던 '박규수'는 의연했다. "호랑이 굴에 들어가도 정신만 차리면 산다"는 말을 되새겼다.


갑작스럽게 나타난 양이(洋夷, 서양인)었지만, 박규수는 오히려 그들에게 먹을 것과 연료를 주며 대접했다.


통상을 요구하는 그들에게 '화'를 내지 않았다. 그저 자신들이 해줄 수 있는 것은 이정도이니, 조용히 물러가라고 타일렀다.


인사이트제너럴 셔먼호 / wikipedia


하지만 목숨을 걸고 바다를 건너온 제너럴 셔먼호 선원들은 그럴 생각이 없었다. 이들은 자신들을 따뜻하게 대해준 조선의 병사 한명을 잡아 가두는 우를 범했다. 


평양 주민들이 달려가 그를 구출하려 했지만 양이들은 총을 쏘아댔다. 이에 평양 백성 7명이 사망했고, 여러 명이 다쳤다.


인자하기만 했던 박규수는 크게 분노했다.


화력으로 그들을 이길 수 없다고 판단한 박규수는 마침 대동강의 수위가 낮아진 틈을 타 폭약이 실린 배 두 척을 제너럴 셔먼호 가까이에 붙였다.


제너럴 셔먼호 바닥이 강바닥에 걸려 움직이지 못하게 되자 폭약이 실린 배에 불을 붙였다. 


불길은 제너럴 셔먼호에 옮겨붙었고, 그 안에 있던 폭약까지 폭발하며 제너럴 셔먼호는 이내 화염에 휩싸였다. 


인사이트기사와 관련 없는 자료 사진 / 온라인 커뮤니티


배에 타고 있던 선원 대다수가 불에 타 죽어 나가기 시작했다. 다급히 배에서 빠져나온 선원들은 도망가거나 살려달라고 애원했다.


이미 화가 잔뜩 날 대로 난 평양 주민들은 살려 달라는 이들을 때려죽였고, 도망간 선원들은 박규수의 사격 명령에 목숨을 잃었다.


결국, 제너럴 셔먼호의 선원 23명 전부 죽임을 당했다.


이것은 152년 전인 1866년 오늘(21일) 일어난, 학교 교과서에 등장하는 '제너럴 셔먼호 사건'이다. 


인사이트(좌) 박규수 (우) 박규수의 할아버지 박지원 / wikipedia


박규수는 '양반전'과 '열하일기' 등으로 유명한 연암 박지원의 손자로 당시 대표적인 개화파였다. 


일찍이 중국에서 서양 열강 세력에 처참히 무너지는 청나라를 보아왔던 그는 다른 나라와 교류하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 알고 있던 인물이다. 


제너럴 셔먼호가 당도했을 때, 박규수에게 새로운 문물을 접할 기회였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조선의 백성이 목숨을 잃자 박규수는 가차 없이 서양 열강에 철퇴를 가했다. 


박규수는 "백성이 있고 사대부가 있는 법"이라고 말했다고 한다. 박규수가 제너럴 셔먼호를 침몰시킨 오늘, 그를 다시 한번 기억해야 하는 이유다.  


한편 이 사건은 1871년 일어난 '신미양요'의 원인이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