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5 15℃ 서울
  • 15 15℃ 인천
  • 13 13℃ 춘천
  • 10 10℃ 강릉
  • 15 15℃ 수원
  • 17 17℃ 청주
  • 17 17℃ 대전
  • 13 13℃ 전주
  • 17 17℃ 광주
  • 16 16℃ 대구
  • 15 15℃ 부산
  • 16 16℃ 제주

정류장 지나칠까봐 잠든 사람 서로 깨워주는 새벽 버스 승객들

새벽 버스 첫차에서는 수년 간 봐온 승객들이 서로를 챙기며 가족같은 모습을 보이고 있다.

인사이트Youtube '씨리얼'


[인사이트] 김천 기자 = 고요함을 넘어 적막함이 느껴질 정도로 조용한 새벽 3시 30분. 버스 정류장에 사람들이 한두 명 씩 모인다. 4시가 되면 오는 첫차를 타고 생업의 현장으로 향하는 그들은 청소부다.


지난 5일 페이스북 페이지 '씨리얼 C-Real'은 '승객들이 서로 인사하는 6411번 버스'라는 제목으로 한 영상을 올렸다.


서울시 구로구와 강남구를 잇는 버스 6411번은 새벽 첫차부터 사람들로 가득 찬다. 남들이 잠을 자고 있을 시간에 먼저 눈을 떠 세상을 열어야 하기 때문이다.


버스에 탑승한 승객들은 서로 누구가 누구인지 잘 안다. 이제는 가족이나 다름없다. 그들은 수년간 매일 같이 새벽 공기 마시며 같은 버스를 타고 같은 방향을 향해 달린다.


인사이트Youtube '씨리얼'


이제는 누가 어디서 타고 어디서 내릴지도 다 안다. 옆 사람이 내릴 정류장이 다가오면 흔들어 깨워준다. 환승을 위해 교통카드를 건네 찍어주기도 하고 무거운 가방을 출구 쪽으로 넘겨주기도 한다.


내릴 때가 되면 정겨운 인사도 잊지 않는다. "수고하셔요. 돈 많이 벌고 와~".


가끔 정류장에서 타야 할 사람이 타지 않으면 괜히 궁금하기도 하고 걱정도 된다. 그러다가 얼굴이라도 보이면 그동안 왜 안 보였냐며 안부를 묻는다. 


각박한 서울살이. 이웃이라는 단어가 무엇인지 감도 잘 안 오는 요즘 세상에 6411번 버스 안에서는 훈훈한 사람 냄새가 난다.


인사이트Youtube '씨리얼'


그러나 버스에서 내리는 순간 그들은 존재감 없는 투명 인간이 된다. 태어날 때부터 이름이 있었지만 단 4글자 '아주머니'로 불린다.


실제로 그들은 쉴 곳이 없어 화장실을 휴게공간으로 사용하고, 화장실 빈칸에 기대어 쪽잠을 자야 했다.


각종 오물로 더러워진 빌딩과 변기를 손수 닦아내야 했으며 아무도 알아주지 않는 노동에 묵묵히 제 할 일만을 해야 했다. 그 누구도 챙겨주지 않았다.


새벽같이 나와 아무도 모르게 청소하고 우리 사회에서 존재감 없는 사람 취급받으며 조용히 사라졌던 그들. 


어쩌면 그들에게 6411번 버스는 서로가 서로를 챙기며 존재한다는 느낌을 받게 해주는 하나의 창구이지 않았을까 싶다.


YouTube '씨리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