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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호위반으로 사람 죽인 뒤 '기도원' 가서 연락 안했다는 버스기사

버스기사의 신호위반 교통사고로 억울하게 생을 마감한 남성의 사연이 사람들을 슬프게 한다.

인사이트사진 제공 = 제보자 김모씨


[인사이트] 전준강 기자 = 세 살, 아직은 기저귀를 차고 부모님에게 보살핌을 받아야 할 나이.


그러나 막내아들은 기저귀도 채 떼기 전, 아빠와 엄마를 하늘로 떠나보내야 했다. 그렇게 아이는 9살짜리 형과 세상에 단둘이 았다. 


아이는 늘 6살 차이나는 형을 아빠처럼 따랐고, 형은 동생을 자식처럼 돌봤다.


세월이 지나 아이는 어엿한 성인이 됐고, 사랑하는 여자를 만나 결혼을 했다. 함께 행복할 일만 남았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지난 4월 그 꿈은 산산조각이 나버렸다. 형이 교통사고로 사망한 것이다.


형은 4월 18일 퇴근길에 횡단보도를 걷다가 신호를 위반한 버스에 치여 세상을 떠났다. 버스는 우측 모서리로 형을 한번 쳐 넘어뜨린 뒤 앞바퀴와 뒷바퀴로 '두 번' 밟고 지나갔다.


인사이트


인사이트사진 제공 = 제보자 김모씨


김모(38)씨는 3주 동안 정신없이 장례를 치렀다. 슬픔 때문에 형을 죽인 '가해자'를 떠올릴 틈은 없었다.


그런데 어딘가 이상했다. 형을 죽인 가해자가 조문은 물론 단 한 번도 연락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김씨는 즉각 경찰서로 향했다. 그런데 경찰은 이미 사건을 검찰로 넘긴 뒤였다.


알고 보니 가해자는 자신의 과실을 100% 인정했고, '교통사고처리특례법'에 따라 '불구속'으로 수사를 받고 있었다.


경찰에 따르면 '고통사고처리특례법'에 따라 동종범죄가 없고, 도주 우려가 없으며 보험에 가입이 돼 있으면 '불구속' 수사가 원칙이다. 김씨는 법이 잘못됐다고 느꼈다.


연락도 없는 살인자가 '불구속'이라니. 김씨는 하늘 끝까지 치솟는 분노를 느꼈다.


KaKao TV '보배드림'


그때, 가해자가 선임한 변호사에게 연락이 왔다. 변호사는 가해자가 '합의'를 원한다는 원론적인 이야기만 했다.


그뒤 가해자에게서 전화가 왔다. 김씨는 인사이트 취재진에게 "가해자가 첫 전화통화에서 내뱉은 말은 정말 충격적이었다"고 말했다.


가해자는 "심경이 너무 괴로워 사고 직후 '기도원'에 갔다가 오늘 나와서 전화드린다"라고 말했다. 고작 '기도원' 때문에 연락이 없었던 것이다. 유족의 슬픔은 가해자에게 그저 관심 밖이었다.


그뒤에도 재판까지 3주 동안 '또' 연락 한번 없었고, 재판 하루 전에야 가해자는 다시 연락을 했다.


인사이트기사와 관련 없는 자료 사진 / gettyimagesBank


가해자는 "변호사가 연락하라고 해서 전화했다"고 말했다. 진심어린 사과는 없었고, 죄책감도 느끼지 않는 듯했다고.


재판이 있던 날, 가해자는 김씨에게 대화를 요청해왔다.


가해자는 김씨에게 대뜸 "내가 뭘 해주면 되겠냐"고 물었다. "새벽 6시에 교회에 간다"는 가해자는 '죄송하다'는 말 한마디 없이 뭘 어떻게 해주기를 원하냐고 묻기만 했다.


"살려내세요"


김씨는 그렇게 그 누구도 들어줄 수 없는 말을 외쳤다. 끝까지 가해자의 입에서는 '죄송하다'는 말은 나오지 않았다.


인사이트


인사이트사진 제공 = 제보자 김모씨


검찰은 가해자에게 징역 2년 6월을 구형했다. 통상 판사가 검찰의 구형보다 낮게 형을 내린다는 점을 고려하면 '집행유예'의 가능성이 큰 상황.


이에 김씨는 "교통사고처리특례법을 개정해야 한다"라면서 "신호위반으로 사람을 죽이고, 사과도 없고, 죄책감도 느끼지 않는 사람은 강한 처벌을 받아야 한다"고 토로했다.


김씨는 더많은 사람이 이 내용을 알아야 한다고 생각해 청와대 국민청원에도 글을 올렸다. 현재 청원에는 약 8700명이 동의한 상태다. 

 

인사이트청와대 홈페이지 국민청원


한편 김씨는 인사이트와의 통화에서 가해자가 교통사고를 낸 뒤 이해할 수 없는 행동을 했다는 목격자의 말이 있었다고 전했다.


형의 교통사고를 목격한 사람은 세 명이었는데, 모두가 입을 모아 "가해자는 정신이 이상한 사람 같았다"라고 말했다. 가해자는 사고를 낸 뒤 목격자들에게 "잠시 차를 주차하고 오겠다"고 말한 뒤 20분 동안 사라졌다.


인사이트기사와 관련 없는 자료 사진 / gettyimagesBank


그리고 되돌아와서는 당황해하지도 않았다고 한다. 거기에 더해 '영업용 전세버스'에는 당연히 블랙박스가 설치돼 있는데, 영상은 남아있지 않은 상태.


김씨는 "그 20분 동안 가해자가 무엇을 했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그저 김씨는 "이와 관련해 검·경이 철저하게 수사해야 하는데 그렇지 못한 것 같다"라고 분노를 드러낼 뿐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