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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진왜란 당시 왜놈들 혼쭐낸 '원숭이 부대' 실제로 있었다"

임진왜란 당시 왜적을 교란시킨 '원숭이 부대'의 실체가 담긴 문헌이 발견돼 학계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인사이트

도요토미 히데요시 역을 연기한 배우 김응수 / KBS1 '임진왜란 1592'


[인사이트] 황규정 기자 = 원숭이가 말을 타고 전쟁에 참여했다면 믿을 수 있겠는가.


임진왜란 당시 왜적의 혼을 쏙 빼놨다는 명나라 '원숭이 기병대' 이야기는 지금껏 구체적인 문헌이 없어 설화나 야사 정도로 치부돼왔다.


조선 실학자 이중환이 쓴 택리지에 원숭이 기동대가 목격된 소사전투가 상세히 기록돼 있긴 하지만 택리지 자체가 임진왜란이 끝나고 150년 후에 작성된 터라 신빙성을 놓고 논란이 많았다.


그런데 임진왜란 당시 원숭이 부대의 기록을 담은 흥미로운 문헌이 발견돼 학계의 관심을 끈다.


인사이트기사와 관련 없는 자료 사진 / GettyimagesKorea


13일 동아일보 보도에 따르면 안대회 성균관대 한문학과 교수는 최근 명나라 원숭이 특수부대의 존재를 밝혀줄 중요한 단서를 발견했다.


임진왜란에 참가했던 신녕현감 손기양(1559~1617)이 쓴 일기가 바로 그것이다.


그는 1598년 7월 21일자로 명나라의 지휘관 유정부대를 목격하고 온 하인의 말을 일기에 옮겨 적었다.


일기에는 "유정의 군진으로부터 돌아왔는데 초원(원숭이)과 낙타가 있다고 했다. 원숭이는 능히 적진으로 돌진할 수 있고, 낙타는 물건을 운반할 수 있다고 한다"고 적혀 있었다.


조경남(1570~1641)이 쓴 난중잡록에도 비슷한 내용이 발견됐다.


임진왜란을 가장 자세히 서술했다고 평가받는 조경남은 직접 명나라 부대를 본 목격담을 전했다. 


그는 말을 자유자재로 다루는 원숭이 기동대의 존재를 이렇게 묘사한다.


"군사 가운데 초원 4마리가 있어 말을 타고 다루는 솜씨가 사람과 같았다. 몸뚱이는 큰 고양이를 닮았다"


인사이트도요토미 히데요시 역을 연기한 배우 김응수 / KBS1 '임진왜란 1592'


원숭이 부대는 그림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경북 안동 풍산김씨 문중에서 대대손손 전해 내려오는 '세전서화첩'에는 1599년 2월 명나라 14만 대군이 본국으로 철군하는 장면이 그려진 그림이 등장한다.


이른바 '천조장사전별도'라 불리는 이 그림에는 유인원 열마리가 깃발 아래서 칼을 들고 행군하는 모습이 담겨 있다. 


털이 북슬북슬한 유인원은 '원병삼백'이라고 적힌 깃발을 들고 있는데, 이는 원숭이 병사 300명을 의미한다고 매체는 전했다. 


명나라 원숭이 부대의 실체를 연구한 안 교수는 "서구의 '반지의 제왕' 같은 판타지 소설보다 더 극적이고 드라마틱한 임진왜란이 한반도에서 펼쳐졌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번 연구를 계기로 영화, 게임 등 다양한 문화 콘텐츠에서 원숭이 부대의 활약을 활용했으면 좋겠다"고 동아일보에 밝혔다.


인사이트세전서화첩 천조장사전별도에 그려진 원숭이 부대의 모습 / KBS 1TV 역사스페셜 


현재 학계에서는 원숭이 부대에 대한 다양한 추측이 나오고 있다.


적군을 교란시키기 위해 실제 원숭이에 갑옷을 입혀 말에 태웠다는 설과 털이 많은 러시아인 혹은 서양 사람을 '원숭이 부대·원군(援軍)'이라 불렀다는 주장도 나온다.


또 원숭이로 위장해 적진을 미리 염탐했던 '위장병'이었다는 말도 있다. 


원숭이 부대의 실체를 두고 여러 설이 제기되는 상황 속에서, 이번 안 교수의 연구가 학계에 어떠한 반향을 일으킬지 관심이 모인다.


한편 원숭이 기병대 연구를 담은 안 교수의 논문 '임진왜란 소사전투의 명 원군(援軍) 원숭이 기병대'는 연구모임 '문헌과해석'에서 공개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