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5 15℃ 서울
  • 15 15℃ 인천
  • 13 13℃ 춘천
  • 10 10℃ 강릉
  • 15 15℃ 수원
  • 17 17℃ 청주
  • 17 17℃ 대전
  • 13 13℃ 전주
  • 17 17℃ 광주
  • 16 16℃ 대구
  • 15 15℃ 부산
  • 16 16℃ 제주

"전 세계 유일" 30년만에 민둥산을 숲으로 바꾼 진짜 애국자 '나무박사'

국내보다 오히려 해외에서 유명하다는 대한민국의 진정한 애국자, '나무 박사' 현신규 박사를 소개한다.

인사이트기사와 관련 없는 자료 사진 / 영화 '고지전'


[인사이트] 황효정 기자 = "한국은 회생 불가능하다"


6·25 전쟁 이후 사막화된 대한민국 국토를 본 당시 UN의 평가다. 불과 몇십 년 전만 해도 우리나라 산은 나무가 거의 없는 민둥산이었다.


이후 반세기가 흘렀다. 오늘날 한반도 강산은 녹음으로 가득하다. 어떻게 된 일일까.


여기에는 우리가 잘 모르는 진정한 애국자의 피땀이 있다.


인사이트Youtube '대한민국 산림청'


'나무 영웅'이라는 별명으로 불리는 향산 현신규 박사(1911~1986)는 한국 최초의 임학박사다.


현 박사는 일제강점기 수탈과 6·25 전쟁 후유증을 겪으며 황폐해진 조국 땅의 산림을 보고 가슴 아파한다. 이후 푸르른 녹색을 되살리겠다는 다짐은 현 박사의 천명이 된다.


그렇게 집을 팔아 학비를 마련해가며 임학 공부에 전념한 이후 1952년, 현 박사는 소나무 하나를 개발한다.


당시에는 리기다, 테다 등 두 종자의 소나무가 있었다.


리기다소나무는 척박한 땅에서 잘 자라지만 생장 속도가 느리고 재질이 좋지 않다는 단점이 있었다. 테다소나무의 경우 재질이 좋고 생장 속도가 빨랐으나 추위에 약하고 비옥한 땅에서만 자랐다.


인사이트기사와 관련 없는 자료 사진 / Facebook 'Felix Finkbeiner'


현 박사는 이 두 소나무를 합쳐 '리기테다소나무'를 탄생시켰다. 리기테다소나무는 위 두 나무의 장점만 물려받아 추위에 강하고 척박한 땅에서도 잘 자랐다. 


이 나무 덕분에 한반도는 산림녹화의 초석을 다질 수 있었다.


이어 1953년에는 경사진 땅에서도 잘 자라고 오염에 견디는 힘이 강해 헐벗은 산을 녹화하는데 알맞은 '은수원사시나무'를 개발한다.


이처럼 우리 땅에 적합한 나무를 연구, 개발해 보급한 현 박사의 노력과 당시 정부의 지원으로 한국은 그간 무수한 나라가 실패했던 산림녹화에 성공한다.


현 박사가 진정한 애국자로 불릴 만한 이유는 더 있다.


인사이트기사와 관련 없는 자료 사진 / gettyimagesBank


1962년, 미국의회에는 다음과 같은 안건이 올라온다. "한국은 정치 상황도 불안하고 경제발전도 못 하니 도와줄 가치가 없다. 원조 예산을 삭감하자"


이때 현 박사는 한국에 대한 자금 원조가 헛되지 않았다는 '증거'가 된다. 


당시 미국 산림국은 현 박사가 개발한 리기테다소나무를 황폐해진 미국 북부 탄광 지역에 심어 좋은 결과를 얻고 있었다. 미국인들은 리기테다 소나무를 '경이로운 나무(Wonder Tree)'라고 불렀다.


실제 1963년 미국 상원의원 알렉산더 윌리는 다음과 같은 보고서를 제출하기도 했다. "한국에 '기적의 소나무'가 만들어졌다. 중요한 것은 미국 소나무와 달리 추위에 강하다"

 

결국 미국은 한국에 대한 원조 자금을 삭감하지 않았고, 한국은 이를 발판삼아 빠른 경제 성장을 이룩했다. 빠른 산림복원도 함께였다.


인사이트Youtube '대한민국 산림청'


시간이 흘러 1982년, 식량농업기구(FAO)는 한국을 "2차 세계대전 이후 산림 복구에 성공한 유일한 나라"라고 평가했다. 


실제 우리나라는 세계적인 산림 복구 성공 사례로 꼽힌다.


단기간에 국토녹화와 경제발전에 성공한 전 세계에서 유일한 국가, 우리가 살고 있는 대한민국. 현 박사가 없었다면 지금의 강산과 경제발전이 과연 있었을까.


나무와 나라를 사랑해 세계가 감탄한 기적을 만들어낸 현신규 박사는 생전 이같은 말을 남겼다.


"평생을 나무하고만 살아왔다. 그러다 보니 나무는 내 삶의 큰 부분을 차지하게 됐고 내가 나무 속에 있는지 나무가 내 속에 있는지조차 모를 느낌이 들 때가 많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