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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신한 딸이 제왕절개 후 하루아침에 식물인간이 됐습니다"

임신중독증으로 병원을 찾았다가 뇌수술 후 의식불명에 빠진 딸의 억울함을 풀기 위해 한 아버지가 병원 앞에서 1인 시위를 이어가고 있다.

인사이트사진 제공 = 송영용씨 


[인사이트] 황규정 기자 = 강동에 위치한 경희대학교 병원 앞에 현수막 하나가 붙었다.


임신중독증으로 신장혈장교환술을 받은 딸이 의식불명상태에 빠졌다는 한 아버지의 호소문이었다.


중환자실에 누운 딸은 보름이 넘도록 일어나지 못하고 있는 상황. 아버지 송영용씨는 "딸을 돌려내라"며 억울함을 토로하고 나섰다.


아버지 송씨에 따르면 사건은 3월 23일로 거슬러 올라간다. 올해 32살인 송나리씨는 임신 중독증 상태로 경희대병원을 찾았다.


상황이 심각해 곧장 제왕절개로 여아를 출산했다. 출산 후 경과를 지켜봤지만 부기는 빠지지 않았고, 지난 5월 9일 병원 측에선 신장 조직검사를 권했다.


수치가 높게 나오면서 고용량 스테로이드 충격요법과 면역억제제 투입이 시작됐다. 


3일간 송씨는 총 1000cc의 스테로이드를 주입하며 신장 수치를 지켜봤다. 하지만 수치는 전혀 내려가지 않았고 오히려 높아졌다. 혈압까지 올라간 상황.


결국 의사는 송씨 가족들에게 '신장혈장 교환술'을 권유했다. 빨리 시술하지 않으면 신장이 망가져 위험할 수 있고, 평생 투석을 하며 살아가야 한다는 설명도 덧붙였다.


인사이트사진 제공 = 송영용씨 


의사 말을 듣는 것 외에는 달리 방법이 없었던 송씨 가족은 혈장교환술에 동의했다. 상황이 안 좋은 점을 고려해 혈장교환술은 3회 정도 받을 것으로 의사와 이야기를 나눴다.


가족 측은 "혈압이 높은 것을 (의사에게) 물어보니 잡아가면서 시술 해도 된다고 했다"고 밝혔다.


첫 혈장교환술은 지난 5월 16일 이뤄졌다. 오후 2시 40분께 시술이 시작됐고 얼마 되지 않아 송씨의 첫 발작이 일어났다.


병원 측은 전해질 부족으로 일어날 수 있는 경우라 설명하며 투약을 이어갔다. 또다시 발작이 일자 잠시 혈장교환술을 중지한 병원은 이후 천천히 약물을 주입했다.


이후에도 여러 차례 발작이 일 때마다 양을 조절하며 시술이 진행됐다.


3시간에 걸친 혈장교환술이 끝나고 바깥으로 나온 송씨에게 또다시 발작이 찾아왔다.


그러자 의사는 그 모습을 동영상으로 촬영했다. 송씨의 어머니가 눈, 손, 발이 다 돌아가고 있는 광경을 두고 볼 수 없어 붙잡으려 하자 의사는 "동영상을 찍어 교수님에게 보여줘야 한다"며 어머니를 말린 것으로 전해졌다.


인사이트사진 제공 = 송영용씨 


7~8회 가까이 발작을 일으킨 후 병실에 옮겨진 송씨. 그런데 발작이 멈춰가던 중 송씨의 동공이 움직이지 않았다.


어머니가 이를 발견하고 간호사에게 말하자 간호사는 "의식이 약간 없을 땐 그럴 수 있다"고 답했다고 송씨 가족은 주장했다.


이후 CT 촬영에서 뇌출혈이 발견됐고, 의사는 이미 뇌세포가 많이 죽어 수술을 진행해도 살 수 있는 가능성이 없다고 가족들에게 말했다. 


급히 수술에 들어갔지만 결국 송씨는 15일 째 중환자실에 누워 의식을 회복하지 못하고 있는 상태다.


아버지 송영용씨는 인사이트에 "발작했을 때 제대로 조치만 했더라도 5~6시간 뒤에 뇌가 터져 의식 불명에 빠지진 않았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어버이날인 8일에도 가족들이 모여 다함께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건강했던 딸이 하루아침에 식물인간이 된 상태에서 어느 아버지가 가만히 있겠냐"며 도움을 호소했다. 


인사이트송씨 가족이 올린 청와대 청원 


반면 송씨 가족들의 주장과 달리 경희대학교 병원 측은 이미 송씨가 위급한 상태에서 병원에 도착했다고 설명했다.


해당 병원은 보도자료를 통해 "환자는 갑상선기능저하증 및 임신중독증 상태였으며, 급속한 신기능 악화로 고용량 스테로이트 충격요법 및 혈장교환술을 시행했다"고 밝혔다.


뇌출혈에 대해선 환자가 평소 앓고 있던 루푸스(외부로부터 인체를 방어하는 면역계가 이상을 일으켜 오히려 자신의 인체를 공격하는 현상)에 의한 혈관염 때문이라고 말했다.


무엇보다 임신중독증은 임신부 사망 원인 1위로 꼽히고, 급성신부전증 역시 사망률이 약 20%에 달한다는 자료를 들며 환자 상태가 심각했음을 강조했다. 


병원 관계자는 "환자가 의식불명에 빠진 것에 대해선 병원도 안타깝게 생각하고 있다"며 "다만, 환자 동의 하에 각 과정마다 할 수 있는 모든 조치를 취했으며 충분히 가족들에게 환자 상태와 경과를 설명했다"고 말했다. 


송씨 가족과 병원 측의 주장이 엇갈리는 상황에서 아버지 송영용씨는 관련 자료를 정리해 오는 6월 5일 경찰에 형사고발할 예정이라고 전해왔다.


아울러 사건 진행에 따라 법적 대응도 불사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