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전드'라고 놀림 받던 이승우, 그는 확실히 '난 놈'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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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사이트] 김지현 기자 = 이제 갓 성인이 된 스무 살짜리가 뭘 하겠냐는 전문가들과 축구 팬들의 걱정은 기우였다.


이승우는 확실히 '난 놈'이었고, 왜 자신이 '한국 축구의 미래'로 불리는지를 증명했다. 단 한 경기를 통해서 말이다.


지난 28일 오후 8시 대구 스타디움에서는 한국 축구대표팀과 온두라스의 A매치 평가전이 열렸다.


2018 러시아 월드컵 엔트리가 발표된 뒤 처음 치러진 이번 평가전은 신태용 감독과 대표팀 선수들에게 여러모로 중요한 경기였다. 신 감독은 좋은 결과를 거둬 월드컵에 대한 믿음을 국민들에게 심어줘야 했고, 선수들은 좋은 경기력을 보여줘 월드컵 최종 엔트리에 들어야 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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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만큼 많은 관심과 기대가 모아졌던 이날 경기에서 단연 눈에 띈 선수는 '이승우'였다.


사실 축구를 사랑하는 많은 이들은 대표팀에서 이승우의 활약에 큰 기대를 걸지 않았다.


촉망받는 유망주인 것은 맞지만 A매치 데뷔전인데다가 나이, 체구, 경험 등 많은 부분이 다른 선수들에 비해 부족하다는 평가가 지배적이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승우는 이런 걱정들을 환상적인 활약으로 단 번에 날렸다.


이날 경기에 왼쪽 미드필더로 선발 출전한 이승우는 전반 17분 상대 선수를 등지고 돌파하는 '지성턴'을 보여주더니 온두라스 페널리 에어리어까지 달려가 슈팅을 날렸다. 그의 돌파력과 과감함을 알 수 있었던 장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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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상적인 모습은 이뿐만이 아니었다. 전반 34분 파울 이후 공 소유권을 두고 상대 선수와 신경전을 펼쳤다. 기 싸움에 밀리지 않으려는 그의 모습은 '악바리' 이천수를 떠오르게 했다.


이밖에도 이승우는 공에 대한 집착, 적극적인 수비 가담, 날카로운 패스, 드리블 등 자신이 보여줄 수 있는 모든 것을 이날 경기에서 보여줬다.


이승우의 활약은 팬들의 박수를 받기에 충분했다. 형들 앞에서 위풍당당하고, 상대 선수의 도발에 지지 않고 맞서는 그의 모습은 팬들에게 자신의 존재감을 각인시키기에 충분했다. 쉽게 말해 합격점이 결코 아깝지 않은 데뷔전이었다.


이승우의 활약에 국내 매체들은 신이 났다. 박주영, 손흥민 이후 오랜 만에 성인 대표팀에 '보물'이 등장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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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이승우에 대한 매체들의 찬사가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한 가지 걱정되는 것이 있다. 바로 한 경기만 못해도 기류가 부정적으로 바뀌는, 즉 매체의 태세 전환이다.


이승우는 FC 바르셀로나 후베닐A 소속이던 2017년 6월 스포츠조선으로부터 '후전드(후베닐A에서 벗어나지 못했다는 것을 비꼬는 말)'라는 비난을 받은 바 있다.


또 헬라스 베로나 FC로 이적했을 때는 "딱 하위권 수준"이라는 비난을 받았고 대표팀에 깜짝 발탁됐을 때는 한 해설위원으로부터 "이승우가 왜 뽑혔는지 모르겠다. 그가 풍기는 분위기가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 실력과 개성을 무시당하는 발언을 들어야 했다.


사실 국내 매체와 '자칭' 축구 팬이라는 사람들은 그동안 이승우의 개성을, 그리고 그의 실력을 무시하는 발언을 서슴없이 해왔다. FC 바르셀로나 유소년팀 출신이라는 이유로 '다른 차원에 있는' 리오넬 메시와 비교했고 엄격한 잣대를 들이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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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중요한 것은 이승우가 축구계에서 아직 어린 '스무 살'이라는 것, 이 같은 대우가 너무 가혹하다는 것이다.


한 번 물어보고 싶다. '무리수'라는 생각은 안 드는지, 이제 시작하는 스무 살에게 너무 가혹한 대우가 아닌지, 고종수, 이천수, 박주영을 이 같은 방법으로 잃어놓곤 미안하지 않은지.


본지 기자를 포함해 우리 매체들은 이런 행태를 하루 빨리 고쳐야 하겠다. 언제까지 선수들을 기다려주지 않고 개성을 무시할 것인가, 또 언제까지 '아님 말고'라는 생각으로 기사를 쓸 것인가.


축구를 사랑하는 사람이라면 모두가 깊이 생각하고 반성해야 할 문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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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승우는 확실히 '난 놈'이다. 우리가 믿고 기다려준다면 그는 팬들의 믿음에 완벽히 보답할 선수라는 확신이 든다.


이는 한국 축구에 대해서도 마찬가지다.


월드컵을 보름여 앞둔 지금 "본선에서 3전 전패할 것이다"는 비관론이 나오고 있다.


그런데 이는 적절치 않아 보인다. 한국 축구가 그동안 부족한 모습을 보였고, 지금도 많이 부족한 것은 사실이지만 지금 대표팀 선수들에게 필요한 것은 이승우와 마찬가지로 '굳건한 믿음'이기 때문이다.


물론 대표팀 선수들이 국민들의 믿음에 보답해야 하는 것은 당연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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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로 우리 국민들은 무조건 '승리'를 원하는 것은 아니다. 지더라도 열심히 뛰는, 투지 넘치는 모습을 보여주는, 즉 결과보다 과정이 더 훌륭한 경기를 원하고 있다.


그러므로 우리 선수들은 이번 월드컵에서 최선을 다해 뛰어 한국 축구를 향한 비관론을 '낙관론'으로 바꿀 수 있어야 할 것이다.


어린 선수와 대표팀 선수들에게 굳건한 믿음을, 그리고 선수들은 국민들에게 기쁨을 주는 그런 긍정적인 한국 축구 문화가 하루 빨리 도래하길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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