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5 15℃ 서울
  • 15 15℃ 인천
  • 13 13℃ 춘천
  • 10 10℃ 강릉
  • 15 15℃ 수원
  • 17 17℃ 청주
  • 17 17℃ 대전
  • 13 13℃ 전주
  • 17 17℃ 광주
  • 16 16℃ 대구
  • 15 15℃ 부산
  • 16 16℃ 제주

"여친 살해한 군인과 격투하다 겨우 살아났는데 제가 '살인자'로 몰렸습니다"

죽다 살아났는데 오히려 피해자가 아닌 '살인자'로 내몰린 한 남성의 기막힌 사연이 전해졌다.

인사이트

Facebook '트리거-탐사보도스토리'


[인사이트] 황규정 기자 = 2년 전 여자친구를 살해한 군인과 격투를 벌이다 그만 군인을 숨지게 한 남자친구. 


자신은 정당방위라 주장했지만 세상은 그를 여자친구와 군인 모두를 죽인 '살해범'으로 몰아가고 있었다.


지난 3일 JTBC '트리거-탐사보도스토리'가 2년 전 발생한 공릉동 살인사건을 집중 조명했다. 


인사이트


인사이트Facebook '트리거-탐사보도스토리'


9년간 사귄 여자친구와 결혼을 두 달 정도 앞둔 2015년 9월, 당시 방에서 자고 있던 남자친구 양석주씨는 여자친구의 날카로운 비명을 듣는다.


방으로 나가보니 신원불명의 한 남성이 여자친구를 흉기로 찌르고 있었다. 놀란 양씨는 흉기를 들고 있는 범인과 격투를 벌였고, 이 과정에서 범인이 죽고 만다.


수사 결과 범인은 잠시 휴가를 나온 상병 장모(당시 20세)씨였다. 


인사이트


인사이트Facebook '트리거-탐사보도스토리'


그런데 얼마 뒤 한 매체에서 가택을 침입한 장 상병과 숨진 여자친구가 사귀는 사이였다며 '치정 살인사건'의 가능성을 보도했다.


급기야 한 방송사에서는 여자친구를 살해한 사람이 군인 장씨가 아니라 남자친구 양씨일 수 있다는 의혹을 제기한다.


숨진 장씨의 손에 칼로 공격할 때 생기는 상처가 없었다는 게 이유였다.


인사이트


인사이트Facebook '트리거-탐사보도스토리'


방송이 나가자 여론은 유일한 생존자인 남자친구 양씨에게 집중했다. 


양씨가 군인 장씨와 여자친구 사이를 의심하고 두 사람 모두 죽였다는 그럴듯한 가설도 만들어졌다. 해당 사건을 처음부터 재수사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양씨는 하루아침에 사랑하는 여자를 잃은 남자에서, 여자친구를 죽인 '살해범'으로 불리고 있었다.


인사이트


인사이트Facebook '트리거-탐사보도스토리'


방송사 측은 "다각도의 수사를 촉구했을 뿐, 결론부터 내린 적이 없다"고 해명했다. 제작진 역시 "피해자의 감정이라기에는 너무 냉소적이었다"며 오히려 양씨의 태도를 문제 삼았다.


지인들조차 양씨를 의심하자 그 무엇하나 기댈 곳도, 억울함을 풀 곳도 없어진 양씨는 은둔의 생활을 시작했다.


그리고 2년 뒤인 지난달 29일 검찰은 양씨에게 정당방위를 인정해 '죄 안됨' 처분을 내렸다.


인사이트JTBC 뉴스룸 


수사기관이 살해범에게 정당방위 처분을 내리는 것은 27년만으로 그만큼 굉장히 이례적인 사건이었다.


드디어 살인자의 오명을 벗고 억울함을 풀게 된 양씨. 하지만 양씨는 전혀 기쁘지 않았다.


죄가 안된다는 결론이 난 이후에도 여전히 사람들은 양씨를 살인범으로 바라보고 있었기 때문이다. 


인사이트


인사이트


인사이트Facebook '트리거-탐사보도스토리'


양씨는 이 모든게 자신을 마치 살해자로 의심하게 만든 방송사 탓이라고 생각했다. 방송사가 자신의 모습을 악의적으로 편집해 내보냈다는 것이다. 


그는 "아내가 죽었는데 파렴치하게 정당방위만 주장하고 있다는 식으로 방송을 내보냈다"며 "그게 제일 화가 나는 부분"이라고 말했다.


무보도 조건으로 인터뷰를 했지만 양씨의 발언은 제작진의 편집에 맞춰 전파를 타고 말았다. 


인사이트


인사이트Facebook '트리거-탐사보도스토리'


양씨는 지난달 19일 해당 방송사 제작진을 형사 고소했다. 고소장에서 양씨는 "공익성을 빌미로 여론재판, 여론살인을 가한 방송 프로그램에 대한 엄벌을 요청한다"고 밝혔다.


지난 2년간 그야말로 '생존'과 다름없는 삶을 살았던 양씨는 방송사가 정정보도를 할 때 '조작'이라는 단어를 쓰도록 하는 것이 목표라고 전했다.


한편 지난 2015년 9월 24일 새벽 육군 모 부대 소속 장모 상병은 술에 취한 채 예비부부의 집에 침입해 예비신부 박모씨를 살해했으며, 남자친구 양씨와 격투를 벌이는 과정에서 숨졌다.



예비신부 죽인 군인 격투 끝에 살해한 남성, 2년 만에 '정당방위' 인정자신의 집에 침입해 예비신부를 흉기로 살해한 군인을 격투 끝에 숨지게 한 남성이 사건 발생 2년 만에 정당방위를 인정받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