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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레버넌트'가 미국서 '19금 영화'인 이유

한국에서 15세 이상 관람가인 레버넌트가 미국에서는 미성년가 관람불가 판정을 받았다. 같은 영화에 대해 한국과 미국은 어떤 이유로 서로 다른 심의 기준을 적용할까.

via 영화 '레버넌트'

 

최근 극장가에는 2016년 최대 기대작 '레버넌트'가 흥행 열풍을 일으키고 있다. 잔뜩 기대감에 극장을 찾은 나는 영화 상영 내내 끙끙 앓는 옆 사람의 신음소리를 들어야만 했다.

 

꽤나 잔인하고 고통스러운 영화였기 때문이다. 영화는 상영시간 156분 내내 스크린에서 펼쳐지는 온갖 육체적·정신적 고통을 관객에게 고스란히 선사한다.

 

영화 품질 자체를 논하자는 것은 아니다. 또 15세 이상 관람가라는 사실이 거북하게 느껴진 것도 아니다. 다만 막이 내리고 나니 이 영화를 볼 청소년들을 향해 쓸데없는 노파심이 들었다.

 

via 영화 '레버넌트'

 

여기서 충격적인 것은 '레버넌트'가 미국 현지에서 청소년 관람불가인 'R등급'을 받았다는 사실이다. 반면 국내에서는 15세 이상 관람가로 개봉했다. 이를 두고 온라인상에서도 국내의 관람 등급이 '옳다' 혹은 '아니다'로 치열한 설전을 벌이고 있다.

 

레버넌트의 등급을 매긴 미국영화협회(MPAA) 측은 "피투성이 가득한 화면과 개척지 전투와 폭력에 대한 강렬한 묘사, 성폭행과 거친 언어, 짧은 누드 장면 등이 R등급을 매긴 이유"라고 전했다.

 

반면 영상등급위원회는 "한 남성의 처절한 복수 여정이 담긴 해당 영화가 청소년들이 이해하기에 어려움이 없는 수준"이라고 설명한다. 서양의 개척지에서 펼쳐지는 피비린내 나는 전투가 미국보다 한국 청소년에게 더 쉽게 이해되는 것일까?

 

via 영화 '빅쇼트'

 

최근 개봉한 영화 '빅쇼트'는 어떨까. 청소년 관람불가로 개봉한 한국과는 달리 미국은 17세 이상 관람가를, 캐나다는 14세 이상 관람가를 받았다.

 

한국에 비해 서양의 기준이 상대적으로 관대한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영등위의 일관성 없는 관람등급 판정은 관객들을 어리둥절하게 한다.

 

국내 영화에서도 마찬가지다. "저 오늘 웬만하면 그 쪽이랑 자려고요" 등의 자극적인 대사로 눈길을 끌었던 영화 '그날의 분위기'는 15세 이상 관람가를, 비슷한 소재의 영화 '극적인 하룻밤'은 19세 이상 관람가를 받았다.

 

via 영화 '그날의 분위기'

 

사실 영화 등급에 대한 논란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과거 필자의 학창시절에도 이런 이해할 수 없는 등급 평가로 당황했던 기억이 있다. 

 

2003년 당시의 화제작 '실미도'를 부모님과 함께 극장에서 관람했을 때의 일이다. 영화의 막바지 무렵 훈련을 받던 군인 중 일부가 부대를 이탈해 육지 마을에 사는 여성을 성폭행하는 장면이 나온다. 

 

영화 '실미도'를 설명하기 위해 분명 필요한 장면이었겠으나, 당시 사춘기였던 나는 부모님 앞에서 잠시 부끄러움을 느꼈다. 심지어 개봉 이후 해당 장면은 재편집되어 음란한 용도로 온라인에 나돌기도 했다.

 

via 영화 '실미도'

 

2006년 개봉했던 '달콤 살벌한 연인'은 반대의 사례이다. 나는 이 영화가 단지 미성년자 관람불가라는 사실만으로 잔뜩 기대하며 극장을 찾았다. 하지만 막이 내리고 극장을 빠져나오면서 '이 영화가 19금을 받은 이유가 대체 무엇일까' 골똘히 고민하게 했다.

 

영등위의 판단 기준은 무엇일까? 영등위는 주제, 선정성, 폭력성, 대사, 공포, 약물, 모방위험 등 7개 부문에서 유해 정도를 평가해 전체관람가, 12세 이상 관람가, 15세 이상 관람가, 청소년 관람불가, 제한상영가 등 5등급으로 분류한다. 이외에도 영등위가 수년간 지켜온 나름의 규칙과 노하우들이 있다.

 

그럼에도 무언가를 규정짓고 판단한다는 것은 사람의 주관이 들어가므로 분명 어렵고 힘든 일이다. 하지만 계속해서 등급에 대한 논란은 불거지고 있으며 납득하기 어려운 이유들이 근거로 제시되고 있다. 오죽하면 '운 좋으면 15세 이상 관람가'라는 말이 나돌 정도일까.

 


 

영화 제작자의 입장에서도 참 난감하다. 아무리 선정적이고 잔인할지라도 청소년 관람불가 등급을 피하는 것이 상책이니 당연히 영등위의 눈치를 볼 수 밖에 없다. 때문에 제작자 측은 불만이 있어도 볼멘소리를 겉으로 드러내기 힘들다.

 

극장보다는 스마트 기기나 IPTV 등을 이용해 영화를 시청하는 세대가 늘어나고 있지만, 여전히 극장을 찾는 학생들은 나이의 장벽에 부딪힌다. '전체 관람가'든 '청불'이든 영등위에게는 정확한 기준과 명확한 근거가 필요한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