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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이 15년 안에 월드컵에서 우승을 한다고요?

세계적인 감독이자 현재는 중국 프로축구 슈퍼리그 상하이 상강의 감독을 맡고 있는 스벤 예란 에릭손은 "중국이 10~15년 안에 월드컵에서 우승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스벤 예란 에릭손 상하이 상강 감독 / gettyimages

 

[인사이트] 김지현 기자 = "중국은 10~15년 안에 월드컵에서 우승을 할 수 있을 것이다!" 

 

중국 프로축구 슈퍼리그 상하이 상강의 감독 스벤 예란 에릭손(Sven Goran Eriksson)은 이런 말을 했다.

  

반응은 싸늘했다. 한국 누리꾼들은 월드컵도 제대로 못 나오는 나라가 무슨 우승이냐며 농담이 심하다고 입을 모았다. 말부터 던지기 전에 결과물을 보이라는 것이다. 

 

하지만 2016년 겨울 이적시장에서 중국 슈퍼리그가 보여준 움직임은 심상치 않았다.

 

중국 슈퍼리그(CSL)에서 축구팀을 운영하는 수많은 중국 대기업들은 천문학적인 투자로 '대륙 축구'를 과시했다. 

 

이런 배경에는 소문난 축구광으로 알려진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큰 역할을 했다. 시진핑 주석은 자신의 재임 기간 중 중국의 월드컵 본선 진출과 유치 그리고 우승을 이뤄내겠다며 '축구굴기(蹴球崛起, 축구를 통해 일어섬)'를 선언했다.

 

그의 말 한마디에 기업들이 화답한 셈이다.

  

약 570억원의 이적료에 광저우 에버그란데 FC로 팀을 옮긴 잭슨 마르티네스 / gettyimages

 

대륙의 축구 구단들은 선수들이 거절하기 어려운 엄청난 금액, 즉 '황사 머니'를 제안해 잭슨 마르티네스, 라베찌와 같은 유럽 빅리그 소속 선수들을 영입했다. 

 

이렇게 CSL이 이번 겨울 이적시장에서 사용한 돈은 2억 5,890만 유로(한화 약 3,360억원)로 전 세계에서 이적시장 규모가 가장 크다는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의 2억 4,730만 유로(한화 약 3,211억원)보다도 더 많은 금액을 사용했다.

 

축구를 향한 중국의 파격적인 행보에 축구계의 모든 스포트라이트는 자연히 대륙으로 집중됐고 전문가들은 "세계 축구 권력이 CSL로 이동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이것만 놓고 봤을 때는 일단 시진핑과 CSL가 원했던 '중국으로 축구계 관심 집중시키기' 전략이 성공했다고 볼 수 있다. 시장 홍보는 무엇보다도 중요하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실력은 어떠한가? 중국 축구대표팀을 비롯한 스타들을 영입한 CSL 소속 팀들이 국제무대에서 그만한 경쟁력을 보여준다고 말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gettyimages

 

먼저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를 보자. 

 

CSL 소속 광저우 에버그란데 FC가 최근 3년간 2번이나 우승을 차지하기는 했지만 이는 용병 파워와 세계적 지도자를 등에 업은 결과였다. 순수 중국 축구의 힘으로 우승을 차지했다고는 보기 어려운 결과였다.

 

특히 축구대표팀은 현재 큰 위기다. 최근 열린 AFC 23세 이하 챔피언십에서 3전 전패로 대회를 마감해 올림픽 진출이 좌절된 것은 물론 2018 러시아 월드컵 2차 예선에선 2경기만을 남겨둔 현재 3승 2무 1패를 기록하며 카타르, 홍콩에 이어 조 3위에 그쳤다.

 

이에 대해 중국은 "아직 시간이 필요하다"고 말할 것이다. 하지만 그들은 축구 강국으로 가는 '지름길'은 그 어디에도 없다는 사실을 모르는 것처럼 보인다.

 

'중동 메시' 오마르 압둘라흐만 / gettyimages 

 

중국과 비슷한 길을 걷고 있는 카타르를 예로 들어보자. 

 

카타르는 2022년 자국에서 열릴 월드컵을 대비해 프로축구리그 선수들은 물론 대표팀도 외국인 용병들로 구성하고 있다. 

 

이 배경에는 카타르가 원래 토착민족이 없는 이주민들의 나라라는 것이 크게 작용했지만 특급 용병들로 구성된 대표팀은 기대와 다르게 조직력이 와해된 모습을 보이며 국제무대에서 연일 망신을 당하고 있다.  

 

카타르의 이런 모습은 "축구 실력을 돈으로 살 수 없다"는 점을 반증하는 것인데 그렇다면 인적 자원이 넘치다 못해 흐르는 중국은 누구를 룰모델로 삼아야 할까?

 

바로 미래를 위해 유소년 육성에 거금을 투자하고 있는 중동의 석유 부국 '아랍에미리트(UAE)'이다.

 

현재 UAE는 유럽축구의 장점을 그대로 벤치마크한 철저한 클럽 시스템과 유소년 발굴 및 육성 시스템을 통해 발전을 꾀하고 있다. 

 

이들의 투자는 2015 호주 아시안컵에서 3위에 등극하며 결실을 맺었고, UAE 축구대표팀은 현재 '중동 메시' 오마르 압둘라흐만을 필두로 황금 세대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중국의 월드컵 출전은 2002년 한·일 월드컵이 처음이자 마지막이었다 / gettyimages

 

앞서 말한 것처럼 현재 중국 축구는 막강한 자금력을 등에 업고 겉으로만 화려해졌다. 

 

하지만 실력에 비해 고액의 연봉을 받으면서 현실에 안주해 기량이 정체하는 자국 선수들과 확실한 체계가 잡히지 않은 유소년 시스템을 정비하지 않는다면 중국 축구는 항상 제자리걸음일 것이다.

 

분명 스포츠 강국임에도 유독 구기 종목에 약해 "13억이 넘는 인구 중에 어떻게 제대로 된 축구선수가 없냐?"는 우스갯소리를 듣는 중국. 

 

아시아를 넘어 전 세계 강호로 군림하겠다는 중국 축구의 꿈이 실현되려면 먼저 돈으로 축구 실력을 사겠다는 전략을 과감하게 포기하고 '기초'부터 차곡차곡 실력을 쌓아올리겠다는 전략을 세워야 할 것이다.

 

오랜 기간 '잠자던 거인'이 기지개를 폈다고는 하지만 중국이 축구에 진정 눈을 뜨려면 아직 갈 길이 멀어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