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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선생님과 판사님은 '성폭행범'의 미래만 걱정하나요?

여중생을 집단 성폭행한 '일진 중학생'들이 솜방망이 처벌 받았다는 소식에 성범죄 피해 여학생이 눈물을 흘린 사연이 전해졌다.

tvN '시그널'

 

[인사이트] 정은혜 기자 = "가해자의 앞날을 걱정해주는 판결 내용을 보고 울었습니다"

 

27일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여중생을 집단 성폭행한 '일진 중학생'들이 솜방망이 처벌 받았다는 소식에 눈물을 흘린 한 여학생의 사연이 보는 이들을 먹먹하게 하고 있다.

 

사연에 따르면 A 여학생 역시 같은 반 남학생에게 성범죄 피해를 당했다. 

 

범죄 피해자가 된 이후 불면증, 자살충동, 대인기피증, 불안증, 우울증에 시달렸다. 결국 고민 끝에 가해 남학생에게 소송을 걸었다.

 

그런데 담임 선생님이 "음악을 사랑해 프로듀서의 꿈을 간직하고 있는 청년의 꿈이 꺾이지 않기를 바란다"며 법원에 탄원서를 썼다. 

 

황당해 하는 A 학생에게 담임은 "너나 그 녀석이나 똑같이 자기 제자고 똑같이 사랑한다. 그 녀석이 너한테 한 일로 앞으로의 꿈이 무너지는걸 두고 볼 수 없었다"고 말했다. 

 

범죄 피해를 떠안고 살아가야 하는 A양에게 담임 선생님의 이 말은 마지막 남은 하늘조차 무너지는 느낌을 들게 했을 것이다.

 

A 학생은 "그런 일이 있던 중 이번 솜방망이 판결 뉴스를 접하고 뭐라 말할 수 없이 우울해졌다"고 분노했다. 이런 사연을 접한 누리꾼들은 A양에게 위로의 말을 건네고 있다. 

 

gettyimagesbank

 

실제로 우리 사회에서는 갈수록 심해져가는 청소년 범죄로 인해 청소년법을 개정해야 하는 것이 아니냐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청소년들이 저지르는 성폭행, 살인 등의 범죄는 성인이 저지르는 범죄와 별반 무게가 다르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미래를 꺾을 수 없다'는 이유로 제대로 된 처벌을 받지 않는 일이 다반사다.

 

반면 범죄 피해자들은 이루 말할 수 없는 고통 속에서, 처벌 조차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 사회의 모습에 한 번 더 실망과 분노를 느끼며 '2차 충격'을 받는다.

 

피해자들은 범죄 트라우마로 인해 사회성도 떨어져가는데 가해자들은 사회의 '배려' 속에서 별다른 고통 없이 성인이 돼 잘 사는 경우가 부지기수이기 때문이다.

 

범죄자에게 1차 충격을 받고 사회로부터 2차 충격을 받은 범죄 피해자들이 사회 속에서 자신의 꿈을 펼치며 살아갈 수 있을까.

 

 

비단 청소년 범죄 뿐 아니라 성인 범죄에 대해서도 우리나라는 지나치게 가해자들에게 관대하다는 지적이 이어지고 있다.

 

특히 외국에서는 엄벌로 다스리는 아동청소년 강간의 경우, 우리나라 범죄자 10명 중 3~4명은 집행유예 선고를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아동청소년을 대상으로 강제추행, 성매수, 성매매 강요를 한 경우는 범죄자의 절반 가량이 집행유예를 선고받았다. 

 

얼마 전에는 가출 후 성폭행을 당한 여학생이 '떡볶이'를 화대로 받았다며 자발적 성매매를 한 것으로 결론 지어지는 황당한 판결도 있었다. 

 

gettyimagesbank

 

아동 청소년 대상은 물론이고 성범죄 가해자들에 대해 전반적으로 관대한 우리나라와 달리 해외에서는 가해자들을 엄벌에 처한다.

 

'수백년'의 징역을 선고하는 미국 등 서방 국가는 물론이고 인도네시아도 지난 25일 아동 성범죄자 처벌을 강화해 최고 '사형'까지 받을 수 있도록 처벌을 강화했다.

 

법원이 한 사람의 삶을 망가뜨리는 성범죄자들의 '미래'를 걱정해주면 피해자들은 대한민국에서 어떤 꿈도 펼칠 수가 없다. 

 

한국의 법원과 학교가 가해자의 미래가 아니라 피해자의 앞날을 먼저 걱정하고 배려하기를 간절히 바란다.

  

정은혜 기자 eunhye@insigh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