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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달 못 땄다고 고개 숙이는 한국 대표팀···이젠 그러지 말아요"

올림픽은 영웅을 탄생시키지만 그만큼 뼈아픈 패배를 겪는 사람도 많다.

인사이트


[인사이트] 정은혜 기자 = 올림픽은 영웅을 탄생시키지만 그만큼 뼈아픈 패배를 겪는 사람도 많다.


지켜보는 이들은 승리의 드라마에 열광하고, 패배에 아쉬워하며, 때로는 심판자의 입장으로 분노한다.


'팀플레이' 종목일 때는 더욱 그렇다. 승리를 거두면 상관 없지만 아쉽게 패배했을 때는 결정적인 실수를 한 사람에게 비판의 눈초리가 쏠리기 때문이다.


인사이트연합뉴스


지난 16일(한국 시간) 밤, 사람들의 기대를 한몸에 받았던 여자 배구 팀이 8강전에서 아쉽게 패배한 뒤, 이날 경기서 잦은 범실로 눈총을 산 박정아 선수가 그런 경우다.


물론 박 선수의 플레이에 아쉬움도 남고, 선수의 컨디션이 좋지 않음에도 교체하지 않은 감독의 선택도 의문이긴 하다.


하지만 시청자들의 반응이 '마녀사냥이다' 싶을 정도로 지나치게 느껴지는 것도 사실이다.


예를 들어 경기 직후 온라인 상에 퍼진 박정아 선수의 '범실률'이 그것이다.


인사이트박정아 선수 인스타그램


당초 온라인 상에는 박정아 선수의 범실이 23개에 달해, 거의 '한 세트'를 상대에게 내줬다고 봐도 무방하다는 내용의 글이 퍼졌으나 확인해 보니 이는 사실이 아니었다.


실제 박정아 선수의 범실은 16번에 그쳤다. 팀의 패배 원인 중 하나가 될 수 있지만 온라인 상에 퍼진 내용도 사실은 아닌 것이다.


'여자 배구 실패는 박정아 선수 때문'이라는 자극적인 게시물이 퍼지고 악성 댓글이 달리면서 박정아 선수의 SNS 계정은 비공개로 전환돼야 했다.


박정아 선수 뿐 아니라 온두라스와의 8강전 패배 후 조롱 섞인 댓글로 '도배된' 손흥민 선수도 마찬가지다.


인사이트박정아 선수의 인스타그램은 곧바로 비공개 처리됐다. 인스타그램


손흥민 선수는 이번 올림픽에서 활약을 해도 '군 면제 때문에 열심히 뛴다', 8강전 탈락으로 눈물을 흘려도 '군 면제 때문에 슬퍼서 운다'는 악플에 시달려야 했다.


승리로 인한 기쁨을 만끽해도 군대 면제와 관련된 댓글이 달렸고, 자신의 실책 때문에 팀이 패배하게 됐다고 생각해 서럽게 우는 모습이 포착되도 사람들은 군대 관련 댓글을 달았다.


심지어 '은메달'이라며 군번줄 사진을 댓글로 올리는 누리꾼들도 있었다. 


한국 사회에서 군 면제는 주목받는 이슈이긴 하지만 스포츠맨으로서는 수치스러울 수도 있는 댓글인 것이다.


인사이트연합뉴스


올림픽은 몇 시간을 짜릿하게 감상할 수 있는 '게임'이기도 하고 삶의 다양한 면모를 볼 수 있는 인간 드라마이기도 하다.


그런 올림픽에서 한국 선수들이 활약하고 때론 실수하고, 무너지는 모습에 관심을 갖는 것은 좋지만 그 도가 지나치지 않도록 주의하는 문화가 생겼으면 하는 생각을 갖게한 요즘이다.


결과도 중요하지만 도전 그 자체에도 큰 의미와 아름다운 정신이 있다는 사실을 국민들이 좀더 이해해주면 선수들의 어깨가 가벼워지지 않을까 싶다.


제발 다음 올림픽에선 우리 선수들이 메달을 따지 못 했다고 고개 숙이는 일은 없었으면 좋겠다.


정은혜 기자 eunhye@insigh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