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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일하다 죽기 싫어요" 편의점 알바생의 비참한 죽음

인사이트

알바연대알바노조 홈페이지


[인사이트] 서민우 기자 = 편의점에서 시급 받고 일하는 알바생들이 범죄에 노출될까 벌벌 떨고 있다.


최근 경북 경산의 한 편의점 알바생이 단지 비닐봉지 값 100원을 요구했다는 이유로 어처구니없이 살해당했다.


그의 목에 서슬 퍼런 칼날이 박혀 선명하게 붉은 피를 뿜어낼 때 옆에는 아무도 없었다.


이번 사건은 '어쩌다' 일어난 살인사건이 아니다.


홀로 가게를 지키는 편의점 알바생이 범죄 사각지대에 노출돼 있지만 그 동안 누구도 관심을 두지 않았다.


인사이트연합뉴스


"혼자 일하던 알바생을 흉기로 위협해 금품을 탈취", "야간에 편의점을 지키던 여성 알바생 성폭행한 주취자"


이러한 사건들이 이젠 특별한 뉴스가 아니다. 이미 보편적인 일상이 됐기 때문이다.


지난달 16일 경찰청에 따르면 지난해 편의점에서 발생해 적발된 강력범죄(살인·강도·강간)는 323건, 폭력범죄(상해·폭행·협박)는 1,543건에 달했다.


전국 편의점에서 하루 평균 '5건'의 범죄가 발생하는 셈이다.


전문가들은 알바생에게 폭언을 한 수준 정도는 대부분 신고를 안 해 편의점 범죄가 더 있을 것이라 예측한다.


인사이트연합뉴스


지난달 CU편의점 '가맹점'을 개업한 박모(26세, 남) 씨는 "가맹점 계약 당시 본사에 투자 예치금 명목으로 5천만 원의 높은 금액을 지불했지만 별다른 안전 인프라는 제공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또 본사에서 실제 제공하는 것은 포스기를 통해 전파되는 안전 관련 공지와 '112신고센터'로 연결되는 비상벨 등이 전부라고 한다.


박씨는 "알바생을 대상으로 한 강력범죄 대처법도 업주의 재량에 달린 수준"이라고 부연했다.


결국 홀로 남은 알바생들은 자신을 스스로 지키며 자동신고 전화기나 비상벨에만 의지해야 하는 실정이다.


인사이트알바연대알바노조 홈페이지


CU를 운영하는 BGF 리테일 본사 관계자는 "가맹계약 시 점주에게 안전에 관한 매뉴얼을 교육하고 있다"며 "구체적인 상황별로 대처법과 절차 등을 교육한다"고 해명했다.


또 일주일에 평균 2회 이상 본사 임직원이 가맹점에 방문해 안전과 관련한 사항을 전달하거나 사고에 대한 예방법을 교육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이러한 방법도 결국 표면적인 '예방책'에 지나지 않는다. 알바생이 일상적으로 노출되는 편의점 강력범죄에 실질적인 '보호책'이 되지 못한다는 것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본사 측이 가장 현실적으로 제공할 수 있는 대책은 사설 경호 업체와 계약을 맺어 가맹 편의점들을 직접 '순찰'하는 방법이다.


주 2회 수준의 본사 직원 '방문'에 그치는 것이 아닌 물리력을 어느 정도 행사할 수 있는 '사설 경호' 업체가 편의점들을 순찰한다면 우발적인 주취범죄 등은 줄일 수 있을 것이다.


인사이트(좌) 연합뉴스   (우) Gettyimagesbank


버스기사 폭행을 막기 위해 지난 2006년 4월 이후 설치가 의무화된 '시내버스 보호격벽'처럼 편의점 알바생에게도 '최후의 보루' 개념으로 보호 칸막이 등의 안전장치를 마련할 필요가 있다.


실제로 국토교통부 관계자에 따르면 버스 내 보호격벽 설치에 대해 세부적인 시행규칙을 고시한 이후 시내버스 내 강력 범죄 발생에 대한 기사들의 부담감이 줄었다고 한다. 


국회 차원에서도 사태의 심각성을 인지하고 이와 같은 법안을 제출할 필요성이 있다. 본사에서는 '형식적인 안전'만을 부르짖고 있기 때문이다.  


편의점 본사에서는 돈이 적게 드는 '범죄 예방 교육'으로 형식적인 흉내만 내고 있는데 이는 근본적인 예방책이 될 수 없다.


어느 정도 법적 강제성이 있는 안전장치를 제공하자는 주장은 그래서 설득력이 있다.


인사이트연합뉴스


대표적인 편의점 본사 4개 업체는 2010년 매출 총액 6조 7,621억 원에서 5년 만에 14조 5,953억 원으로 고속 성장하는 이례적인 전성기를 맞고 있다.


반면 2016년 편의점 알바생들이 6,030원의 최저임금을 받았다고 '가정'했을 때 주 40시간을 꼬박 일해야 한 달에 손에 쥘 수 있는 금액은 126만 원에 불과하다. (이 또한 주휴수당 등을 정상적으로 지급했을 때의 이야기다!)


100만 원이 조금 넘는 돈을 벌기 위해 이 땅의 청춘들이 '목숨'까지 걸어야 하는 상황은 없어져야 한다.


최근 몇 년간 가맹점 업주들과 알바생들 덕에 수 조 원의 매출을 올린 리테일 본사들이 직접 나서서 이제는 책임감 있는 자세를 보여줄 차례다.


서민우 기자 minwoo@insigh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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