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0 10℃ 서울
  • 10 10℃ 인천
  • 10 10℃ 춘천
  • 10 10℃ 강릉
  • 10 10℃ 수원
  • 8 8℃ 청주
  • 8 8℃ 대전
  • 9 9℃ 전주
  • 9 9℃ 광주
  • 8 8℃ 대구
  • 12 12℃ 부산
  • 14 14℃ 제주

'들개 소탕전 닷새' 명포수 투입에도 5마리만 포획

최근 5년간 포획한 들개만 417마리에 이른다. 서울에 있는 들개는 140마리 정도로 추정된다.

 

"온종일 한자리에서 기다리기도 하죠. 눈앞에 나타나도 조금만 이상한 낌새를 느끼면 곧바로 도망갑니다."


멧돼지나 노루를 잡는 사냥꾼의 얘기가 아니다. 서울에서 들개 소탕전에 나선 야생동물 포획 전문가인 방기정 씨의 말이다.

서울시는 이달 14일부터 들개 포획에 나섰다. 산과 들에서 주민 안전을 위협하는 유기견(들개)을 잡기 위해서다. 2주간의 들개 소탕에는 마취총을 가진 포획 전문가가 동원됐다.
 
포획작전 5일째인 18일까지 모두 5마리를 잡았다. 마취총과 포획틀로 각각 3마리, 2마리를 포획했다. 포획 목표가 50마리라는 점에서 그다지 좋은 성과가 아니다. 들개는 주택가, 산 등에서 매우 빠르게 돌아다니기에 추격하기란 거의 불가능하다. 포획틀을 보조 수단으로 활용하는 이유다.

명포수로 통하는 방 씨는 들개 포획의 어려움을 토로했다. "들개는 사람의 이상행동을 빠르게 감지하고서 경계를 취하므로 좀처럼 포획할 수 없습니다"

방 씨는 2007년부터 한국 야생동물생태연구소에서 포획전문가로 활동했다. 마취총으로 무수한 야생동물을 잡았음에도 이번 작전은 긴장의 연속이다.

그는 새벽과 밤에 집을 나선다. 인적이 드문 시간대에 경계심이 줄어든 들개를 발견할 확률이 높기 때문이다.

오전 4∼5시부터 오전까지 활동하다가 일단 귀가한다. 오후 8시께 다시 집을 나가 밤늦게까지 동분서주한다. 방씨는 이런 노력 끝에 이달 17일 새벽 첫 성과를 거뒀다. 55㎏의 대형 유기견 '그레이트데인'을 잡는 데 성공한 것이다. 포획의 비결은 기다림이라고 방씨는 전했다.

"일반 동물 포획이나 사냥처럼 추격하는 것은 불가능합니다. 들개가 주로 모이는 곳을 수소문한 다음 그곳에서 무작정 기다려야 성과를 낼 수 있습니다"

도심 주택가에서는 포획 방식이 전혀 다르다. 자동차 창문을 열어놓고 기다리다, 들개가 나타나면 조심스레 서행해서 25m 유효 사거리 이내로 접근해서 작전을 편다.

방씨는 "차에서 내려 걸어가면 들개가 더 심하게 경계하지만 차량을 운전하면 그냥 지나가는 것으로 생각해서 나를 의식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마취총은 단발이기 때문에 들개 무리가 나타나도 한 번에 한 마리밖에 잡지 못한다.

마취 주사기가 정확히 들개 엉덩이에 꽂히지 않으면 수 시간의 기다림은 수포가 된다.

바람이 불거나 풀이나 나뭇잎에 스치면 마취총의 명중률은 확 떨어진다. 방씨도 들개를 목격하고 포획하는 확률은 40%에 불과하다.

신고를 받고 출동한 소방관들 역시 들개를 잡는 데 애를 먹는다.

소방관들은 포획 망으로 퇴로를 차단하는 방식으로 잡는다. 사나운 개라면 '블로우건'(입으로 부는 총)으로 마취해 포획하기도 한다.

서울시가 들개 소탕에 나선 것은 유기견의 서식 범위가 크게 확대됐기 때문이다. 등산객이 몰리는 인왕산과 백련산, 관악산 등이 주요 서식지다.

최근 5년간 포획한 들개만 417마리에 이른다. 서울에 있는 들개는 140마리 정도로 추정된다.

서울시는 동물보호법에 따라 고통과 스트레스가 가장 작은 방법으로 포획해서 유기동물에 준해 보호한다.

시는 이번 작전에 2천500만원을 투입할 계획이나 포획이 워낙 어려워 목표를 달성할지는 쉽지 않아 보인다.

 

[ⓒ 연합뉴스,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