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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으로부터 나라 지킨 이순신 장군, 그런데 북한의 평가 보니 정말 처참합니다

1952년 임진왜란 시기 일본의 야욕을 꺾은 이순신 장군에 대한 평가는 대한민국과 북한에서 차이를 보이고 있다.

인사이트영화 '한산: 용의 출현'


대한민국에서 일어난 '이순신 신드롬', 북한에서는?


[인사이트] 함철민 기자 = 이순신 장군의 김한민 감독의 영화 '한산: 용의 출현'이 누적 관객수 700만을 돌파하며 인기를 얻고 있다.


한산의 인기는 이순신 장군을 향한 국민들의 관심과 사랑을 빼놓고 이야기할 수 없다. 


위태로운 나라를 구한 구국의 영웅 이순신 장군은 해방 이후 우리 민족의 자존심이 됐다. 서울 광화문 광장에 동상이 세워지고, 100원짜리에도 초상화가 그려졌다.


인사이트조선력사 / 통일부 공식 블로그


그렇다면 북한에서는 어떨까? 


2000년 도서교육출판사에서 펴낸 북한의 '조선력사'(고등중학교 제4학년용, 우리나라 중학교 2학년 정도)에는 이순신 장군에 대한 서술이 담겨 있다.


'임진조국전쟁에서 리순신, 곽재우 등 애국 명장들의 역할도 컸다. 특히 리순신 장군은 거북선을 완성하고 수군 병력을 강화하였으며 능숙한 전투지휘와 뛰어난 전술로써 일본 침략자들을 물리치는데 크게 이바지하였다'


인사이트1991년 북한 영화 '임진왜란' 속 이순신 장군 / KBS '남북의 창'


1905년 러시아 함대를 일본제국의 해군 제독이었던 도고 헤이하치로가 이순신 장군을 칭송했다며 "나라와 겨레의 운명을 위하여 목숨 바쳐 싸운 리순신 장군의 애국심과 공적은 우리 인민들 속에 길이 전해지고 있다"고도 쓰였다. 


그러나 이어지는 평가는 대한민국과 사뭇 다르다. 


'때문에 리순신 장군 같은 옛날의 이름 있는 장군들의 애국심은 물론 좋은 것이지만 인민이 주인인 사회주의조국을 위해 싸운 우리시대 영웅들의 진정한 애국심과는 거리가 먼 것이다'


인사이트김일성 초상화 / Wikipedia


북한에서 우여곡절을 겪은 이순신 장군


이나마도 과거에 비해 많이 좋아진 편이다. 이전까지만 하더라도 이순신 장군은 북한에서 우여곡절을 겪어야 했다. 


1967년 북한은 주체사상을 통치 이념으로 채택하면서 김일성을 제외한 그 누구도 명장이나 영웅으로 부각하지 않았다. 


1979년부터 1998년까지 총 50권으로 발간된 북한의 선전물 '김일성 저작집'에는 이순신 장군을 다음과 같이 깎아 내리고 있다. 


인사이트지난해 제8차 노동당 대회 경축을 위해 열린 대공연 '당을 노래하노라' 영상 / 뉴스1(조선중앙TV)


'지금 일꾼들은 마치도 리순신 장군을 우리 시대의 영웅보다 더 나은 위대한 인물로 묘사하려 하고 있다. 조국 해방전쟁 대 희생된 사람들 가운데 리순신보다 나은 사람들이 얼마든지 있다'


'리순신 장군을 비판적으로 보지 않고 그를 덮어 내세운다면 양반 영웅이나 출세주의를 선전하는 것밖에 되지 않는다. 리순신 같은 옛날 사람들보다도 오늘 우리 사회에서 산 모범으로 될 수 있는 영웅적인 인물들을 내세워 공산주의 교양에 많이 이용하여야 한다'


1988년 편찬된 '조선통사'에서는 이순신 장군을 양반지주계급으로 평가하며 이순신 장군의 애국심은 계급적 및 시대적 제한성에서 벗어날 수 없었다'고 평가하고 있다. 


인사이트영화 '한산: 용의 출현'


'영웅 이순신'의 귀환과 한계


앞서 언급한 교과서 속 이순신 장군에 대한 인식은 1990년대 중반 이후 불어오기 시작했다. 신격화되던 김일성이 사망하면서 북한 역사학계에 새로운 바람이 불어낙쳤기 때문이다. 


중국에서 개혁개방이 이뤄지고, 사회주의의 아버지라 할 수 있는 소련이 붕괴하면서 기댈 곳을 잃어버린 북한은 '조선민족제일주의'라는 명목하에 위인들의 업적을 재부각하기 시작했다. 


이순신 장군의 영웅적 일대기가 부각됐고, 김정일 국방위원장은 지난 2004년 방영한 KBS 드라마 '불멸의 이순신'을 즐겨본다고 이야기하기도 했다.


인사이트이순신 장군 동상 / 사진=인사이트


다만 한계는 여전히 존재한다. 사회주의 사상에 입각해 이순신 장군의 계급적, 시대적 한계에 대한 인식을 완전히 떨쳐버리지 못한 것. 


지금과 같은 인권 개념이 없던 당시, 백성은 왕을 섬기는 게 당연하였고 왕과 국가를 구분 짓는 것 또한 불가능했다. 오늘날 시민, 또는 인민이란 개념은 프랑스 혁명 이후에 생겨났다. 


한계를 꼽는다면 이순신 장군이 아닌 민주주의란 개념이 없던 시대적 한계일 뿐이다. 이순신 장군을 오늘날 사회주의의 시선에서 평가하는 것은 어디까지나 정치적 해석이란 지적이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