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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왔다고 맨 뒤로 쫓겨나"...스포츠센터 신규 회원들이 토로한 '텃세' 수준

취미로 즐기는 스포츠에 기존 회원들이 신규 회원을 괴롭히는 '텃세' 현상이 기승을 부리고 있다.

인사이트뉴스1


[뉴스1] 박재하 조현기 권진영 기자 = "여기 제 자리입니다. 다른 데로 가세요."


단체 요가를 배우는 직장인 박모씨(28)는 얼마 전 황당한 경험을 했다.


자리가 지정된 수업이 아닌데 몇몇 수강생이 "내 자리니까 비켜라"며 박씨를 밀어낸 것이다.


박씨는 "얼떨결에 한번 자리를 양보했지만 그 뒤로는 무시했다"며 "자리가 정해진 것도 아닌데 왜 그러는지 모르겠다"고 푸념했다.


취미로 즐기는 스포츠에 기존 회원들이 신규 회원을 괴롭히는 '텃세' 현상이 기승을 부리고 있다. 예약 독점 등 기존 회원의 텃세를 못견뎌 운동을 그만두는 신규회원도 적지 않다.


아쿠아 에어로빅을 배웠다는 이모씨(35)는 "오래 다닌 회원들이 자리가 정해져 있다는듯 앞 자리를 차지해 맨 뒤로 쫓겨났다"며 "아쿠아 에어로빅은 재밌었는데 그 꼴 보기 싫어 한 달만에 그만뒀다"고 한숨을 쉬었다.


줌바 댄스를 배우던 정모씨(42)는 "맨 앞줄에서 선생님의 동작을 잘 보고 배우기 위해 일찍 왔는데 늦게 온 선참 회원들이 자기들 자리라며 밀어냈다"며 "그런 규칙이 어딨냐고 따졌더니 오히려 화를 내더라"고 말했다. 정씨는 그들과 마찰을 빚다 수업을 그만두었다고 했다.


얼마 전 수영장에 다니기 시작한 대학생 배모씨(25)는 "실력 좋은 사람들이 속도를 잘 내기 때문에 먼저 출발하는데 오래 다닌 순서대로 출발한다고 하더라"며 "수영하면서 앞 사람과 계속 닿아 불편했지만 눈치가 보여 맨 끝에 섰다"고 어이없어했다.


인사이트뉴스1


신규 회원의 유입을 막기 위한 기존 회원의 자리 독점 현상도 있다.


직장인 김모씨(33)는 "아쿠아 에어로빅 동호회 회원들이 등록하려고 줄서면서 친한 사람이 오면 한 명씩 앞에 끼워주는 바람에 아예 등록할 수가 없었다"며 "2년이 지나서야 자리가 났다고 전화가 오더라"고 고개를 저었다.


배드민턴 레슨 사업을 준비하던 A씨(31)는 "배드민턴장을 지역 동호회가 독점하며 회원끼리만 게임을 하는 바람에 사업 계획을 접었다"면서 "배드민턴장에 예약 문의를 했지만 오히려 동호회쪽에 전화하라고 하더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공공 배드민턴장을 민간 동호회가 독점하는 게 말이 되나"고 목소리를 높였다.


더 심각한 문제는 이들의 텃세를 막기가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는 점이다. 익명을 요구한 스포츠센터 관계자는 "주의를 주면 더 완강하게 나온다"며 "오래된 회원들이 역으로 민원을 넣거나 수업을 방해하면 난감하다"고 설명했다.


김중백 경희대 사회학과 교수는 "님비 현상과 다를 게 없다"며 "공동체 안에서 타인의 자유와 권리를 존중하지 않는 공공성의 부족이 스포츠라는 미시 영역에서 나타난 것"이라고 진단했다.


김지호 경북대 심리학과 교수는 "기존 이용자들이 새 이용자를 경계하고 배제하면서 자신들의 이익을 지키려는 현상으로 보인다"며 "자신들만의 질서를 고수하는 것은 점점 열린 사회로 나아가는 시대 흐름에도 역행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