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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릴 때 계층 뛰어넘어 친구 사귄 사람이 커서 부자된다

가난한 집 아이라도 계층을 뛰어넘어 부자인 집 아이들과 더 많이 사귀는 경우 성인이 돼서 더 돈을 많이 번다는 사실이 확인됐다.

인사이트기사와 관련 없는 자료 사진 / gettyimagesBank


[뉴시스] 강영진 기자 = 지난 40년 동안 아동이 처한 재정 여건이 성인이 됐을 때 재정 여건을 좌우해왔다. 그러나 수십억 건의 소셜 미디어 자료를 분석한 대규모 연구에서 예외적 상황이 발견됐다고 미 뉴욕타임스(NYT)가 1일(현지시간) 보도했다.


가난한 집 아이라도 계층을 뛰어넘어 부자인 집 아이들과 더 많이 사귀는 경우 성인이 돼서 더 돈을 많이 번다는 사실이 확인된 것이다.


네이처지에 실린 이번 연구는 미국인 25~44세 사이의 성인의 84%에 달하는 7200만명의 페이스북 페이지를 분석한 것이다.


과거에도 일부 지역의 아이들이 소득 사다리를 뛰어넘는 사례가 발견됐지만 그 이유는 밝혀지지 않았다. 역대 최대 규모로 실시된 이번 연구는 부자와 가난한 사람 사이의 연계 강도가 다른 어떤 요인보다 크게 미래의 소득을 좌우한다는 것을 밝혀냈다.


연구결과가 갖는 의미는 매우 크다. 고소득 가정 출신 아동의 경우 친구의 70%가 고소득 가정 출신 아동인 경우가 많은데 저소득 가정 출신 아동들 가운데 친구의 70%가 고소득 가정 출신인 아동들의 미래 소득이 평균 20% 늘어나는 것으로 나타난 것이다.


연구자들이 경제적 연관도로 명명한 이 계층간 우정이 학교의 수준, 가족 구성, 직업, 인종 구성보다 앞서는 강력한 요인이다. 연구는 인간관계가 기회를 만들고 갈수록 확대되는 계층간 차이를 줄일 수 있음을 보여준다.


불평등과 경제적 계층이동 요인을 연구하는 하바드대 경제학자 겸 이번 연구 공동연구자인 라즈 체티는 "여러 계층이 섞여 사는 동네에서 성장한 아이들이 가난에서 벗어날 확률이 크다"고 말했다.


이 연구결과는 스쿨버스 운영, 다가구 주택, 소수인종 보호 등 여러 조치들이 한계가 있음을 보여준다. 사람들을 섞어 놓은 것만으로는 기회 균등의 효과가 크지 않은 것이다. 그보다는 섞여 있는 사람들 간의 관계가 중요하다.


공동연구자인 뉴욕대의 요하네스 스트뢰벨 박사는 "경제적 연관도를 형성하고자 하는 사람들은 여러 소득 계층의 사람들과 상호작용을 많이 한다"고 말했다.


인간관계망과 그로 인한 영향을 뜻하는 사회적 자본은 오랜 사회과학자들의 연구대상이었다. 1916년 사회적 자본이라는 말을 처음 사용한 사람은 웨스트버지니아의 학교 교장 해니펀이었다. 이후 연구자들은 어릴 때부터 교육을 많이 받고 부유한 사람들과 관계를 맺는 것이 대학 진학과 이후 경로에 대한 열망을 갖도록 만드는 것을 확인했다.


그러나 이번 연구는 이들 연계가 가능한 지역에 사는 것이 보다 나은 경제적 상황으로 이어진다는 점을 분명히 밝혀낸 첫 사례다. 연구가 분석한 페이스북상의 친구관계는 210억건에 달한다.


연구자들은 이름이 포함되지 않은 자료를 삭제하고 활발한 페이스북 이용자를 골라냈다. 이들을 우편번호, 대학교, 보유 전화 기종, 연령 등에 따라 분류했다.


모든 저소득 페이스북 이용자들에 대해 생존해 있는지, 또 소득이 많은 친구가 얼마나 있는 지를 확인했다. 그 결과 각 지역별 소득 수준을 파악할 수 있었다. 이를 납세기록을 토대로 특정 지역 저소득 아동들의 경제 전망을 측정한 기존 연구결과와 비교했다.


연구자들은 약 2000만명의 페이스북 이용자들의 출신 고등학교와 부모를 확인했다. 이같은 연계를 토대로 다시 분석한 결과 부모가 가난하거나 부자인 고등학생들 사이의 동창관계를 파악해 이 시기의 인간관계가 미치는 영향을 측정했다. 연구자들은 청소년 인스타그램 사용자들에 대해서도 같은 분석을 진행했다. 이를 토대로 형제들간 특정 지역으로의 이사 시기 연령 차이가 다른 이사 관련 요인보다 경제적 상황에 더 큰 영향을 미친다는 것을 밝혀냈다.


모든 연구 결과의 결론이 동일하게 나타났다. 부자와 가난한 사람들과의 관계가 더 많을수록 어린이가 가난을 벗어나도록 하는 요인이 동네로 나타난 것이다. 연구자들은 각 지역별 인종 분포, 소득 수준, 학교의 수준 등 다른 요인들도 분석한 결과 계층 상승에 아무런 영향이 없거나 미미한 영향만이 있음을 확인했다.


로버트 퍼트남 하바드대 정치학자는 "지난 50년 동안 미국에서 사회적 자본이 재앙적으로 감소돼 왔음을 감안할 때 이번 연구결과는 엄청난 것이다. 이번 결과로 미국을 개선하는데 큰 수단을 갖게 됐다"고 밝혔다. 이번 연구는 특히 다른 모든 요인들보다도 계층간 사회적 관계를 형성하는 것만으로 아동의 소득이 향상될 수 있음을 입증한 것이다. 이는 갈수록 지역 사회간 분화가 심해지고 경제적 배경이 비슷한 아이들끼리 같은 학교에 모이는 분화 현상에 대해 많은 것을 시사한다. 갈수록 미국 사회에서 부자들은 부자들끼리, 가난한 사람들은 가난한 사람들끼리만 친구가 되고 있기 때문이다.


연구는 저소득층 주민들이 고소득층 주민들보다 지역사회에서 친구를 더 많이 만든다는 점도 밝혀냈다. 다만 가난한 동네에서 부자를 사귈 기회는 매우 제한됐다.


비슷한 수준의 사람들끼리 어울리려는 건 인간의 본성이다. "끼리끼리 모인다"는 말이 나오는 이유다. 또 여러 계층간 연계가 활방한 지역의 사람들도 인종이 같은 경우에 더 많은 관계가 형성된다. 그러나 이번 연구는 인종의 영향을 직접적으로 평가하지 않았다. 페이스북 자료에서 확인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다만 인종적으로 다양한 지역일수록 다계층간 관계 형성이 적게 일어난다는 점이 확인됐다.


그러나 연구자들은 인종의 요인을 감안하더라도 계층간 관계 형성이 소득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요인이라는 점은 달라지지 않음을 확인했다. 모든 주민이 백인, 흑인 또는 히스패닉인 지역에서 경제적 연관도가 높을수록 소득 증가율도 높아진 것이다.


연구자들은 모든 계층의 사람들간 관계 형성이 비슷한 정도로 이뤄지고 우정이 평생동안 이어지는 고등학교에 연구를 집중했다.


예컨대 캘리포니아 페어필드의 안젤로 로드리케스 고등학교는 일반적인 공립고등학교보다 여러 계층의 학생들이 어울리는 곳이다. 새크라멘토와 샌프란시스코 중간에 있는 이 학교는 인종적, 경제적으로 다양한 지역으로 로드리게스 고등학교 학생 2000명의 70%가 유색인이다. 이 학교는 부유한 지역에 위치하지만 먼 곳에서 오는 학생들이 많은 곳이다.


일반적으로 인종적, 경제적으로 다양성이 큰 학교의 경우 계층간 관계 형성이 적게 일어난다. 그러나 로드리게스 고등학교는 계층간 관계형성을 의도적으로, 무의식식적으로 장려했다. 중앙도서관 주변에 산책로가 있고 그 밖으로 무대와 마당을 배치한 학교 캠퍼스가 이런 관계형성에 도움이 됐다.


또 수업도 2개 학급이 매 이틀마다 2시간씩 함께 하도록 시간표를 짰다. 덕분에 여러 계층의 학생들이 어울릴 기회가 크게 늘어났다. 성적별로 학급을 구분해 우수학생을 별도로 편성하는 것은 이런 효과가 적다. 또 과외활동 활성화도 여러 계층의 학생들이 어울리도록 촉진했다. 이 학교 학생들은 절반 이상이 과외활동에 참여한다. 덕분에 학생들은 인종별로 모이기보다 운동이나 밴드 활동 등 취미에 따라 집단을 형성했다.


또 좋은 성적을 올려 대학에 진학하는 것을 목표로 진학한 학생들과 그렇지 않은 학생들이 섞이면서 이 학교에선 대학 진학이 표준이 됐다. 일종의 성공문화가 자리잡은 것이다.


연구자들은 로드리게스 고등학교의 사례가 고등학교 이후의 집단에도 적용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예컨대 대학교에서도 여러 출신 배경의 학생들을 기숙사 룸메이크로 배치하는 방식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예일대학교가 이런 방식을 택하고 있으며 소수의 그룹이 4년 내내 같은 기숙사 룸메이트로 대학생활을 보내도록 하고 있다. 이에 따라 저소득 계층 학생들이 더 많은 계층간 관계형성 기회를 갖게되는 것이다.


대규모 주립 대학의 경우 학생들이 직접 룸메이트를 지정하거나 아니면 캠퍼스 밖의 그리스형 기숙사(특정 계층끼리 모이는 기숙사)를 골라 머무는데 이는 계층간 관계형성을 줄인다. 학부 학생의 3분의 1 이상이 그리스형 기숙사에 머무는 미시시피주립대의 경우 학생들의 여러 계층간 관계 형성이 가장 낮은 곳이다.


도시의 경우 중앙에 공원 등 무료로 운영되는 공동체 활동 지역을 배치함으로써 계층간 관계형성을 촉진할 수 있다. 도서관에 라디오 방송국, 집필실, 카페, 공동작업실, 도구 도서관 등을 배치하고 고소득층 주민들이 저소득층 주민들을 위한 주요 서비스를 제공하는 프로그램을 운영함으로써 여러 계층이 같은 공간을 공유하도록 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