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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죄도시 마동석 현실판"...범죄자 1천명 수갑 채운 레전드 형사의 정체

30년간 현장을 누비며 범죄자 1천 명을 검거한 '강력계의 레전드' 이대우 형사의 인터뷰가 전해졌다.

인사이트뉴스1


[뉴스1] 김규빈 기자 = 범죄자 1000명에 수갑을 채운 경찰관이라고 하면 일반인들은 영화 '범죄도시 2'에 나오는 근육질의 형사 마동석을 떠올리기 쉽다.


그러나 30년간 현장을 누빈 '강력계의 레전드' 이대우 형사의 모습은 상상과는 사뭇 달랐다.


이대우 서울 동대문경찰서 수사과장(56)은 자타공인 '범죄사냥꾼'이다.


2년간 미제사건으로 빠졌던 '제주도 강도살인사건'을 해결했고, 교통사고로 묻힐 뻔한 보험살인 사고만 수차례 찾아냈다. 범죄자를 잡기 위해서라면 드론, 유튜브 등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것으로도 유명하다.


추적 수사 전문 수사관인 그는 경찰 수사연수원에서 수사 기법을 강의했고, 대통령 근정포장까지 받았다.


그는 지난 2020년 7월 범죄자 1000명 이상을 검거한 노하우를 담은 책 '다시 태어나도 경찰'을 집필하기도 했다.


뉴스1은 지난 14일 서울 동대문구 청량리동 서울 동대문경찰서 사무실에서 이대우 수사과장과 마주 앉았다.


이 과장은 변해가는 범죄 수법에 따라 수사기법도 달라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범죄자들의 인권을 침해한다는 등 원성이 거세질 수도 있고, 범죄자들이 계속해서 수사를 받게 되면 내성이 생겨 범죄를 숨기는 테크닉이 발달하기도 한다"며 "자칫하면 진실은 밝혀내지도 못한 채 고생만 하다가 헛물켜기 십상이다"고 강조했다.


이 과장은 경찰 최초로 유튜버 겸직 신청을 하기도 했다. 자신의 유튜브 채널인 '범죄사냥꾼'을 활용해 조직폭력배 10명을 검거하기도 했다. 이 과장은 "처음에는 정보를 얻기 위한 목적으로 유튜브를 활용하다가 '조폭 유튜버'를 잡기 위해서 본격적으로 유튜브를 시작했다"고 밝혔다.


이어 "전과가 있는 조폭들이 온라인 상에서 모욕, 명예훼손은 물론이고 본인의 범죄를 자랑하며 후원을 받는 일이 비일비재하다는 제보를 듣고, 춘천서 형사과장으로 근무하던 2019년부터 2년간은 수사에 나서기도 했다"며 "조사해 보니 아직까지도 그들은 유튜브 수익을 차명으로 돌려놓고, 본인은 기초생활수급자로 등록해 둔 경우도 있었다"고 덧붙였다.


검·경수사권 조정으로 과거보다 경찰 수사가 더디게 진행된다는 비판에 대해서는 단호한 입장을 보였다. 이 과장은 "지금까지 경찰은 수사의 93%, 최근에는 거의 98%까지 수사를 하고 있다"며 "10건 중에 9건 넘게 해온 셈인데, 가끔 1건이 추가된다고 해서 큰 영향이 있겠습니까. 검찰에서 하는 수사를 경찰에 맡길 수 없다는 걱정은 기우라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수사의 노하우라는 것이 있다. 필요에 따라 전문가들을 파견받는다면 수사력을 한층 높일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마지막으로 그에게 혹시 올해 목표가 범죄자 2000명 검거가 아닌지 묻자, 그는 웃어 보이며 손사래를 쳤다. 이 과장은 "수사형사를 하면서 목표했던 게 처음으로는 강력팀장(반장)을 해보는 것이었고, 둘째로는 1년 만에 팀원들을 특진시켜보는 것이었다"며 "첫번째 꿈은 이뤘고, 사건 복이 있어서 그런지 두번째 꿈도 이뤘다. 한 단계 한 단계 매일 목표를 잡고 노력해 나가고 있다"고 강조했다.


-최근 개봉한 영화 '범죄도시2'는 어떻게 보셨는지.


현실과 과거과 공존한다고 느꼈습니다. 사실 "진실의 방으로" 라는 마동석씨의 대사는 과거 있었을 수도 있던 대사들에 불과하죠. 만일 지금 그렇게 한다면 '악당' 대신에 경찰이 감방에 가야 할 일이 생길 수도 있습니다. 물론 마동석씨같이 근육질의 형사들은 요즘에도 있습니다. 체격이 큰 후배들이 들어오면 사실 든든합니다.(웃음)


-수사했던 사건 중 가장 기억에 남는 사건은 무엇인가요


보험 살인 사건들이 기억에 남습니다. 예전에는 종합 보험 외에 자동차 운전 보험이라고 따로 있었는데요. 피해자 위주가 아니라 가해자 위주로 보상을 해주는 게 있었어요. 그걸 악용해서 고령의 노인들을 차로 들이받아서 살해하고 보험금을 타내는 경우가 있었습니다. 피해자 가족들도 교통사고인 줄 알았는데, 끈질기게 달라붙어서 수사를 해보니 살인 사건이더군요.


-수사에 여러 장비를 활용한다고 들었습니다.


가짜 세제를 유통하는 공장이 있었는데, 공장이 허허벌판 외진 곳에 있는거죠. 멀리서 보면 잘 보이지 않고, 가까이 가면 (범죄자들이) 눈치를 채고 도망가잖아요. 그래서 드론을 활용하는 게 좋겠다고 생각했죠. 수백만원에 달하는 드론을 직접 할부로 구매하고 이후에는 드론 면허도 취득했죠. 그렇게 가짜 세제 공장 두 곳을 박살냈습니다.


-드론으로 범죄자를 검거했을 때 반응은 어땠습니까.


깜짝 놀라죠 다들. 2019년 강원도에서 근무할 때 경기도 근교에서 대마 공장을 누군가 차렸다는 첩보를 들었거든요. 공장 주변에 드론을 띄워서 영상을 찍고, 차량 번호판을 다 찍었죠. 이후에 용의자를 검거하자 깜짝 놀라더군요. '이 과장님 있는 곳에서 마약을 팔면 바로 잡힐 것 같아서 거기는 피했는데 잡히다니' 하면서요.


-'소 뒷걸음 치다가 쥐잡은 것'처럼 쉽게 해결되는 사건은 없습니까.


가끔 가만히 앉아 있어도 범죄자가 제발로 걸어들어오는 경우가 있습니다. 마약하는 사람들은 환청, 환각을 많이 느끼거든요. 자기 주변에 있는 사람들이 다 형사라고 생각하고, 자기를 미행한다고 강박을 갖게 됩니다.


그래서 압박을 받다보면 갑자기 경찰서로 뛰어들어옵니다. 처음에는 '왜 왔어요?'라고 물어보죠. 근데 말하는 걸 보면 (약쟁이라는 걸) 직감하죠. 제발로 찾아왔기 때문에 대부분은 다 시인합니다.


-경찰관이 천직이신가 봅니다.


실업계 고등학교를 졸업한 후 군대를 다녀왔습니다. 이후 어떤 일을 해도 3개월을 넘긴 적이 없었습니다. 운전기사, 염색공장 영업사원, 과일 노점상까지 안해본 일이 없지만 얼마 못가서 관뒀죠. 의무 경찰로 지내면서 경찰을 가까이에서 봐왔고, 형사계장의 차를 몰아보면서 형사에 대해 잘 알게 됐습니다. 여러 직업을 돌아서 스물세 살에 운명처럼 경찰관이 됐죠.


-최근 쓰신 책의 제목이 '다시 태어나도 경찰'입니다. 진짜 경찰이란 무엇일까요.


제가 경찰의 'FM(표준)'이라고는 생각하지 않습니다. 피해자들을 보고 가슴 아파하고, 연루된 범인을 잡으려고 최선을 다하는 사람, 사명감이 충만한 사람이 해야 하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듭니다. 무엇보다도 가슴이 따뜻한 사람이 경찰을 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