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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로 학교 가본적도 없는데 '학생회장' 돼 멘붕온 21학번 학생들

일상회복이 되고 난 후의 대학생활이 오히려 걱정인 21학번 학생들의 사연이 전해졌다.

인사이트지난해 3월 경북의 한 대학 캠퍼스 모습 / 뉴스1


[뉴스1] 서한샘 기자 = "'대면이 이뤄질지도 모르는 학번'의 학생 대표자가 된 게 걱정이에요. 일상회복이 되면 20학번도 경험 못하고 19학번도 주도해보지 못한 대면 행사들이 늘어날까봐…."


올해 서울 소재 한 사립대에서 과 학생회장을 맡게 된 21학번 문수지씨는 일상회복이 되고 난 후의 대학생활이 오히려 걱정이다.


교육부가 새 학기부터 대면수업 정상화와 함께 학생자치활동 공간 개방·학생 간 교류 지원 등을 강화하겠다고 밝히면서 그동안 멈춰왔던 대면 행사 등을 치를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지금 문씨는 대면 상황에서의 학생회 운영 방법에 대해 정보를 얻을 구석이 마땅히 없는 상황이다.


바로 위인 20학번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유행 시기에 대학생활을 한 데다 19학번도 주도적으로 학생회를 이끌기 전에 코로나19 사태를 겪어야 했다.


문씨는 대면 행사를 경험이라도 해본 19학번 선배들에게 학생회 구성원이 돼 달라는 부탁을 해야 하나 고민하고 있다.


코로나19 3년차에 들어서면서 이른바 '코로나 학번'이 학생회 대표자 자리를 맡기 시작했다.


15일 대학가에 따르면, 학생회 명맥을 유지하려는 이들의 행보를 반기는 한편 학교생활을 제대로 해보지 못한 학생들이 대표자 자리를 맡는 데 대한 우려도 뒤따르고 있다.


통상 대학교 학생회의 경우 총학생회장에는 학교생활 경험이 많은 4학년 학생이 출마한다.


이외에 대다수 단과대 학생회나 과 학생회에서는 이들보다 늦게 입학한 2~3학년 학생들이 대표자가 되곤 한다.


코로나19로 인해 주로 비대면 학교생활을 해온 이들이 학생회의 주축을 이루면서 대학가 학생회에선 잡음도 심심치 않게 나오고 있다.


전반적인 학생회 활동 퇴조 움직임 속에서 선거시행세칙과 학생회칙 등에 대한 잘못된 해석으로 혼란을 겪는 경우는 이전부터 있었지만, 코로나19 이후 그 빈도가 잦아졌다는 반응도 나온다.


서울의 한 사립대 학생회에 몸담았던 박모씨(23)는 "코로나19 상황 속에서 소통이 원활하지 않다보니 회칙 등 세세한 부분을 챙기지 못하는 모습이 더 부각돼 나타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일례로 서강대에서는 지난해 12월 학생회 선거 과정에서 선거시행세칙 해석에 문제가 생겨 재투표를 진행해야 했다.

 

당시 선거운동본부 연합은 입장문을 통해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의 선거인 명부 작성 오류로 선거권이 없는 휴학생이 투표에 참여했다"며 "이후 진행된 재투표 중에도 유권자 수가 변경되면서 개표 가능 투표율에 못 미치는 선거 단위가 다수 발생했다"고 주장했다.


연세대의 한 단과대에서는 학생회칙에 대한 잘못된 해석으로 단과대 소속 성평등위원회의 위원을 모집하는 데 차질이 빚어지기도 했다.


학생회 선거 무산으로 들어선 비상대책위원회가 본인들의 권한이 아니란 걸 인지하지 못한 채 성평등위원회 위원을 모집하려다 하루 만에 철회한 것이다.


이 같은 문제가 불거지면서 코로나19 속 학생회 활동에 우려가 나오지만 일각에선 학생회가 이어지는 것 자체가 의미 있는 것이라는 반응도 나온다.


박씨는 "최근 학생 대표자들이 코로나19로 인해 특히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 같다"며 "그래도 학생사회의 위기라는 말이 수년간 지속되고 있는 지금 명맥을 이어가려는 움직임이 있는 것 자체에 의미가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이규상 고려대 총학생회장은 "오프라인 행사나 코로나19 이전 분위기를 경험 못했던 학생들이 대표자가 돼 어려움이 있기는 하다"며 "과·단과대 단위를 잘 도와 학생사회 문화나 전통이 끊어지지 않게끔 역할을 하려고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