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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옷소매' 감독 "이준호 늘 완벽하게 숙지...촬영장에선 대본 안볼 정도"

'옷소매 붉은 끝동' 정지인 감독이 이준호가 완벽하게 대본을 암기하고 촬영 현장에 온다고 밝혔다.

인사이트MBC


[뉴스1] 장아름 기자 = MBC가 사극 '옷소매 붉은 끝동'(극본 정해리/연출 정지인 송연화/이하 '옷소매')로 오랜만에 '드라마 명가' 타이틀을 되찾았다. 지난 1일 17부로 종영한 '옷소매'는 5%대의 시청률로 출발해 7회만에 마의 10%대를 돌파했고, 최종회에서 17.4%(닐슨 전국 기준)의 자체최고시청률을 달성했다. MBC의 드라마가 10%대를 넘긴 것은 지난 2019년 1월 종영한 '나쁜 형사' 이후 약 2년만이다.


과거 명성을 누렸던 드라마국이 장기간 시청률 침체를 겪었던 만큼, '옷소매'는 오랜만에 MBC에 유의미한 성과를 남긴 작품이 됐다. 연출을 맡은 정지인 감독은 "사내 동료들의 연락을 많이 받았는데 드라마본부 선후배들의 격려와 함께 고맙다는 연락이 가장 반가웠다"며 "특히 후배들에게 자부심과 자신감을 안겨 줄 수 있게 되어 뿌듯했다"고 기쁜 마음을 털어놨다.


정지인 감독은 '자체발광 오피스' '손 꼭 잡고 지는 석양을 바라보자'를 연출했던 감독으로, 사극 연출은 '옷소매'가 처음이었다. 그는 "다 그만두고 도망가고 싶었던 적이 한두번이 아니었는데 끝까지 포기하지 않았던 연출부와 미술팀 덕에 실체가 없던 내용들을 현실감 있게 구현할 수 있었다"며 시행착오를 겪었던 사실과 이번 과정이 소중한 경험으로 남았다는 사실도 털어놨다.


무엇보다 '옷소매'는 지난해 MBC 최고 시청률을 달성했을 뿐만 아니라 올해의 드라마상과 남녀 주연배우 모두 최우수 연기상을 받는 영광을 안았다. 정지인 감독은 "이 정도까지의 반향은 전혀 생각하지 못했다"며 "감당하기 힘들 정도로 사랑해주신 모든 분들께 다시 한번 감사 드린다"고 드라마에 대한 시청자들의 뜨거운 사랑에 진심으로 감사의 인사를 전했다. 정지인 감독과의 서면 인터뷰를 통해 그간 많은 호평을 받았던 '옷소매'와 관련한 다양한 비화를 들어봤다.


인사이트MBC '옷소매 붉은 끝동'


<【N인터뷰】①에 이어>


-드라마의 인기를 견인한 요인은 두 배우의 연기력이기도 한데요, 이준호와 이세영의 로맨스 연기를 현장에서 지켜보신 소감이 궁금합니다.


▶둘 다 쉽게 만족하지 않는 배우들입니다. 배려심도 많고 상대방과의 연기 합을 누구보다도 중요하게 생각하는 사람들입니다. 감독의 입장에서 만날 수 있는 최고의 조합이었습니다. 특히 멜로물에서는 두 배우의 합과 케미가 중요한데, 세영씨와 준호씨는 리허설 중 끊임없이 상의하며 어떤 식으로 연기를 할 지에 대해 상대방과 맞춥니다. 물론 그 사이에는 세상 희한한 장난도 섞여 있기 때문에 정신을 똑바로 차려야 했습니다. 웃다가 정신 못 차리는 적도 많았습니다. 새삼 저렇게 장난 치다가도 슛을 들어가면 산과 덕임이 되어 초집중하는 모습에 언제나 감탄했습니다.


-또 각 배우의 연기력과 현장에서 배우로서의 모습에서 특별한 점을 느낀 부분도 있을까요.


▶장난스러운 모습과는 다르게 세영씨는 절대 대본을 손에서 놓지 않습니다. 언제나 들고 다니며 뭔가를 잔뜩 적어놓고 리허설 중에도 계속 메모를 하더군요. 스스로 연기가 만족스럽지 않으면 제가 오케이를 해도 다시 찍고 싶다고 꼭 얘기를 합니다. 이유가 명확하고 새로운 걸 보여주고 싶은 배우의 요구를 거절할 감독은 많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다른 배우들과 다르게 모니터링은 따로 하지 않습니다. 이유를 물어보면 감독님이 알아서 할 테니 본인은 안 봐도 된다고 합니다. 최선을 다해 표현하고 감독에게 최대한 많은 선택지를 안겨주는 연기자입니다. 가끔 근로 시간에 쫓겨 세영씨가 다시 찍고 싶을 때마다 어쩔 수 없이 넘어가야 하는 순간이 가장 안타까웠습니다.


준호씨는 현장에서 어지간하면 대본을 보지 않았습니다. 언제나 완벽하게 숙지하려고 하는 스타일이었고 모든 걸 준비해서 현장에 나타납니다. 대사를 외우는 게 어렵다고 얘기하면서도 긴 대사량을 막힘 없이 술술 하면서 감정 연기도 섬세하게 하는 걸 보면 대단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리고 촬영이 끝나면 언제나 물어봅니다. 본인 연기가 어땠는지에 대해. 너무 좋았고, '오늘 이신 완전 찢었고 아까 찍은 그 커트는 꿈 속에 나오겠다고' 얘기해도 언제나 아쉬워하는 눈빛이었습니다. 내가 뭘 놓친 게 아닌지 편집실에 가서 또 확인하게 만드는 연기자입니다.


두 배우가 욕심껏 연기한 산과 덕임을 많은 분들이 사랑해주셨습니다. 저 역시 많이 사랑했습니다. 아직 보낼 준비가 안 됐는지 방송이 끝난 지 일주일이 넘었는데도 꿈 속에 산과 덕임이 계속 나옵니다. 산과 덕임의 행복한 순간이 영원이 되었듯이 이준호와 이세영이 앞으로 언제나 행복하길 바랍니다. 


인사이트MBC '옷소매 붉은 끝동'


-'옷소매'가 그린 이산은 군주의 자질을 갖춘 왕이면서도 인간적인 면모가 있고, 로맨티시스트인 캐릭터로 전무후무한 사극 남주라는 호평도 많은데, 이 같은 캐릭터를 어떻게 만들었나요.


▶원작과 기록에 충실한 이산의 모습을 구현하는 것을 목표로 삼았습니다. 스스로에게 엄격한 만큼 남에게 엄격하고 곁을 쉽게 내주지 않는 사람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준호씨와 초반에 캐릭터 설정에 대한 의논을 하면서 워낙 자료가 많은 실존인물이고 사람들의 기대치가 큰 만큼 그런 기록들 속에서 준호 씨의 이산을 만들어보자고 했습니다. 타고난 왕의 위엄을 위해 자세나 생활습관을 가져갔으면 좋겠다고 했더니 현장에서 매 순간 자세를 고쳐 잡고 있더군요. 무릎이나 허리에 무리가 올까 걱정을 하면 언제나 괜찮다고 얘기하는 게 신기했습니다. 세손 시절부터 왕으로의 세월 변화를 발성과 톤을 조절해 표현하는 건 순전히 준호씨의 몫이었습니다. 따로 주문을 하지 않았음에도 알아서 톤 변화를 주면서 시간의 변화를 표현해냈습니다. 이 작품을 기획할 때 어떤 이산을 그렸는지는 기억이 잘 나질 않습니다. 그냥 이준호가 이산입니다.


로맨틱한 면에 대해 질문을 주셨는데 사실 이 부분은 의도하지 않은 부분입니다. 오히려 예전에 이서진씨가 연기한 정조 이산이 훨씬 로맨틱한 면이 많다고 생각합니다. '옷소매'의 산은 쉽게 곁을 주지 않는 경계심 많은 인물입니다. 그러나 '나의 사람'에 대해서는 놀라울 정도로 마음의 빗장을 푸는 사람입니다. 산이 덕임을 마음 속에 들이는 순간부터 준호 씨의 눈빛은 이전과 다릅니다. 후반부로 갈수록 덕임을 열망하고 깊어지는 산의 마음에 따라 그 눈빛은 점점 애처로워집니다. 그리고 이에 대한 덕임의 반응은 오로지 세영씨의 몫이었습니다. 산에 대한 연모하는 마음과 본인의 소소한 일상 사이에서 갈등하는 덕임의 처지를 세영씨는 처연한 눈빛과 미세한 몸짓으로 섬세하게 표현했습니다. 모진 말로 서로를 상처 주는 와중에도 산과 덕임의 눈은 서로를 향한 진짜 마음이 우러나옵니다. 두 배우의 눈빛이 화면 속에 잘 담아지면서 많은 시청자들을 가슴 설레게 한 게 아닐까 생각합니다.


인사이트MBC '옷소매 붉은 끝동'


-궁녀의 삶을 조명하면서도 주체적인 여성상을 그렸다는 점에서도 호평을 받았습니다. 현대적인 여성상이 비치기도 하는데, 역사적 인물을 주체적인 인물로 표현하기 위해 고민하신 부분은 무엇인가요.


▶덕임은 관련 기록이 많지 않아 비교적 자유로운 표현이 가능했습니다. 하지만 사극에서 여성이 할 수 있는 주체성은 명확히 한계가 있었고 그 한계를 어느 선까지 넘을 수 있는 지 매번 시험을 받는 기분이었습니다. 이미 '대장금'과 같은 선구안적인 작품이 있었기 때문에 궁녀의 역할을 그 작품 이상으로 살리는 것은 분량으로도 무리라고 생각했습니다. 짧은 호흡의 미니시리즈 안에서 정해리 작가님의 서사 속에 원작에 있는 궁녀들의 마음과 생각이 보는 이들에게 전달될 수 있도록 집중했습니다. 이는 비단 성덕임과 동료들뿐만 아니라 궁에서 생활하는 다른 여성들의 마음도 마찬가지였습니다.


그 마음에 따라 덕임은 선택을 합니다. 사소한 것이라도 본인의 의지에 따라 선택하는 덕임을 그리고자 했습니다. 시대적인 한계 속에서도 최선을 다해 선택하는 삶을 보여주고 싶었습니다. 세영씨와는 첫 미팅에서부터 마지막 촬영까지 덕임의 마음을 물었습니다. 덕임이 어떤 마음으로 대사를 하고 왜 이런 행동을 하는지가 가장 중요했습니다. 원작을 바탕으로 해서 대본을 읽어가며 세영씨가 생각하는 덕임의 마음을 나침반으로 삼았습니다. 전달이 더 필요한 부분들은 현장에서나마 부족함을 메우기 위해 노력했습니다. 마지막 엔딩에 가서야 덕임의 마음은 말 한 마디 없이도 온전히 산에게 전달됩니다. 그리고 산과 덕임은 각자의 선택을 하면서 순간은 영원이 됩니다. 세영씨가 연기한 덕임의 눈빛과 감정들이 산에게 전달됐듯이 시청자들에게 전달이 됐다고 믿습니다.


인사이트MBC '옷소매 붉은 끝동'


-이덕화 배우의 진가가 다시 주목받은 드라마였습니다. 이덕화 배우와의 호흡은 어땠나요.


▶이덕화 선생님에 대해서 돌아보자면, 많은 사람들의 기억에 남아 있는 영조와는 좀 색다른 느낌을 찾아야 했습니다. 변덕이 심하면서 명민함을 유지하는 동시에 언제 어디로 분노할 수도 있는 에너지가 충만한, 그리고 제왕의 카리스마를 살릴 수 있는 배우가 누구일지 고민했습니다. 많이 고민하지 않았습니다. 이덕화 선생님이었습니다. 대본을 보시고 '도시어부' 스케줄만 문제 없으면 출연하겠다고 바로 연락 받았습니다. 연산군이 언제나 하고 싶었는데 나이 들어서 영조를 하게 될 줄은 생각도 못했다고 하시더라고요.


이덕화 선생님은 본능적으로 본인에게 시선을 집중시키는 한방이 있습니다. "덕화는 덕화였다"고 말하고 싶습니다. 캐릭터에 대한 연구를 게을리 하지 않으시며 후배 연기자들과 교감을 끝없이 하시더라고요. 준호씨가 연기하는 정조가 세월의 변화에 따라 종종 영조의 몸짓이나 발성이 배어 나오는 것을 보면서 이덕화의 영조가 이 드라마에 남긴 흔적들을 떠올렸습니다.


5회 엔딩과 11회, 12회 편전의 신들은 이덕화의 영조가 아니었으면 완성이 안 될 장면들이었습니다. 특히 편전에서 금등지사를 확인하는 신은 연기자들의 힘에 100% 이상 의지해서 만들어야 하는 장면이었습니다. 덕화 선생님은 아침부터 새벽까지 이어진 촬영 중에도 전혀 지친 기색 없이 후배 연기자들을 독려하면서 편전 신을 완성해나가셨습니다. 제작발표회에서 저에게 진정성 있는 감독이라고 한참 칭찬해주셨는데 선생님이야말로 진정성 중의 진정성을 보여준 연기자셨습니다.


<【N인터뷰】③에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