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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원호 PD "'슬의생' 이야기 많이 남아...시즌3 이어갈지 결정 쉽지 않아"

'슬기로운 의사생활 시즌2' 신원호 PD가 시즌 3에 솔직한 마음을 털어놨다.

인사이트tvN 


[뉴스1] 안태현 기자 = '슬기로운 의사생활'의 시즌2가 지난달 16일 종영을 맞았다. 지난해 3월 시즌1 방송을 시작해 시즌2까지 약 1년6개월의 시간을 거쳐온 '슬기로운 의사생활'은 율제병원이라는 가상의 병원에서 펼쳐지는 동갑내기 친구들의 사랑과 삶, 의사들의 진솔한 이야기가 펼쳐지며 많은 시청자들에게 사랑을 받았다.


특히 '99즈'로 통칭되는 이익준(조정석 분), 안정원(유연석 분), 김준완(정경호 분), 양석형(김대명 분), 채송화(전미도 분)의 남다른 케미와 이들이 펼쳐내는 사랑 이야기도 큰 관심을 받았다. 매회 이들이 연주하는 밴드 합주 역시 큰 화제를 모으며 '슬기로운 의사생활'의 인기를 엿볼 수 있게 했다.


'슬기로운 감빵생활'에 이어 '슬기로운 의사생활' 시리즈까지 마치게 된 신원호 PD. 최근 진행된 서면 인터뷰에서 신 PD는 '슬기로운 의사생활' 시리즈를 연출하면서 느낀 점과 함께 이들의 이야기를 그려내면서 가장 중점을 둔 부분에 대해 소회를 밝히는 시간을 가졌다.


인사이트tvN '슬기로운 의사생활 시즌2'


-시즌제의 가장 큰 강점은 무엇이었나.


▶시즌제의 가장 큰 강점은 내적 친밀감 아닐까 싶다. 모든 드라마가 마찬가지겠지만, 제작진에게 가장 큰 숙제는 1회다. 1회에서 드라마의 방향성과 캐릭터들을 효과적으로, 지루하지 않게 어떻게 소개할 것인가 하는 것이 늘 큰 고민인데, 시즌제에선 시즌1을 제외하고는 그 고민을 생략하고 시작할 수 있다. 그냥 바로 이야기가 시작돼도 사람들이 익히 알고 있고 이미 친한 캐릭터, 익숙한 내용들이다 보니까 쉽게 받아들이고 접근할 수 있다. 기획을 할 때 예상을 했었던 부분이긴 해도 이 정도로 큰 강점으로 올 줄은 몰랐었다. 제작 단계에서도 편리하다. 캐스팅이며 로케이션이며 세트며 소품이며 의상이며 모든 면에서 각기 새롭게 등장하는 것들을 보충하는 것 외에는 이미 세팅되어 있는 부분들이 많다보니 준비기간도 어마어마하게 단축된다. 그래서 중간에 '하드털이'도 할 수 있었던 거고, 어쨌든 여러 측면에서 매우 효율적이고도 영리한 형식인 건 확실하다.


-'슬기로운 의사생활'은 철저하게 기획된 시즌제, IP 전략의 성공이라는 얘기가 많은데.


▶시즌제 드라마를 만들면서 가장 신선했던 부분이 시즌1의 마지막 회와 시즌2의 첫 회였다. '이렇게 끝내도 돼?' '이렇게 시작해도 돼?' 싶은 느낌이 들어 만드는 사람 입장에서는 신선한 경험이었다. 다만 기다리시는 입장에서는 마치 12회를 끝나고 13회를 1년 동안 궁금해하며 기다려야 하다보니 그 부분에 대한 어떤 보상을 좀 해드리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게 '하드털이'를 시작하게 된 첫 번째 이유다. 보통 드라마에서 못 보여드렸던 장면은 블루레이나 DVD에 들어가게 되는데 그렇게 한정적인 분들이 보시는 것 보다는 공개적으로 시즌2를 기다리시는 많은 시청자분들이 보실 수 있게 하고 싶었다.


개인적으로는 유튜브라는 매체를 실질적으로 경험해보고 싶다는 생각도 컸다. 5분에서 10분 사이로 짤막하게 하고 싶었는데, 하면 할수록 분량이 늘어나고 점점 더 꼼꼼하게 체크하게 되고 하다 보니까 갈수록 예능할 때 만큼이나 힘들었었다. 드라마 준비도 해야하고, 거기에 매주 하나씩 콘텐츠를 편집부터 자막, 음악도 넣고 하다 보니까 나중에는 내가 왜 이러고 있지 라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매주 하나씩 편성이 된 거나 다름 없었기 때문에 체력적으로도 힘들었던 것 같다. 근데 한편 너무 재미있었다. 십년 만에 예능을 하는 셈이다 보니까. 처음에는 내가 십년 만에 자막을 뽑을 수 있을까, 예능 버라이어티 편집에서 자막을 뽑는다는 일 자체가 핵심이라 예능감이 떨어져서 할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는데 하다 보니까 예전에 그 세포들이 다시 움직이는 느낌이었다. 사실은 힘든데 되게 재미있었다. 어떻게 보면 드라마 할 때보다 더 즐기면서 했던 것 같다.


-이번 시즌2에서 담지 못해 아쉬운 이야기가 있다면.


▶환자와 보호자들과 관련된 이야기들은 여전히 많이 남아있다. 애초에 기획했던 것은 정말 하루하루를 살아가는 의사들의 이야기가 주된 축이었기 때문에 할 얘기, 에피소드는 아직도 많이 남아있다. 마치 우리 일상이 오늘 지나면 또 내일의 이야기가 있고, 내일 지나면 모레 이야기가 있듯이 구구즈의 일상도 무궁무진할 것이다. 다만 시즌제를 처음 제작하면서 쌓인 이런저런 고민들과 피로감들이 많다보니 그 이야기를 다시금 이어나갈 것인가에 대한 결정이 쉽지는 않을 것 같다.


-'슬기로운 의사생활'라는 복합 장르를 연출하면서 어떻게 톤앤매너를 유지하려 했나.


▶이런 고민은 '응답하라1997' 때부터 늘 했던 것 같다. 사실 우리 스스로도 이걸 시트콤이라고 부를 것인가, 드라마라고 부를 것인가 하는 고민이 많았는데 그런 장르의 구분이 굳이 의미가 있을까 하는 결론을 내렸다. 장르 하나만 고집하면서 간다는 자체가 오히려 확장이나 성장을 저해한다는 생각을 했던 것 같다. 사실 이제 장르의 구분은 의미 없다고 생각한다. 내가 만드는 작품을 뭐라고 불러도 크게 상관 없다. 이걸 시트콤이라 해도 되고, 예능 드라마라 해도 괜찮다. 어쨌든 우리의 작품들이 보통 한가지 톤으로 가는 이야기가 아니라 다양한 캐릭터들이 어우러진 삶의 전반을 보여주는 이야기다보니 사실 뭐라 특정짓기도 어려운 문제다.


다만 단 한가지 우리가 절대 놓치지 않고 가려는 한 가지는 있다. 공감. 우리 드라마가 늘 목표하는 바는 공감이다. 그리고 그 공감을 얻어내는 매개는 그저 '살아가는 풍경들'이다. 소소한 삶들 가운데 순간순간 포착되는 장면들, 감정들이 보시는 분들에게 닿아 공명하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작품을 만든다. 부산의 어느 아이돌 극성팬의 삶에서도, 전국 각지에서 모여든 신촌하숙의 모습에서도, 1988년도 쌍문동 골목의 풍경에서도, 인생의 끝일 것만 같은 서부교도소의 하루하루에서도, 보여드리고 싶었던 건 결국 '사는 거 다 똑같구나'의 공감이었다. '슬기로운 의사생활' 역시 율제병원에서 벌어지는 여러 군상들의 소소한 희로애락이 그저 따뜻하게 공감되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만들었다.


위로란 오직 너의 마음이 나의 마음일 때 이루어진다 생각한다. 실질적이거나 구체적인 그 무엇이 없더라도 결국 두 마음이 같이 공명할 때 위로는 전달된다. 그저 지나가는 작은 이야기 하나, 대사 하나, 노래 하나에서 같은 마음을 느끼는 것, 그것 하나만으로도 위로가 가능해지는 법이다. 우리가 감히 주제넘게 위로를 목표로 드라마를 시작하지는 않지만 많은 분들이 따뜻한 힐링으로 반응해주시는 이유는 아마도 결국 '공감'이 아닐까 싶어서 대본과 연출 그 모든 과정에서의 가장 큰 목표는 늘 공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