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 성범죄자가 인터넷에 유포한 '불법 촬영물' 강제로 삭제 못한다

인사이트기사와 관련 없는 자료 사진 / gettyimagesBank


[뉴시스] 김남희 기자 = 성착취물을 유통한 텔레그램 'n번방' 운영자들이 연이어 중형을 선고 받고 있는 가운데, 같은 방식의 범죄가 또 발생했다.


새롭게 등장한 'n번방'에서 지난해 말부터 유포된 불법촬영물의 피해자는 100여명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가해자를 처벌해도 불법촬영물은 버젓이 유통되는 경우가 많다. 처벌만큼 중요한 것은 피해 불법촬영물의 삭제다.


그러나 불법촬영물을 삭제할 수 있는 강제 조치는 여전히 미비한 실정이다. 'n번방' 사건 이후 디지털 성범죄 피해자 지원이 강화됐지만, 피해자가 삭제를 '요청'하는 수준에 그치고 있다. 그마저도 권한이 여러 곳에 분산돼 있어 재유포 피해를 막지 못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현재 불법촬영물 관련 피해자 지원 업무는 여성가족부 산하의 디지털 성범죄 피해자 지원센터가 전담한다.


그러나 지원센터는 불법촬영물이 유포된 사이트에서 영상물을 직접 삭제할 수 없다. 대신 유포 범위를 파악해 인터넷 사이트에 삭제 요청, 방송통신심의위원회에 차단 요청을 할 수 있다.


인사이트기사와 관련 없는 자료 사진 / gettyimagesBank


여성가족부 관계자는 "해당 사이트 관리자가 삭제하지 않으면 삭제를 할 수 없다. 직접적 삭제가 가능하다면 저희가 하겠지만 지금은 강제할 수 있는 시스템이 아니다"라며 "방심위에서도 심의를 통해 사이트를 차단하는 건 가능하지만 영상을 아예 삭제하는 건 어렵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루밍 범죄 처벌, 잠입수사 허용 등 제도적 개선이 많이 이뤄졌지만 영상물 차단과 관련해서는 지속적으로 개선이 이뤄져야 하는 부분이 있다"고 밝혔다.


지난 국회에서 1월 관련 법이 개정됐지만 삭제 지원 요청을 할 수 있는 범위가 기존 피해자에서 대리인 등으로 넓어지는 수준으로 여전히 불법촬영물 삭제 지원을 요청할 수 있는 수준이다.


감이 한국성폭력상담소 활동가도 "처벌 형량을 높이고 영상물 삭제 지원 인력을 충원하는 등 겉으로 보기에는 많은 것이 바뀐 것 같지만, 실제 시스템적으로는 크게 바뀌지 않았다. 피해자들이 느끼는 유포에 대한 불안은 여전히 크다"고 지적했다.


인사이트기사와 관련 없는 자료 사진 / gettyimagesBank


불법촬영물 사이트 접속 차단 권한을 가진 것은 방송통심심의위원회다. 그러나 현재 방심위는 제 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다. 지난 1월29일 4기 방심위원의 임기가 끝난 후 국회가 두 달 넘게 국회 몫 위원을 추천하지 않아 심의 기능이 마비됐기 때문이다.


방심위 관계자는 "심의를 통해 차단 조치를 해야 하는데 국회 쪽 위원 추천이 되지 않아 (심의업무를) 할 수 없는 상황"이라며 "불법촬영물이 올라온 사이트에 자율규제 요청을 하고 있지만 자율이다 보니 삭제하지 않으면 강제할 수가 없다"고 토로했다.


불법촬영물 유통 금지 책임, 정보 삭제 책임을 가진 국내 사이트와 달리 해외 인터넷 사이트들은 국내법을 따르지 않아 처벌도 어렵다. 구글, 텔레그램 등은 '표현의 자유'를 이유로 성범죄물 삭제에 소극적이다. 2016~2020년 트위터, 구글, 텔레그램 등 해외 플랫폼이 방심위의 '자율규제 요청'에 따라 자체 삭제한 디지털 성범죄물은 총 심의건수의 32%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피해자 지원센터는 "국내법의 적용을 받는 사이트의 경우 협조가 원활하나, 피해 촬영물이 유포되는 대부분 사이트는 해외 서버에 소재하고 있다"면서 "사이트가 삭제 요청에 불응하는 경우 사이트 수사 의뢰, 호스팅 업체를 통한 삭제 요청, 방심위 심의 요청 등을 하고 있다"는 입장이다.


디지털성범죄물 삭제, 유통방지 조치 등의 의무를 사업자가 이행하지 않을 경우 과징금 부과 등 규제를 하는 기관은 방송통신위원회다. 피해자의 불법촬영물 영상 삭제 관련 업무가 ▲디지털성범죄 피해자 지원센터 ▲방송통신심의위원회 ▲방송통신위원회로 나뉘어 있는 것이다.


디지털 성범죄 피해자 지원센터를 중심으로 권한을 집중하고, 영상물 삭제가 가능하도록 제도 개선이 이뤄져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감이 활동가는 "지원센터에서 권한을 다 갖고 있으면 즉각적으로 영상물을 삭제해서 유포 피해가 훨씬 줄어들 수 있을 것"이라며 "제도 개선이 필요한데 온라인사업자 권리 등을 이유로 쉽지 않다"고 말했다.

<저작권자 © 뉴시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제보

여러분의 제보가 세상을 바꿀 수 있습니다.

세상을 건강하게 변화시키는 인사이트의 수많은

기사들은 여러분의 제보로부터 시작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