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0 10℃ 서울
  • 10 10℃ 인천
  • 10 10℃ 춘천
  • 10 10℃ 강릉
  • 10 10℃ 수원
  • 8 8℃ 청주
  • 8 8℃ 대전
  • 9 9℃ 전주
  • 9 9℃ 광주
  • 8 8℃ 대구
  • 12 12℃ 부산
  • 14 14℃ 제주

"게임 올림픽 한국이 열어보자"···20년 전 'e스포츠' 예언했던 이건희 회장

고(故)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이 20년 전부터 e스포츠 시장을 예언한 것으로 알려졌다.

인사이트고(故)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 / 뉴스1


[뉴스1] 정윤경 기자 = "20년 전 삼성이 현재 e스포츠 산업의 발판을 마련했다고 봐도 과언이 아니죠."


e스포츠계 거목이자 20년 전 삼성의 프로게임단 사령탑을 맡았던 정수영 전 감독은 고(故)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을 떠올리며 이같이 말했다.


2000년 삼성의 프로게임단인 '삼성전자 칸'을 이끌었던 그는 지난해 e스포츠 전문 인력양성소인 '이스포츠 아카데미(2sports academy)'를 개원할 정도로 e스포츠 산업에 애정을 갖고 오랫동안 몸 담았다.


정 전 감독은 "당시 삼성은 소프트웨어에 투자를 많이 했다"며 "'삼성소프트'란 곳에서 게임을 유통하기도 했다"고 설명했다.


인사이트고(故)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 / 뉴스1


◇20년 전 게임 산업에 앞장섰던 삼성…구단 창단부터 대회 개최까지


삼성전자는 대기업 중 빠르게 게임 쪽에 눈을 돌린 기업이다. 2000년대 초반에는 게임전문업체와 2년 동안 공동 개발한 온라인 게임 '드래곤 라자'를 서비스하기도 했으며 그라비티의 '라그나로크', 진인소프트의 '파르티타', 사이렐의 '룸즈'등 약 10여 개 온라인게임을 퍼블리싱했다.


고 이건희 회장은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위원으로 있는 동안 e스포츠를 올림픽 정식 종목으로 채택시키기 위해 노력했던 것으로 전해진다. 1996년 애틀랜타올림픽 기간 중 IOC위원으로 선출됐던 고인은 2014년 급성 심근경색으로 입원한 후 투병 중이던 2017년 IOC 위원직에서 스스로 물러났다.


삼성전자는 2000년 6월 '삼성전자 칸'이라는 이름의 e스포츠 구단을 창단하고 그해 10월에는 e스포츠 대회인 '월드사이버게임즈(WCG)'를 열기도 했다.


정 전 감독은 "고 이건희 회장께서 e스포츠를 올림픽 정식종목에 포함하려고 신경을 많이 쓰셨다"며 "결국 IOC에서 통과되지 못했는데, 그 때 고인께서 '그러면 대신 게임 올림픽을 만들어보자'고 해서 ICM이란 마케팅 회사를 만들어 e스포츠 대회 '월드 사이버게임즈(WCG)'를 만들었다"고 회상했다.


인사이트중국 시안시 취장신구 국제 컨벤션센터에서 열린 WCG 2019 Xi'an 개막식 / 뉴스1


월드 사이버 게임즈는 2000년 삼성전자가 주축이 돼 추진했던 세계 최초 글로벌 종합 e스포츠 대회로, 당시 미국, 중국, 홍콩 등 14개국 200여명의 이용자가 게임 4종목에서 실력을 겨뤘다.


그는 "당시 삼성전자 뿐 아니라 삼성 전사의 기금을 쓸 정도로 고인께서 관심이 많았던 것으로 안다"며 "e스포츠를 운영하면서 올림픽 정식종목으로 채택될 수 있도록 하려는 뜻이 있으셨던 걸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그해 10월에는 일주일간 용인 에버랜드에서 '프레올림픽' 성격의 '월드 사이버게임 챌린지(WCGC)'라는 대규모 행사가 열리기도 했다. 이후 한국 뿐 아니라 미국, 싱가포르, 이탈리아 등 전세계 각지에서 열렸던 WCG는 2013년을 마지막으로 삼성전자가 운영에서 물러난다.


정 전 감독은 "우리나라가 e스포츠국 종주국이긴 하지만 e스포츠의 종목을 들여다보면 국내 게임이 없다"며 "그 게임들을 우리가 자유자재로 사용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닌 만큼 삼성에선 미국·중국 게임을 종목으로 하는 e스포츠 산업을 이어가는 것이 아이러니 했을 것"이라고 철수 배경을 설명했다.


인사이트기사와 관련 없는 자료 사진 / 사진 = 인사이트


◇2017년 게임 산업서 철수…'게이밍 파트너십'으로 관심은 '여전'


이후 2014년 e스포츠를 포함한 스포츠 산업이 제일기획으로 넘어가면서 게임 산업에 있어 삼성의 몸집은 점점 줄어든다.


삼성이 e스포츠 대회 및 e스포츠 구단 운영에서 철수한 것은 2017년으로, 그해 삼성은 스마일게이트에 WCG 상표 및 운영권을 매각한다.


2013년 '삼성 갤럭시 칸'으로 이름을 바꾼 e스포츠 구단 '삼성전자 칸'은 역시 같은 해인 2017년 'LoL KeSPA 컵'을 끝으로 공식적인 대회 활동을 마무리 한다. 삼성은 같은 해 12월 당시 KSV e스포츠(현 젠지 e스포츠)에 팀을 매각하며 e스포츠 사업에서 철수했다.


1회 WCG에서 우승을 거머쥐었던 젠지의 이지훈 단장은 "20년 전 윤종용 전 삼성전자 부회장과 지면 광고를 함께 찍었던 기억이 난다"며 "삼성에서 e스포츠에 투자를 많이 한 이후 게임 시장이 커지긴 했다. 당시 상금규모도 엄청 컸던 것으로 기억한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현재 삼성전자는 e스포츠 구단을 운영하거나 대회를 개최하고 있진 않지만 e스포츠에 대한 관심은 이어오고 있다. 지난 5월 e스포츠 전문 기업인 T1과 게이밍 파트너십을 체결하고 모니터를 독점 제공 중이다.


이 때문에 일각에서는 삼성전자가 다시 e스포츠 산업에 뛰어드는 것 아니냐는 전망도 나오고 있지만 가능성은 낮아보인다.


업계 관계자는 "삼성이 e스포츠 산업에 다시 뛰어들만한 마땅한 이유가 없다"라며 "삼성이 곳곳의 분야에서 자리를 잡은 만큼 게임단을 후원하는 방식을 넘어서 다시 창단할 가능성은 낮아보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