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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자매 싸우는 거 이제 꼴보기 싫습니다"···시청자 반감 키우는 자극적인 '가족 콘텐츠' 예능

최근 브라운관을 장악하고 있는 '가족예능'이 자극적이라는 비판을 받고 있는 가운데 이를 해결할 수 있는 방법에 대해 생각해봤다.

인사이트SBS '미운 우리 새끼'


[인사이트] 지미영 기자 = "내가 마음먹고 다이어트하려는데 그게 그렇게 불만이냐?" "거짓말하지 마. 도대체 그 말만 몇 년째야!"


모처럼 TV를 틀었는데 홍진영, 홍선영 자매가 금방이라도 서로의 머리채를 잡을 듯이 신랄하게 싸우고 있다.


붙었다 하면 싸우는 두 사람. 처음엔 짜증이 났지만, 이번엔 또 무슨 이유로 그러는지 문득 궁금해졌다.


보다 보니 몰입감도 상당했다. 결국 욕하면서도 끝까지 시청하고 말았다.


몇 년째 방송가에서는 유명 연예인 가족의 일상을 관찰하는 일명 '가족 예능' 붐이 일고 있다.


시초는 지난 2013년도에 방영된 MBC '아빠! 어디가?'다. '스타'라는 이미지를 벗고 한 가정의 '부모'로서 아이들과 생활하는 모습은 시청자들에게 신선한 느낌을 줬다.


인사이트


인사이트SBS '미운 우리 새끼'


AGB닐슨 미디어 리서치에 따르면 해당 프로그램은 최고 시청률 20%를 달성할 정도로 큰 사랑을 받았고, 이 기세에 힘입어 시즌2를 론칭해 인기를 이어나갔다.


'아빠! 어디가?'가 시청률, 화제성 두 마리 토끼 잡기에 성공하자 타 방송사에서도 가족 예능을 쏟아내기 시작했다.


대다수 누리꾼은 가족 예능에 첫 등장한 스타 혹은 가족들을 보며 호감을 표했다. 마치 신비로운 베일에 감춰진 사람을 보기라도 한 듯 숱한 호기심을 드러냈다.


SBS '미운 우리 새끼'에 출연 중인 홍진영의 언니 홍선영도 전파를 타자마자 각종 포털 상위권에 이름을 올리며 하루아침에 '슈스'로 거듭났다.


홍선영은 식도락 명언을 쏟아내는가 하면, 특유의 시원 털털한 매력으로 시청자들의 마음속을 깊게 파고 들어갔다.


인사이트MBC '일밤-아빠! 어디가?'


인사이트Instagram 'sunnybaby1004'


하지만 훈훈한 스토리를 계속 보다 보면 피로도가 쌓일 수밖에 없다. 당연히 화제성, 시청률도 차츰차츰 떨어지기 마련이다.


이때 대부분의 제작진은 '갈등'이라는 자극적인 소재로 긴급 처방을 내린다. 명분은 확실하다. 당연히 사람 사는데 갈등이 발생하지 않겠느냐는 것이다. 


제작진의 긴급 처방은 어쩌면 통했을지도 모르겠다.


최근 누리꾼은 홍선영에게 "갈수록 밉상이 된다", "연예인도 아닌데 왜 자꾸 방송에 나오지", "직업이 홍진영 언니인가" 등 거친 말을 뱉어내고 있다. 싫다고 욕하면서도 관심은 계속 주는 셈이다.


일부 누리꾼은 방송사에도 '연출' 아니냐며 손가락질했다. 일부러 싸움을 부추겨 이슈 몰이를 하려는 속내가 꼴 보기 싫은 것이다.


인사이트


인사이트KBS2 '해피투게더 4'


좋자고 시작한 예능인데 결국 스타와 가족들은 악플 세례에 시달리게 됐다.


그렇다면 이들이 악플을 받는데도 가족 예능을 쉽게 놓지 못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위근우 대중문화평론가는 지난해 CBS 라디오 '시사자키 정관용입니다'에서 "본인의 삶 자체가 하나의 엔터테인먼트 소재가 되는 시대가 됐다. 본인들의 삶을 프로그램을 통해 계속 보여주면서 일종의 셀러브리티가 되는 거다"라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유명해짐으로써 사람들에게 동경 받는 시대가 됐기 때문에 본인의 삶을 전시할 필요가 생기는 것 같다. 그것이 좋으냐 나쁘냐는 별개"라고 덧붙였다.


필자도 위 평론가와 같은 견해를 가진 입장이다. 이들은 일종의 '노이즈 마케팅'을 노리는 것으로 보인다.


여론이 좋든 나쁘든 이슈가 되는 것은 분명하기 때문이다.


인사이트KBS1 '인간극장'


인사이트MBC '휴먼다큐 사람이 좋다'


방송사나 연예인의 입장에서 소구력 높은 가족 예능을 하루아침에 포기하기란 힘든 현실이다.


그렇다면 '호감, 갈등, 비호감, 악플'로 연결되는 악순환을 타개해보는 건 어떨까.


돌아선 시청자들의 마음을 돌이키기 위해서는 재미와 감동을 한번에 주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 MBC '휴먼다큐 사람이 좋다', KBS1 '인간극장'처럼 말이다.


억지로 불필요한 갈등을 연출해서 이슈를 만들지 말고, 동시대를 살아가는 사람들 사이에서 나오는 소소한 에피소드를 예능에 자연스럽게 녹여내보자.


돌아선 시청자들의 마음을 다시 되돌릴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