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5 15℃ 서울
  • 15 15℃ 인천
  • 13 13℃ 춘천
  • 10 10℃ 강릉
  • 15 15℃ 수원
  • 17 17℃ 청주
  • 17 17℃ 대전
  • 13 13℃ 전주
  • 17 17℃ 광주
  • 16 16℃ 대구
  • 15 15℃ 부산
  • 16 16℃ 제주

이른 새벽 아랫집 신혼부부의 차를 몰래 '세차'하고 간 할아버지의 정체

배번 자신의 차가 깨끗하게 세차 돼 있는 걸을 본 한 부부가 그의 정체를 알아보니 바로 위층에 살고 있는 할아버지였다.

인사이트기사와 관련 없는 자료 사진 / gettyimagesBank


[인사이트] 함철민 기자 = 출근하려 집을 나선 한 남성은 깨끗하게 닦여 있는 자신의 차와 마주했다. 


혹시 아내가 세차했나 싶어 전화했지만 아내 또한 자신이 아니라고 했다. 


이런 일은 며칠이고 반복됐다. 겨울에는 앞 유리창 앞에 붙은 성에까지 깨끗하게 제거해놨다. 


부부는 새벽 일찍 일어나 차를 닦는 주인공이 누군지 살폈다. 이른 아침 5시 30분 지긋한 나이의 할아버지가 나타났고 부부의 차를 깨끗하게 닦기 시작했다. 


인사이트기사와 관련 없는 자료 사진 / gettyimagesBank


최근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천사 같던 윗집 할아버지 잘 계시나요?"라는 제목의 글이 올라왔다. 


사연을 전한 A씨에 따르면 매일 아침 A씨 남편의 차를 세차해주던 사람이 있었는데 그 주인공은 바로 윗집 할아버지였다. 


나중에서야 이 사실을 알게 된 A씨는 할아버지를 찾아가 "이러시면 병난다"며 만류하기도, 차를 이곳저곳 숨겨보기도 했지만 소용없었다. 


결국 합의를 본 게 "남편이 손 세차가 취미라서 할아버지가 계속 이러시면 곤란하다. 남편이 주말에 할 일이 없다고 징징댄다"는 핑계였다. 


인사이트 / 사진=인사이트기사와 관련 없는 자료 사진 / 사진=인사이트


할아버지가 A씨 부부에게 이렇게까지 하는 이유, 할머니 때문이었다. A씨에 따르면 어느 날, 집에서 혼자 가계부를 정리하고 있는데 윗집에서 '쿵'하는 소리가 들렸다.  


순간 불안한 예감이 들었던 A씨는 119에 신고를 하고 구급대원들과 윗집 안으로 들어갔다. 집 안에는 할머니가 휠체어에서 떨어져 쓰러져 있었다. 


A씨는 동대표를 불러 할머니를 병원으로 모시고, 자신은 기다렸다가 집에 도착한 할아버지와 함께 병원으로 향했다. 


다행히 할머니는 크게 다치지 않았으나 A씨는 그날 택시에서 자신의 손을 꼭 붙잡았던 할아버지의 떨림을 잊을 수 없었다. 


인사이트기사와 관련 없는 자료 사진 / gettyimagesBank


이후부터 A씨 남편의 차를 세차하기 시작한 할아버지는 가끔 각종 채소와 군것질거리 등을 서프라이즈 선물처럼 A씨 집 앞에 걸었다. 


A씨 또한 맛있는 반찬을 만들어 대접하면서 정을 쌓았다. 


그리고 얼마 전 지병이 있으셨던 할머니가 돌아가시고 할아버지는 자식 집에 들어가 산다며 찾아와 A씨에게 인사했다. 


할아버지는 떠나면서 할머니가 생전에 지니고 있었던 옥가락지와 은거북 가락지를 A씨에게 전했다. 


인사이트기사와 관련 없는 자료 사진 / gettyimagesBank


사연을 전한 A씨는 "할아버지 덕분에 저희 동 이웃들은 엘리베이터 안에서 마주치면 꼭 인사를 나눠요. 할아버지같이 따뜻한 분이 계셔서 사람 사는 냄새가 나요"라고 했다.


이어 "할아버지 잘 계시지요? 덕분에 많이 행복했어요. 건강하시고 늘 행복하세요"라고 인사를 전했다. 


사연을 접한 누리꾼들은 "이렇게 좋은 분들이 계시니 세상이 따뜻합니다", "이게 뭐라고 눈물이 나지", "나도 좋은 사람 되려고 노력해야겠다" 등의 반응을 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