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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플 찍어눌렀던 추억의 MP3 전설 '아이리버' 양덕준 회장 별세

애플의 '아이팟'을 제치고 토종 MP3로 세계 시장을 석권하며 벤처신화를 써내려갔던 주인공 양덕준 전 아이리버 회장이 별세했다

인사이트뉴스1


[뉴스1] 강은성 기자 = 아이폰, 애플TV, 애플워치 등으로 '애플 유니버스'를 구축하며 세계를 호령하는 미국 IT 회사 애플이 한때 한국의 벤처기업에게 압도당하던 시절이 있었다. '추억의 MP3 플레이어' 아이리버가 그 주인공이다.


애플의 '아이팟'을 제치고 토종 MP3로 세계 시장을 석권하며 벤처신화를 써내려갔던 주인공 양덕준 전 아이리버 회장이 지난 9일 별세했다. 향년 69세.


양 전 회장은 1951년 대구 출생으로 계성고등학교와 영남대학교를 나왔다. 1978년엔 삼성반도체에 입사했으며 1998년까지 삼성전자 반도체부문 미국법인과 수출부문 임원을 맡는 등 탁월한 역량을 보였다.


그러던 1999년 탄탄한 직장인 삼성전자를 뒤로하고 회사를 나온 양 전 회장은 직원 7명 규모의 반도체 장비 및 단말 제조사 '레인콤'을 설립했다.


레인콤은 2000년에 국내 판매법인 '아이리버'를 설립하고, 하드디스크(HDD)나 플래시메모리를 탑재한 음악플레이어 MP3를 출시해 단기간에 큰 성공을 거두게 된다.


당시 음악 서비스 단말기는 카세트 플레이어나 휴대용 CD플레이어가 주를 이뤘는데, MP3가 등장하면서 한번에 수백곡 이상의 음악을 담아 들을 수 있는 '디지털 음악' 시장으로 급격히 전환됐다.


인사이트


인사이트아이리버 광고


아이리버는 이같은 음악 서비스의 변화를 그대로 선도한 회사로 국내는 물론 세계적으로도 급성장하는 모습을 보였다. 특히 2004년에는 이노디자인과 협업해 만든 삼각형 MP3 플레이어 '크래프트' 시리즈가 공전의 히트를 기록하면서 세계 MP3 플레이어 시장 점유율 11%로 1위를 차지하는 기염도 토했다.


애플이 '아이튠즈'를 앞세운 감각적 디자인의 '아이팟'으로 위협을 가했지만 아이리버 MP3는 아이팟과도 대등히 겨루며 시장을 양분했다.


이로 인해 양 전 회장은 국내 1세대 벤처신화이자 세계시장까지 재패한 사업가로 큰 주목을 받았다.


잘 나가던 아이리버가 급격히 흔들린 것은 양 전 회장의 친정 삼성전자가 동종 MP3 플레이어 '옙(yepp)'을 출시하면서다.


당시 삼성전자는 옙 시리즈를 출시하면서 대기업 자본력을 동원해 마케팅과 매스미디어 광고를 휩쓸었고 약탈적 가격 경쟁도 서슴치 않았다. 이로 인해 '대기업이 벤처기업 제품을 베낀다'며 여론의 뭇매를 맞기도 했다.


시대를 풍미했던 아이리버의 MP3는 2007년 애플이 아이팟에 3세대(3G) 이동통신 기능을 탑재한 스마트폰 '아이폰3G'를 출시하면서 급격히 쇠락하기 시작했다. 해외시장 비중이 상당했던 아이리버는 가장 큰 미국 시장부터 타격을 입기 시작했다.


인사이트아이리버 공식 쇼핑몰


휴대폰으로 음악도 듣고 사진도 찍을 수 있는 시대가 도래하면서 MP3라는 별도 기기를 들고 다녀할 필요성이 사라진 것이다.


결국 삼성전자의 파상공세에 시달리다 스마트폰의 등장으로 아이리버의 주가 하락과 부진은 거듭됐고 양 전 회장은 2008년 아이리버 이사회 의장직을 사임하게 된다.


양 전 회장은 부침을 겪었지만 좌절하지 않고 같은 해 민트패스를 새롭게 창립했다.


하지만 너무 앞만 보고 달려왔던 양 전 회장은 2009년 4월 뇌출혈을 일으키며 병석에 눕게 된다. 더구나 2009년 11월에는 아이폰4가 국내에도 정식으로 출시되며 MP3의 설 자리는 더욱 좁아졌다.


민트패스는 양 전 회장이 병석에서도 사재를 쏟아부어 가며 살리려 노력했지만 결국 자금난을 극복하지 못하고 2010년 8월 문을 닫았다.


이후 양 전 회장은 병석을 벗어나지 못하고 투병 끝에 지난 9일 '벤처의 별'로 잠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