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병 선임에게 '저녁' 뭐냐고 묻고 똑바로 말 안했다고 '핀잔' 주는 요즘 일병들
저녁 식단이 무엇이냐고 당당하게 물어보는 후임 때문에 당황했다는 선임병의 사연이 전해졌다.
[인사이트] 김남하 기자 = "김 상병님? 오늘 저녁에 혹시 메뉴 뭐 나옵니까?"
군 복무 중인 상병 A씨는 얼마 전 후임과 대화 중 크게 당황했다.
6개월 이상 차이 나는 일병 후임이 A씨에게 저녁 식단을 물어본 것도 모자라 A씨가 메뉴를 잘 모르는 듯 하자 답답하다며 푸념했기 때문이다.
이는 A씨가 일·이병일 때만 하더라도 상상할 수도 없는 일이었다.
"내가 후임한테 벌써 '먹힌' 건가?", "나 때는 삼시세끼 메뉴 다 외우고 선임이 물어볼 때 마다 알려줬는데.."
여러 가지 생각이 그의 머릿속을 스쳐 지나갔다.
그 후임은 심지어 A씨가 메뉴를 헷갈려 하자 빨리 알려달라고 닦달하기도 했다.
사건이 있던 날 저녁 메뉴 중에는 '미역국'이 포함돼 있었는데, A씨가 후임에게 메뉴를 잘못 알려줬고 이에 후임은 "아까 뭇국이라 하지 않았습니까. 뭇국 아니고 미역국 나왔습니다"라고 따져 물었다.
더 이상 참을 수 없었던 A씨가 화를 참지 못하고 분노하려는 순간 때마침 지나가던 A씨의 분대장 동기가 상황을 파악하고 둘을 만류했다.
추가적인 다툼은 일어나지 않았지만 A씨는 자신에게 벌어진 일을 믿을 수 없었다. 후임을 따로 불러 교육이라도 하고 싶었지만 A씨는 분대장이 아니었기에 그럴 수도 없었다.
분대장 외 병 상호 간에는 지시, 간섭을 금지한다는 행동강령을 지키지 않을 경우 자칫 '소원수리'에 이름이 적힐 위험이 있어서였다.
A씨는 너무나도 기분이 나빴지만 괜히 이런 일로 동기나 소대장에게 말하는 것도 속 좁아 보일까 봐 그저 혼자 끙끙 속앓이할 수밖에 없었다.
윗글은 최근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 올라온 현역 군인 A씨의 사연이다.
선임에게 저녁 메뉴를 당당하게 물어보는 후임 탓에 마찰이 있었다는 A씨의 사연은 많은 '예비역' 누리꾼을 분노케 했다.
아무리 군대가 '선진 병영'에 한발 다가섰다고는 하나, 선후임 간 최소한의 '예의'는 지켜야 한다는 반응이 다수였다.
바깥 사회에서는 학교 혹은 회사 선후배끼리 서로 가볍게 식사 메뉴 등을 물어볼 수 있지만, 군대라는 집단 내에서는 그 사회적 특성상 지켜야 할 '선'이라는 게 있다는 목소리가 나왔다.
반면 일각에서는 "군대가 바람직한 변화를 겪고 있는 것"이라는 견해가 나오기도 했다.
한 누리꾼은 "A씨에게 언성을 높인 후임의 행동은 분명 잘못됐지만 선임에게 저녁 메뉴 정도는 가볍게 물어볼 수 있지 않을까"라고 말했다.
후임이 선임에게 저녁 메뉴를 물어보는 행위가 하극상이고 '버릇없다'고 바라보는 인식 자체가 군대 내 '꼰대', '부조리' 문화를 조장한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