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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병 선임에게 '저녁' 뭐냐고 묻고 똑바로 말 안했다고 '핀잔' 주는 요즘 일병들

저녁 식단이 무엇이냐고 당당하게 물어보는 후임 때문에 당황했다는 선임병의 사연이 전해졌다.

인사이트기사와 관련 없는 자료 사진 / 사진=고대현 기자 daehyun@


[인사이트] 김남하 기자 = "김 상병님? 오늘 저녁에 혹시 메뉴 뭐 나옵니까?"


군 복무 중인 상병 A씨는 얼마 전 후임과 대화 중 크게 당황했다.


6개월 이상 차이 나는 일병 후임이 A씨에게 저녁 식단을 물어본 것도 모자라 A씨가 메뉴를 잘 모르는 듯 하자 답답하다며 푸념했기 때문이다.


이는 A씨가 일·이병일 때만 하더라도 상상할 수도 없는 일이었다.


"내가 후임한테 벌써 '먹힌' 건가?", "나 때는 삼시세끼 메뉴 다 외우고 선임이 물어볼 때 마다 알려줬는데.."


인사이트기사와 관련 없는 자료 사진 / 사진=고대현 기자 daehyun@


인사이트기사와 관련 없는 자료 사진 / tvN '푸른거탑'


여러 가지 생각이 그의 머릿속을 스쳐 지나갔다.


그 후임은 심지어 A씨가 메뉴를 헷갈려 하자 빨리 알려달라고 닦달하기도 했다.


사건이 있던 날 저녁 메뉴 중에는 '미역국'이 포함돼 있었는데, A씨가 후임에게 메뉴를 잘못 알려줬고 이에 후임은 "아까 뭇국이라 하지 않았습니까. 뭇국 아니고 미역국 나왔습니다"라고 따져 물었다.


더 이상 참을 수 없었던 A씨가 화를 참지 못하고 분노하려는 순간 때마침 지나가던 A씨의 분대장 동기가 상황을 파악하고 둘을 만류했다.


인사이트 / 사진=박찬하 기자 chanha@기사와 관련 없는 자료 사진 / 사진=박찬하 기자 chanha@


추가적인 다툼은 일어나지 않았지만 A씨는 자신에게 벌어진 일을 믿을 수 없었다. 후임을 따로 불러 교육이라도 하고 싶었지만 A씨는 분대장이 아니었기에 그럴 수도 없었다.


분대장 외 병 상호 간에는 지시, 간섭을 금지한다는 행동강령을 지키지 않을 경우 자칫 '소원수리'에 이름이 적힐 위험이 있어서였다. 


A씨는 너무나도 기분이 나빴지만 괜히 이런 일로 동기나 소대장에게 말하는 것도 속 좁아 보일까 봐 그저 혼자 끙끙 속앓이할 수밖에 없었다.


윗글은 최근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 올라온 현역 군인 A씨의 사연이다.


선임에게 저녁 메뉴를 당당하게 물어보는 후임 탓에 마찰이 있었다는 A씨의 사연은 많은 '예비역' 누리꾼을 분노케 했다.


인사이트 / 사진=박찬하 기자 chanha@기사와 관련 없는 자료 사진 / 사진=박찬하 기자 chanha@


아무리 군대가 '선진 병영'에 한발 다가섰다고는 하나, 선후임 간 최소한의 '예의'는 지켜야 한다는 반응이 다수였다.


바깥 사회에서는 학교 혹은 회사 선후배끼리 서로 가볍게 식사 메뉴 등을 물어볼 수 있지만, 군대라는 집단 내에서는 그 사회적 특성상 지켜야 할 '선'이라는 게 있다는 목소리가 나왔다.


반면 일각에서는 "군대가 바람직한 변화를 겪고 있는 것"이라는 견해가 나오기도 했다.


한 누리꾼은 "A씨에게 언성을 높인 후임의 행동은 분명 잘못됐지만 선임에게 저녁 메뉴 정도는 가볍게 물어볼 수 있지 않을까"라고 말했다.


후임이 선임에게 저녁 메뉴를 물어보는 행위가 하극상이고 '버릇없다'고 바라보는 인식 자체가 군대 내 '꼰대', '부조리' 문화를 조장한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