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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상 5,100m 상공에서 창문 깨져 빨려 나가는 조종사 발목 붙잡아 살린 승무원

비행 도중 갑자기 유리창이 뜯겨 나가 날아갈 뻔한 기장을 끝까지 잡고 버텨내 살린 승무원이 있다.

인사이트National Geographic


[인사이트] 고명훈 기자 = 예기치 못한 사고로 1만 7천 피트(5,181m) 하늘 위에서 목숨을 잃을 뻔한 한 조종사의 이야기가 전해진다.


때는 1990년 6월 10일. 영국 상공에서 정말 말도 안 되는 일이 벌어졌다.


당시 영국항공(BA) 5390편 여객기는 영국 버밍엄에서 출발해 스페인의 말라가로 향하고 있었다.


평상시 비행과 다를 바 없이 안전하게 이동하고 있던 여객기. 갑자기 조종석 앞 유리창이 심하게 흔들리기 시작했다.


인사이트


인사이트National Geographic


유리창은 덜컹덜컹 요란한 소리를 내더니 이내 밖으로 뜯겨 나가고 말았다.


이때 부조종사 앨러스터 에치슨(Alster Echison)은 안전벨트를 매고 있어 자리에서 버틸 수 있었지만, 조종사 팀 랭커스터(Tim Lancaster)는 무릎 아래 장딴지만이 창틀에 걸쳐진 채 몸의 절반이 밖으로 빨려 나갔다.


그 즉시 비행기 안에 있던 승무원 나이절 오그던(Nigel Ogden)이 조종실로 달려와 조종사의 다리를 붙잡고 안간힘을 쓰며 버텼고, 부조종사는 침착하게 속도를 줄이고 고도를 낮췄다.


승무원 오그던은 기장이 이미 사망했을 것이라 생각해 금방이라도 손을 놓아버리고 싶었으나 부기장은 엔진으로 빨려 들어가 더 큰 사고를 유발할 수 있다고 판단해 끝까지 버티라고 명령했다.


인사이트National Geographic


점점 힘이 빠진 오그던을 대신해 또 다른 승무원 사이먼 로저스(Simon Rogers)가 이를 돕기도 했다.


그 상태로 버틴 시간이 약 20분. 해당 여객기는 가까운 공항에 비상 착륙했다.


조종사는 승무원 덕분에 목숨을 건질 수 있었지만, 오른팔과 손목이 골절되고 얼굴에 동상을 입는 부상을 당했다.


기사와 관련 없는 자료 사진 / gettyimagesBank기사와 관련 없는 자료 사진 / gettyimagesBank


사고 원인은 정비 불량에 있었다. 정비사가 조종실 유리를 재결합하는 과정에서 원래 사용해야 할 나사보다 작은 나사를 사용해 유리창이 제대로 고정되지 않은 것이다.


정말 아찔했던 순간. 이날 생사를 넘나들었던 조종사는 부상을 치료하고 5개월 뒤 복귀했지만, 기장을 살린 승무원은 그때 충격이 트라우마로 남아 PTSD(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로 퇴사했다고 전해진다.


일명 '영국항공 5390편 사고'로 불리는 이 사고는 지난 2004년 내셔널지오그래픽 '항공수사대(Mayday)' 시즌 2에 재현된 바 있다.


최근에는 각종 온라인 커뮤니티를 통해 확산되며 국내에서도 재조명 받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