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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 면제'인 줄 알았던 아버지가 '북파 공작원'이었단 걸 뒤늦게 알게 된 해병대 아들

아버지가 한 평생 숨겨왔던 군 생활 비밀을 해병대 부사관이 된 이후에서 야 알게 된 아들의 이야기가 전해져 눈길을 끌었다.

인사이트기사와 관련 없는 자료 사진 / 뉴스1


[인사이트] 함철민 기자 = 입대를 앞두고 있으면 문득 아버지의 군 생활이 궁금해진다. 


아버지는 어떤 곳에서 군 생활을 했는지, 그때의 군 생활은 어땠는지. 어쩌면 아버지와 대화를 나눌 좋은 기회가 되기도 한다. 


해병대 부사관으로 입대를 앞두고 있던 A씨도 마찬가지였다. 그 또한 아버지의 군 생활이 궁금했지만 평소 무뚝뚝하고 과묵했던 그는 군 시절에 대해 한마디 이야기도 꺼내지 않았다. 


그런 A씨가 우연히 아버지의 군 생활에 대해 알게 된 건 4박 5일 휴가를 나왔을 때다. 


인사이트기사와 관련 없는 자료 사진 / 영화 '가족의 나라'


휴가를 나온 A씨의 가족은 복무하고 있던 부대 인근에 사는 막내 고모네에 들려 함께 저녁 식사를 했다. 


자연스럽게 군대 이야기가 나왔다. 맛있는 저녁을 차려준 고모는 "네 아빠도 군대 가서 이북 갔다가 죽은 줄 알았는데 어째 너도 힘든 데로 골라 갔냐?"며 걱정 섞인 타박을 늘어놓았다. 


그때 아버지는 "뭐라는 거야?"라며 언성을 높이고는 고모의 말을 막아섰다. 순간 분위기는 어색해졌고 A씨 가족은 저녁 식사가 끝나자마자 집으로 돌아갔다. 


A씨는 돌아가는 길에 아버지에게 "아버지 군 생활 하시면서 북한 가셨어요?"라고 물었다. 이에 침묵을 지키던 아버지는 집에 도착할 때쯤 "나랑 대포 한잔할래?"라고 물었다. 


인사이트기사와 관련 없는 자료 사진 / JTBC '이태원 클라쓰'


A씨는 동생과 아버지 셋이서 집 근처 곱창집에 가 술잔을 나눴다. 소주 두어 병쯤 마셨을 때 아버지가 이야기를 꺼냈다. 


"아버지는 병역이 미필로 돼 있어. 육해공 어디에도 소속되지 않은 곳에서 군 생활을 했지. 지금으로 말하면 정보사라던지 공작원이라든지 그런..."


이어 "위장 명으로 회사 이름이나 직책 같은 것들을 썼단다"고 덧붙였다. 


이야기에 따르면 학창 시절 운동을 했던 아버지는 집안 형편이 너무나 가난해 스무 살이 되자마자 입이라도 하나 덜어보려고 육군에 지원했다. 


인사이트


인사이트기사와 관련 없는 자료 사진 / 영화 '실미도'


그렇게 들어가게 된 훈련소에서는 운동 특기자를 뽑았다. 그중에서 사정없는 발길질을 버텨낸 일부 훈련병들을 간추린 다음 아무도 모르는 곳으로 옮겼다. 


아버지는 그곳에서 시간이 어떻게 흘러가는지도 모르는 채 폭파, 독도법, 생환, 수영, 잠수 등 고된 훈련을 받았다. 


그 사이 집에는 '훈련 중 사망'이라고 적힌 사망통지서가 갔고 부대에서는 사망 사유를 확인한다는 이유로 시신 양도를 거절했다. 


동기 중 한 명은 모진 구타와 훈련을 이기지 못하고 스스로 목숨을 끊었지만 A씨의 아버지는 슬퍼할 겨를도 없이 숨진 동기의 시신을 치워야 했다. 


인사이트


인사이트기사와 관련 없는 자료 사진 / 영화 '실미도'


아버지는 이후 두 번의 작전을 수행한 후 갑자기 '집으로 돌아가라'는 말을 들었다. 눈이 가려진 채 도착한 곳은 한적한 도로 위였다. 


아버지 고향 땅에 도착해서야 자신이 약 5년 동안 군대에 있었단 사실을 알게 됐다. 


이 모든 이야기를 아버지로부터 전해 들은 A씨는 "아버지가 자랑스럽다"고 말했다. 이후 동생도 UDT(해군 특수전전단)에 입대해 건강히 군 복무를 마치고 돌아왔다. 


사연을 접한 누리꾼들 "저런 분들은 반드시 대우해드려야 한다", "우리 아버지도 완전 군장한 사진 있는데 아직도 미필이라 하심", "아버지도 아들들이 자랑스러우실 듯" 등의 반응을 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