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틴과 말다툼한 뒤 '석유 전쟁' 선포한 사우디 왕세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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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시스] 이재우 기자 = 사우디아라비아 실권자인 무함마드 빈 살만 왕세자가 지난달 초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와 대통령과 전화 통화에서 '격렬한 말다툼(shouting match)'을 한 뒤 석유 전쟁을 지시했다고 중동 전문매체 미들이스트아이(MEE)가 21일(현지 시간) 정상 간 통화에 정통한 사우디 관리를 인용해 보도했다.


전 세계를 휩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원유 수요가 감소한 가운데 사우디와 러시아가 원유 증산 및 유가 인하 경쟁에 돌입하면서 국제 원유시장은 유례 없는 공급과잉에 허덕이고 있다. 5월 인도분 서부텍사스산원유(WTI) 가격은 20일 사상 최초로 마이너스(-)대로 떨어지기도 했다.


두 정상은 지난달 6일 사우디와 러시아가 주도하는 석유수출국기구 플러스(OPEC+)가 오스트리아 빈 OPEC 본부에서 열리기 직전 이뤄졌다고 사우디 관리들은 전했다.


익명을 요구한 사우디 관리는 "OPEC+ 회의 직전에 빈 살만 왕세자와 푸틴 대통령 간 통화가 있었다"며 "빈 살만 왕세자는 매우 공격적이었고 최후통첩도 했다. 그는 '합의가 이뤄지지 않으면 사우디가 가격 전쟁을 시작할 것'이라고 위협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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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어 "대화는 매우 사적이었다. 그들은 서로에게 소리를 쳤다"며 "푸틴 대통령은 최후통첩을 거절했고, 통화는 매우 좋지 않게 끝났다"고 전했다.


또 다른 익명의 소식통은 빈 살만 왕세자가 푸틴 대통령에게 최후통첩하기 전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사위이자 백악관 수석 보좌관인 재러드 쿠슈너에게 자신의 입장을 전달했다고 전했다. 쿠슈너는 백악관 내 대표적인 친(親) 빈 살만 왕세자 성향 인물로 분류된다.


MEE는 트럼프 대통령도 당초로 유가 하락을 값싸게 전략 비축유를 채울 기회로 묘사하며 환영했지만 이후 셰일가스 업계의 요구로 입장을 바꿨다고 부연했다. 셰일가스는 채굴 비용이 많이 드는 편이다.


이 소식통은 "(빈 살만 왕세자의) 푸틴 대통령과 통화는 쿠슈너를 통해 트럼프 대통령의 '승인(blessing)'을 얻었다"며 "쿠슈너는 빈 살만 왕세자에게 그렇게 하라고 요청하지는 않았지만, 쿠슈너는 이를 알고 있었고, 거부권을 행사하지 않았다. 빈 살만 왕세자는 (이를 통해) 스스로 결론을 내렸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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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와 관련해서 한 업계 애널리스트는 MEE에 OPEC+가 지난달 감산 합의에 실패한 뒤 유가가 급락했다면서 사우디가 러시아에 폭력을 휘두르려 했다고 총평했다.


한편, 월스트리트저널(WSJ)도 지난달 11일 사우디 왕국의 의사결정에 정통한 복수의 소식통을 인용해 빈 살만 왕세자가 에너지부 장관이자 자신의 형제인 압둘아지즈 빈 살만의 의견을 무시하고 러시아와 석유 전쟁에 돌입했다고 보도한 바 있다.


WSJ는 정통한 소식통들을 인용해 빈 살만 왕세자가 부친인 살만 빈 압둘아지즈 알 사우드 국왕(살만 왕)에게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에게 전화를 걸어 추가 감산 협조를 요청해달라고 부탁한 바 있다고 전했다.


하지만 처음에는 푸틴 대통령이 바쁘다는 이유로 대화에 응하지 않아 국왕을 당혹스럽게 했고, 이후 회담이 이뤄졌지만, 푸틴 대통령은 감산을 약속하지 않았다고 소식통들은 설명했다. 이후 빈 살만 왕세자의 지시로 증산과 유가 인하 경쟁에 돌입했다고 WSJ는 부연했다.


WSJ는 사우디 국영 석유회사인 아람코가 사우디의 정치적 상황에 따라 사업상 결정을 내린다는 점 때문에 투자자들이 아람코의 기업공개(IPO)에 참여하지 않았다면서 러시아와 석유 전쟁은 투자자의 우려가 현실임을 입증시켰다고 사우디 정부 관계자를 인용해 꼬집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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