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의원 선거 낙선 후 대구로 달려와 '방역복' 입고 의료봉사 시작한 정치인
21대 총선 출마했던 의사가 낙선하자마자 방역복을 갈아입고 대구로 향했다.
[뉴스1] 오미란 기자 = "잘 다녀오겠습니다"
평생 의사로 살다 처음 도전한 제21대 국회의원 선거에서 낙선의 쓴잔을 들이킨 한 제주 정치인이 대구로 달려가며 남긴 한 마디다.
고병수 정의당 제주도당 위원장(55)의 이야기다.
연세대학교 의과대학을 졸업한 뒤 25년간 제주 안팎에서 의사로 활동했던 고 위원장은 지난해 6월 정의당 제주도당 위원장 선거 후보 명단에 이름을 올리며 현실정치에 발을 들였다.
그는 지난해 11월 발간한 저서 '제주 주치의 고병수의 바람'에서 "평소 존경하던 노회찬 의원의 죽음은 나의 인생에도 영향을 미쳤다"며 "그동안 내가 할 수 있는 것을 하던 평범한 시민에서 나아가 이제는 좀 더 앞장서서 시민 권력을 만들어가는 정치에 힘을 보태야겠다고 생각했다"며 정치에 입문한 배경을 밝히기도 했다.
이후 고 위원장은 제21대 국회의원 선거에서 격전지인 제주시 갑 선거구에 출마해 거대 양당 후보들에 맞서 완주했다.
결과는 낙선이었다. 그는 7.31%(9260표)의 득표율로 아쉽게 3위로 선거를 마무리해야 했다.
선거 다음날인 지난 16일 "책임 정치를 계속해 나가겠다"는 낙선 인사를 남겼던 고 위원장은 결코 쉬이 몸을 뉘이지 않았다.
선거운동을 하며 쌓인 피로와 낙선의 충격이 채 가시지 않았을 텐데도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대구로 가 의료 지원을 하며 힘을 보태기로 마음먹은 것이다.
지지자들은 고 위원장이 이번 선거운동 기간 내내 대구에 가지 못한 것을 큰 마음의 빚으로 여겼다고 입을 모았다.
그렇게 그는 20일 오후 2시45분 조용히 제주발 대구행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제주를 떠나기 직전까지 제주시 화북동에 있는 사회복지법인 성심원 사랑의 집을 찾아 민생을 살폈던 그다. 이 곳은 고 위원장이 10년간 촉탁의로 활동하며 일주일에 한 번씩 들렀던 곳이기도 하다.
현재 코로나19 감염병 전담병원인 근로복지공단 대구병원에서 환자들을 돌보고 있는 고 위원장은 뉴스1과의 통화에서 "신천지 집단감염 사태가 터졌을 때 선거운동을 멈추고 (대구에) 오기로 했었는데 조금 늦어졌다"고 다소 머쓱해 하며 "100명이 넘던 환자 수가 이젠 7명 뿐이다. 모두의 노력이 있었던 덕분"이라고 했다.
고 위원장은 "별도 향후 구상은 없다. 그저 할 수 있는 일에 최선을 다할 뿐"이라며 "병원에 있는 환자들이 모두 퇴원하고 다시 입원하는 환자가 없으면 그 때 비로소 제주로 돌아갈 수 있을 것 같다"고 너털웃음을 지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