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 세뱃돈 중고생 5만원·초등학생 1만원 받으면 적절하다고 생각한다"

인사이트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자료 사진 / KBS2 '슈퍼맨이 돌아왔다'


[뉴시스] 박영주 기자 = #. 이미선(36)씨는 해마다 이맘때쯤이면 아버지 친구가 생각난다. 과자, 사탕, 초콜릿이 가득 든 선물꾸러미를 들고 시골집 문턱을 넘던 아저씨는 작은 몸을 웅크리고 세배하는 미선씨에게 어김없이 세뱃돈을 건넸다. 1,000원짜리 몇 장을 손에 들고 기뻐하던 시절은 추억이 됐다.


30여 년 세월이 흘러 미선씨는 다가오는 설날에 앞서 오래된 지폐를 신권으로 바꾸며 세뱃돈을 고민하는 나이가 됐다. 네 살 된 조카의 세배, 세배는 하지 않고 어색하게 자리를 차지할 대학생 친척이 떠올라서다.


온 가족이 모이는 설 명절에 미선씨와 같은 고민을 하는 이들이 적지 않다. 세배하는 '조카의 기쁨'과 '얇은 지갑'을 나란히 두고 저울질을 하게 된다. 적당한 수준의 세뱃돈이란, 적당한 수준의 축의금처럼 쉽게 풀리지 않는 문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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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원부터 10만 원까지…시대 따라 변한 '세뱃돈'


세뱃돈의 역사는 길지 않은 것으로 전해진다. 20세기 중반 이전에는 세배하는 아랫사람에게 건강을 기원하는 덕담을 하고 떡이나 과일 등 차례 음식을 주고받는 게 일반적이었다고 한다. 하지만 '덕담'이 '지폐'로 바뀌는 데는 긴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구체적인 통계는 확인되지 않으나 옛 신문을 찾아보면 1960년대 중반부터는 세배하면 보통 10원짜리 지폐를 줬다고 한다. 무사히 겨울을 넘긴 어르신들께 문안 인사를 드리러 온 이웃집 사람들을 빈손으로 보내는 것은 예의가 아니라고 생각해 조금씩 쥐여 주던 게 세뱃돈으로 정착했다는 것이다.


형편에 따라 천차만별이겠지만, 1971년 보도를 보면 7세 미만 아이들에게는 50원보다 적은 돈이나 장난감, 국민학생(초등학생)에게는 100원 정도면 충분했다고 한다. 중·고등학생은 100~200원 정도이거나 학용품을 미리 사뒀다가 주는 것으로 세뱃돈을 대신했다고 전해진다.


화폐 가치에 따라 세뱃돈은 점점 몸집을 키웠다. 1982년에 500원이 지폐 대신 동전으로 발행되면서 세뱃돈도 지폐의 최소 단위인 1,000원 이상으로 껑충 뛰었다. 1988년 한 신문에서 설 명절을 보내는 모습을 보도한 기사를 보면 '세뱃돈 대학생 5,000~1만 원, 어린 학생들은 3,000원씩', '국민학생 1,000원, 중·고·대학생 5,000원'이라고 적혀 있다.


1990년대 들어서는 10만 원 이상의 수표도 등장했다. 1994년 한 신문에는 "세뱃돈으로 수표를 받는 아이들도 있다"며 도서상품권으로 절값을 대신해야 한다는 캠페인성 기사가 실렸다.


세배하는 이들과 세배를 받는 이들이 어색해지는 순간도 있었다. 국제통화기금(IMF) 한파가 불어 닥쳤던 해인 1997년에는 평소 만원을 쥐어 줬던 친척들이 5,000원을 건네는 경우가 많았다고 한다. 기사에는 "올해는 여느 해와 달리 설을 앞두고 준비해 놨던 신권(새 돈)이 최고 30%까지 남아도는 기현상이 벌어졌다"고 쓰였다.


당시 열세 살이었던 어린이는 "지난해 집안 어른들이 한 번에 최고 2만원까지 세뱃돈을 주셨는데 올해는 5,000원만 주기로 미리 입을 맞춘 듯하다"고 인터뷰하기도 했다. 1998년 설날에도 1만원권 신권보다 1,000원과 5,000원권 신권을 찾는 사람들이 더 많았다고 전해진다.


2006년에는 23년 만에 나온 5,000원짜리 신권이 인기를 끌었다. 2009년 신사임당이 새겨진 5만원권이 처음 발행되면서 세뱃돈의 물가도 함께 올라갔다. 1960년대 10원으로 시작한 세뱃돈 물가가 약 60년의 세월을 거쳐 1만 배 정도 오른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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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솟는 세뱃돈 물가, 연령대별 적정 금액은?


설 명절만 되면 늘 고민인 세뱃돈, 받는 사람과 주는 사람 모두 섭섭지 않은 적정한 수준은 얼마일까. 이를 두고 포털사이트 잡코리아와 알바몬이 직장인 1,035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진행했다. 조사기간은 지난 14일부터 17일까지였다.


그 결과 올해 직장인들은 설 세뱃돈 지출을 16만 4,000원으로 예상했다. 미혼 직장인은 12만 3,000원을 예산으로 잡았으나 기혼 직장인은 28만 3,000원을 쓸 예정이라고 답했다.


이들은 반드시 세뱃돈을 줘야 하는 대상으로 초등학생(56.4%)과 중·고등학생(52.4%)을 각각 1, 2위로 꼽았다. 반면 '나보다 손윗사람'(46.3%)과 '스무 살 이상의 성인'(45.5%)에게는 굳이 세뱃돈을 주지 않아도 된다고 느꼈다.


연령별로 세뱃돈의 적정금액을 묻는 문항은 올해 빠졌다. 대신 지난해 1월 8~10일 같은 사이트에서 성인남녀 1,217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 관련 내용이 담겨 있다.


먼저 미취학 아동과 초등학생에게 적당한 세뱃돈은 얼마라고 생각하는지를 묻자 1만 원이라고 말한 응답자가 48.8%로 가장 많았다. 5,000원과 3만 원은 각각 11.8%로 뒤를 이었다. 10만 원이라는 답변은 0.7%에 그쳤다.


중·고등학생에게 적절한 세뱃돈 액수는 5만 원이 36.9%로 1위를 차지했다. 이어 3만 원(28.5%), 2만원(11.2%) 순이었다. '안 줘도 된다'는 4.7%로 집계됐다. 대학생과 취업준비생도 5만 원(37.2%)이 가장 많았다. 세뱃돈으로 10만 원을 줘야 한다는 의견도 31.0%나 됐다. 반면 '안 줘도 된다'도 유일하게 10%를 넘어 10.8%를 기록했다.


설문조사로 볼 때 초등학생은 1만 원, 중·고등학생 5만 원, 대학생과 취업준비생은 5만~10만 원이 적당한 세뱃돈이라는 결과가 나온다.


한편, 한국은행은 일반인이 설 연휴 전인 지난 10~23일 발권국 창구를 통해 화폐를 신권으로 교환한 건수가 7,090건에 달한다고 밝혔다. 이는 지난해 설 연휴 직전(5,908건)보다 20%나 급증한 수치다. 설 세뱃돈 수요가 이례적으로 컸다고 한국은행 측은 설명했다.


경제가 어렵다고 하지만, '얇은 지갑'보다 '조카의 기쁨'을 생각하는 미선씨들이 아직은 많은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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