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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대하자마자 한달 내내 연락 안된 남친, 4주년 기념일도 잊어 헤어지려 합니다

2년 동안 힘들다는 내색 없이 곰신 생활을 한 여자친구가 전역 후 헤어짐을 선택했다.

인사이트 / 사진=박찬하 기자 chanha@사진=박찬하 기자 chanha@


[인사이트] 김다솜 기자 = 군대에서 자신과 비교도 할 수 없을 만큼 힘들었을 남자친구를 위해 힘들다는 표현 한 번 하지 않은 여자친구.


그런 그녀가 이제는 헤어짐을 고민하고 있다.


남자친구가 있어도 외로움을 겪은 여자친구는 그에게 전하지 못할 편지를 온라인 커뮤니티에 적어 내려갔다.


작성자 A씨는 남자친구와 4주년을 앞두고 있었다. A씨는 남자친구가 군대에 들어간 순간부터 그와 하고 싶은 일을 메모장에 빼곡하게 적으며 전역을 간절히 기다려왔다.


인사이트기사와 관련 없는 자료 사진 / YouTube '플레이리스트'


그는 군대에서 매우 답답하고, 외롭고, 괴로울 남자친구의 상황을 이해했기에 2년 동안 우울한 날들이 있어도 힘들다는 말 한마디 하지 않았다. 오직 남자친구 걱정뿐이었다.


일주일 넘게 집에만 있어도 행복할 정도로 집순이였던 A씨는 남자친구 휴가 날마다 아침 일찍 나가 자정이 넘어서야 집에 들어오는 자신을 보며 '나는 널 정말 좋아하는구나'라고 생각했다.


입대 당시 주변에서 하는 "공군은 상말병초"라는 말에도 흔들리지 않고 그들은 변함없이 사랑했다.


그래서인지 A씨는 그의 전역 후 모습을 더욱 기다렸다. 함께 손잡고 다시 학교에서 만날 설렘이 기대됐다.


인사이트기사와 관련 없는 자료 사진 / YouTube '플레이리스트'


그런데 A씨의 남자친구는 복학해서 A씨와 교양 수업 하나 같이 들어주지 않았다. 매일 동기들, 동아리 부원들과 술 약속을 잡았다고 한다.


A씨와의 4주년도 잊은 채 말이다. A씨는 자정이 지나 보낸 '4주년 축하해'라는 카카오톡 메시지에도 친구들과 게임을 하느라 답장 없는 그를 보며 많은 생각이 들었다.


2년간 떨어져 있었으니 1분이라도 같이 있고 싶었던 마음뿐인데 A씨의 남자친구 삶 속엔 A씨의 자리가 부족했다.


"그동안 많이 사랑해줘서 고마워" 


결국 A씨는 남자친구를 많이 사랑하지만 아픈 선택을 내렸다.


이 글은 지난 2017년 서울대학교 대나무숲 페이스북 페이지에 올라와 많은 이들의 눈물샘을 자극했다. 아래는 A씨가 올린 글 전문이다.


내 남자친구에게.

안녕. 나는 아까 잔다고 했지만, 이런저런 생각에 밤을 꼴딱 새웠어. 우리 내일이면 벌써 만난 지 4년 되는 날이야, 대단하지! 그렇지. 작년 오늘은 네가 군대에 있었는데. 이번엔 아니네. 신기하다.

근데 나 요즘 많이 외롭다? 이건 몰랐겠지. 남자친구가 있는데 외로울 수 있다는 거 이해가 안 됐었는데 요즘 정말 그렇네.

정말 나밖에 모르고 나 아니면 안 되었던 너라서 그런지. 요즘 참 힘든 거 같아.

네가 겨울에 전역하고, 나는 네 전역 몇 달 전부터, 아니 네가 군대에 들어간 그 순간부터, 너랑 하고 싶은 일을 메모장 빼곡하게 적으면서 누구보다 간절히 기다렸어.

군대에서 나와 비교도 할 수 없을 만큼 답답하고, 힘들고, 외롭고, 괴로울 너란 걸 알기에 2년 동안 우울한 날들이 있어도 나 힘들다는 말 한마디 하기가 정말 어렵더라. 착한 네가 걱정할까 봐. 주중에 공부하고 알바하느라 바빠서 주말에는 맘 놓고 늦잠 자고 싶어도, 면회 가는 날이면 이상하게 한 시간도 더 일찍 눈이 떠지더라. 그렇게 잠 많은 나인데 말이야.

방학 땐 일주일 넘게 집에서 안 나가도 잘 지낼 만큼 집을 좋아하는 내가, 네 휴가 때마다 하루도 빠짐없이 아침에 나가서 자정이 넘어서야 집에 들어오는 나를 보면서, 참 나는 널 좋아하는구나 싶더라.

군대에 갔을 때 주변에서 일말상초다, 아니 공군은 산말병초다... 하는 쓸데없는 말을 해도 흔들리지 않고 우린 서로 좋아하고 변함없이 사랑했잖아. 그렇지.

그래서인지 더욱 네가 제대하고 나서의 날들이 기다려졌던 것 같아. 너랑 손잡고 학교를 다시 다닐 수 있구나 하는 생각에.

제대하던 날, 너에게 받은 꽃다발은 잘 말려서 아직도 내 방에 걸려 있어. 네가 준 신발도 매일매일 신고 있는 거 알아? 제대하고 그 한 달은 정말 꿈같았는데.

근데 그 이후 방학 내내 친구들과 유럽 여행 한다며, 시차 때문에 연락하기 힘들까 봐 꼭두새벽까지 안자고 기다리는 나였는데 너는 그 한 달 내내 통화 한번을 안 하더라. 그래, 얼마 만에 자유롭게 하는 여행인데. 하고 나는 이해했어 그럴 수밖에 없었어. 그래도 너랑 이제 학교 다닐 수 있으니까 너무 설렜어.

근데, 복학해서는 나랑 교양 수업 하나도 같이 안 들어주더라. 그래. 관심사가 다르니까 그럴 수 있다고 생각했어. 근데 운동을 정말 좋아하는 너의 시간표에 체육 수업 하나 끼워주는 것조차 힘든 일이었을까. 그래도 이해했어.

그리고 예전엔 관심도 없던 봉사 동아리와, 수많은 대외활동에 치여 바쁘고, 나랑은 학식 한번 먹기 힘들 정도로 새내기들, 후배들, 동아리 사람들과 끊임없이 밥약을 잡고 술약을 잡더라? 정말 너무 슬펐는데, 그래도 꾹 참을 수밖에 없었어. 내가 괜히 널 숨 막히게 만들까 봐. 너의 사회활동에 걸림돌이 되고 싶지는 않았어. 2년 동안 힘들었으니까.. 하면서 계속 참게 됐어.

근데 있지, 우리 내일 4주년이잖아. 내일은 같이 시간 보내주면 안 됐던 거니? 아님 기억을 못 하는 거니.. 동아리 사람들이랑 술 먹는 거 안 가면 안 되는 거야? 내가 그 동아리가 아니라서 그 술자리의 중요성을 잘 몰라서 그러는 거니?..

자정이 지나서 4주년 축하해 라는 나의 카톡에 답장도 없이 정신없이 친구들과 게임하고 있는 너를 보며, 정말 나는 많은 생각이 들더라. 그래서 잔다고 해버렸어. 근데 아직도 너는 읽지 않았네..

있잖아, 흔히들 보상심리라고 하지. 그런 거 나도 있긴 한가 봐. 나랑 1분이라도 더 같이 있어 주면 좋겠고, 있어 주진 못하더라도 같이 있고 싶다는 마음이라도 보여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어. 지나가다 갑자기 꽃 한 송이 사다 주는 너의 모습이 보고 싶었고, 가끔 따뜻한 편지 한 장 쥐여주는 너의 모습이 그리웠어.

근데 어느 선물보다 어느 편지보다 그리운 건 너의 시간인데, 너의 시간은 이제 나에겐 많이 주어지지 않는 것 같네.

너의 삶 속엔 이제 내 자리는 별로 없는 것 같아.

정말 너를 많이 좋아하지만, 그리고 아직 너도 나를 좋아하는 거 같지만, 우리 이제 그만할 때가 온 것 같아.

그동안 나를 많이 사랑해줘서 고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