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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기정 선수의 금메달보다 일장기 가려주는 화분이 더 부러웠다고 고백한 한국 선수

1936 베를린 올림픽 마라톤 시상식에 올랐던 두 명의 한국인 선수는 자신의 가슴에 새겨진 일장기가 부끄러워 고개를 푹 숙였다.

인사이트순천남승룡마라톤대회


[인사이트] 함철민 기자 = 단상 가장 높은 곳에 오르고도 고개를 푹 숙인 한 남자. 그는 1936년 베를린 올림픽 마라톤 금메달리스트 손기정이다. 


작은 월계수로 자신의 가슴팍에 그려진 일장기를 가린 손기정 선수 앞에 또 한 명의 일본 대표 선수가 있다. 


그 또한 침울한 표정으로 고개를 숙이고 있다. 


손기정 선수의 우승으로 잘 알려지지 않았지만 그는 이 대회에서 동메달을 획득했던 한국인 마라토너 남승룡이다.


인사이트순천남승룡마라톤대회


손기정과 남승룡 두 사람은 올림픽이라는 가장 큰 무대에서 각각 금메달과 동메달을 땄음에도 기뻐하지 않았다.  


일본의 국가 '기미가요'가 울려 퍼지자 두 사람은 고개를 푹 숙였고 그늘진 표정은 슬픔으로 가득 차 있었다.


손기정 선수는 히틀러가 선사한 화분으로 애써 일장기를 가렸다. 


남승룡은 당시를 이렇게 회상했다. 


"금메달보다 히틀러가 준 화분이 더 부러웠다. 그걸로 일장기를 가릴 수 있었으니까..."


인사이트왼쪽에서부터 손기정, 서윤복, 김구, 남승룡 / Wikipedia


마라톤에서 당당히 3위를 차지하고도 단상에 올랐던 남승룡은 전 세계에 그대로 노출된 자신의 일장기가 부끄러웠다. 


그런 그에게는 손기정의 빛나는 금메달보단 일장기를 가릴 수 있는 화분 하나가 더욱 부럽게 느껴졌다. 


당시 나라 잃은 청년들은 그렇게 오직 실력만으로 전 세계에 자신들을 알렸다. 


인사이트Wikimedia commons


남승룡은 해방 후인 1947년 보스턴 마라톤 대회에 참석했다. 당시 대회에 참가한 선수들 중 가장 고령이었다. 


적지 않은 나이에도 그가 마라톤 대회에 나갔던 이유는 '가슴에 일장기 대신 태극기를 달고 뛰고 싶었기 때문'이었다. 


그렇게 출전한 대회에서 10권 안의 성적을 거두며 자신이 건재함을 알렸고 후배이자 제자인 서윤복이 2시간 25분 39초로 세계신기록을 세우며 우승을 차지했다. 


언제나 조국을 가슴에 품고 달렸던 남승룡. 그는 영원히 대한민국의 훌륭한 선수이자 코치로 영원히 기억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