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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친이 제 결혼식에 와서 축의금 못 냈다고 밥도 안 먹고 조용히 돌아갔습니다"

엄마를 떠나보냈을 때 장례식장에서 함께 울며 삼일 내내 옆을 지켜준 절친이 축의금 낼 돈이 없어 먼발치서 보고 돌아갔다는 얘기를 전해 들었던 여성은 가슴이 무너져 내렸다.

인사이트(좌) 기사와 관련없는 자료사진 / gettyimagesBank (우) 기사와 관련없는 자료사진 / 영화 '선물' 


[인사이트] 윤혜경 기자 = "그깟 돈이랑 밥이 뭐라고…"


가족과 친지, 친구들의 축복 속에서 사랑하는 남자와 백년가약을 맺은 뒤 신혼여행에서 돌아온 새신부 한나(가명) 씨는 한 친구 때문에 펑펑 울었다.


엄마를 떠나보내던 날, 장례식장에서 함께 울며 삼일 내내 옆을 지켜준 절친이 먼발치에서 결혼식을 올리는 모습만 보고 자리를 뜨게 한 이유가 그의 눈물샘을 터뜨리고 만 것.


신혼여행을 다녀와 남편과 함께 축의 명단을 하나하나 살펴보던 한나 씨는 절친 수영(가명)이 축의금을 내지 않았다는 사실을 뒤늦게 알게 됐다.


기사와 관련 없는 자료 사진 / gettyimagesBank,기사와 관련없는 자료사진 / gettyimagesBank,


초등학교 때부터 지금까지 함께해 온 시간만 10년. 분명히 식장에선 본 것 같은데 의아하게 느껴졌던 한나 씨는 결혼식에 온 다른 친구에게 그날 수영이를 봤냐고 확인했다.


수영을 목격한 친구의 얘기는 이랬다. 결혼 당일 혼자 온 수영은 뒤에 서서 한나 씨의 결혼식만 보고는 서둘러 식장을 빠져나갔다.


이를 본 친구가 "뷔페 같이 먹고 가자"라고 말을 걸었더니 수영은 크게 당황하며 "볼일이 있어"라고 말한 뒤 빠르게 사라졌다고 한다.


무엇이 수영을 뒤에 서게 만든 것도 모자라 결혼식에서 따뜻한 밥 한 그릇도 못 먹고 가게 했나 한참 고민하던 한나 씨.


기사와 관련 없는 자료 사진 / gettyimagsBank기사와 관련 없는 자료 사진 / gettyimagsBank


얼마 후 한나 씨는 그 해답을 찾았다. 바로 '돈'이었다. 근래 들어 경제적인 문제로 힘들어하던 수영의 모습이 불현듯 스쳐 지나갔다.


명색이 친한 친구인데 5만원도 안 되는 돈을 축의금으로 내기가 미안했던 것이 아닐까 짐작됐던 것이다.


한나 씨는 돈 때문에 미안해 식사도 안 하고 식 이후로 아직도 연락 한 통 못했을 친구의 모습이 훤히 그려져 이루 말할 수 없는 속상함을 느꼈다.


혹여 수영이 '내가 축의금을 안 내서 연락을 안 하는 건가…'라고 생각하고 있는 건 아닐지 걱정도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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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영 생각에 한참을 울던 한나 씨는 마음을 다잡고 전화를 걸었다.


"왜 식장에서 밥 안 먹고 그냥 갔어~"

"바빠서 못 먹고 갔어. 미안해 한나야"


미안하다는 말 한마디가 차마 수영의 전하지 못한 진심이 느껴지는 듯했던 한나 씨는 울음을 참고 가슴에 꼭꼭 담아뒀던 말을 꺼냈다.


기사와 관련 없는 자료 사진 / gettyimagesBank기사와 관련 없는 자료 사진 / gettyimagesBank


"수영아, 혹시 축의금 때문에 연락 못한 거 아니지? 나는 너한테 그런 거 받을 생각 없어. 너는 옆에 있어주는 것만으로도 너무 고마운 존재야. 돈 못 냈다는 거에 절대 연연하지 말고 미안해하지도 마."


휴대폰 너머로 수영의 억눌린 울음소리가 들려왔다. 미안함, 서글픔, 고마움 등 다양한 감정이 점철된 수영의 감정이 폭발한 것이다.


한참을 울던 친구는 잠긴 목소리로 "고마워. 돈 많이 벌면 꼭 줄게"라고 진심을 가득 담아 말했고 한나 씨는 "됐고! 빨리 신혼집 놀러 와서 밥 먹으면서 수다나 떨자. 너 그날 밥 못 먹고 간 거 내가 배 터지게 먹여줄게"라고 너스레를 떨었다.


한나 씨의 따뜻한 말이 차갑게 응어리진 친구의 마음을 녹인 덕분에 두 사람은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되돌아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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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당 글은 몇 년 전 한 온라인 커뮤니티를 통해 공개된 한 여성의 사연이다.


두 친구의 진한 우정이 느껴지는 해당 사연은 여전히 많은 누리꾼들에게 훈훈함과 감동을 주고 있다.


'5월의 신부'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유독 결혼식이 많은 5월이다. 5월에 결혼을 약속한 이들 중 절반은 부부가 됐고, 또 절반은 결혼을 앞두고 있다.


그런데 결혼을 앞두고 가슴을 졸이는 예비 신혼부부도 제법 있다고 한다. 결혼식 당일 초대할 친구가 몇 없다는 이유에서다. 사람들의 시선을 의식해 '하객 알바'를 쓴다는 씁쓸한 얘기도 나온다.


진정한 친구 한 명만 있어도 성공한 삶이라고 했다. 인생에서 가장 축하받을 결혼식에 가식이나 돈이 아닌 진심으로 축하하는 마음을 가지고 자리를 빛내주는 친구, 축의금이 없어 미안한 마음까지 가지고 그 자리를 지켜준 진정한 친구를 가졌다면 이미 충분히 행복한 생이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