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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영이는 '조두순 60년형'을 원했지만 법원은 징역 12년을 선고했다"

대한민국 국민이라면 치를 떠는 흉악범 조두순의 출소를 반대한다는 청와대 국민청원의 동의수가 또다시 20만 건을 넘었다.

인사이트JTBC '썰전'


"출소 반대한다"...국민적 '공분' 일으킨 범죄자 조두순


[인사이트] 정인영 기자 = 최근 출소를 앞둔 한 범죄자가 교도소를 이감한다는 보도가 나오자 여론이 들끓었다. 대한민국 국민이라면 치를 떠는 범죄자, 조두순이었기 때문이다.


다시 조두순이 화두가 되며 그의 출소를 막아달라는 청와대 국민청원의 동의수가 20만을 넘어섰다. 지난해 같은 내용의 청원 동의가 60만이 넘었고 '불가하다'는 청와대의 입장이 나왔는데도 말이다.


개인을 처벌해달라는 청원들이 종종 올라오긴 하지만, 처벌을 받아 12년 징역을 살고 있는 개인에 대한 출소 반대 지지가 이토록 대국민적인 것은 이례적인 일이다. 


또 그의 신상을 공개해달라는 여론이 90%가 넘고, 그의 신상을 공개할 경우 처벌받을 수 있다는 보도에 분노하는 것들을 볼 때, 조두순에 대한 우리 국민의 공분이 얼마나 큰지 가히 짐작할 만하다.


이쯤되면 범죄자 조두순에 대한 국민적 분노는 '혐오'를 넘어선 것 같다. 그런데도 그에 대한 분노나 혐오가 정당화되며 범죄자의 인권을 말하는 사람들조차도 말을 아끼는 것은 그가 8살 소녀에게 저지른 범죄가 너무나도 참혹했기 때문이다.


절대 인간으로서 할 수 없는 짓을 저질렀기에 피해자뿐만 아니라 국민정서상 용서할 수도, 그가 다시 돌아와 함께 사는 것도 용납할 수 없는 것이다.


인사이트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


조두순 '12년 선고'를 두고 판사와 검사 모두 비판받는 이유


국민의 이러한 분노는 조두순 개인을 넘어 그가 '고작' 12년을 살고 당당히 나올 수 있는 지금 이 현실을 향하고 있다. 당시 12년의 형을 선고한 판사, 항소하지 않은 검사, 그리고 그게 가능한 우리 법체계 전반을 향한 비판의 목소리가 여전히 뜨겁다.


만취한 상태에서 저지른 범죄에 대해 형을 감경해주는 소위 '주취 감경'(심신미약)이 명문상 필요적 감경으로 적용할 수밖에 없었다며 판사가 억울함을 호소하자 비판의 잣대는 검사로 향했다.


왜 형량이 더 무거운 성폭력특별법이 아닌 형법으로 구형했는지, 왜 조두순 측에서 주장한 만취상태를 반박하지 않았는지, 왜 12년 선고에 항소하지 않았는지 세 가지 정도가 문제됐다.


당시 범죄에 적용가능했던 성폭법 조항은 무기 또는 10년 이상이었고 형법 조항은 무기 또는 5년 이상 형이었다. 검사가 무기징역형을 선택해서 구형했기 때문에 형법 자체를 선택한 것만으로는 비난받기는 어렵다.


문제는 검사가 무기징역형을 구형했는데 왜 12년형을 선고받게 되었는가이다. 


형사법상 심신미약이 인정돼 필요적 감경을 하게 되면 형은 반으로 줄어든다. 사형일 경우는 무기징역으로, 무기징역일 때는 장기가 유기징역의 상한으로 줄어든다. 당시 유기징역 상한인 15년을 감안하여 판사가 12년을 선고한 것이다.


인사이트JTBC '이규연의 스포트라이트'


검사가 이에 대해 항소를 하지 않은 것은 선택할 수 있는 최고형을 구형했고 명문으로 인정되는 심신미약 감경이 적용된 끝에 나온 12년이 나름 '중형'이라고 판단했을 것이기 때문이다. 법적으로, 양형 관례상으로도 아무런 문제가 없었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해당 검사나 판사가 여론의 비판을 받았을지언정 법적으로 아무런 책임도 지지 않았던 것이다.


그러자 그토록 참혹한 범죄를 저지르고도 적법하게 12년을 선고받는 것이 가능한 우리 법체계, 법 자체에 문제가 있다는 비판으로 옮겨갔다.


주취감경은 이전부터 '뜨거운 감자'로 폐지 요구 목소리가 컸지만 폐지되지 않았다. 만취 등으로 의사결정능력이 없을 때의 행위를 의사결정능력이 있을 때와 똑같이 책임을 물을 수 없다는 '원칙'을 고수하고 있기 때문이다. 


때문에 주취감경 폐지를 포기하는 대신 그것이 적용돼 반으로 형이 줄어도 국민정서에 맞는 중형이 선고 되게 형량을 높이는 쪽을 택했다. 그래서 유기형의 상한인 15년이 개정돼 30년까지 높아졌다.


해당 범죄에 적용되는 법조항의 선택형에 '사형'이 들어가지는 않았다.


결국, 그렇게 뜨겁게 여론이 비판하고 학계, 법조계가 치열하게 고민하고 엄청난 결단으로 법개정을 했어도 현재 제2의 조두순이 나올 경우 국민들이 요구할 사형이나 무기징역형은 받을 수 없다.


인사이트온라인 커뮤니티


'강력 처벌' 원하는 국민 목소리에 귀 기울여야 한다


입법자와 법집행자들은 엄벌주의가 능사가 아니고, 범죄자의 인권 또한 중요하기 때문에 이만큼의 변화도 엄청나다고, 개별 사건이나 범죄자 개인 한 명 때문에 법이 개정되는 것 자체에 우려를 표하며 호들갑 떨지도 모르겠다.


어쩌면 더 큰 처벌을 원하는 국민정서와 수준을 폄하하고 있을지도 모를 일이다.


그러나 조두순과 같은 범죄를 저질렀을 경우 중국이나 이란이 사형을, 영국이 무기징역을, 미국이 무기징역과도 같은 몇 백년, 몇 천년의 형을 선고하게 되는 것을 볼 때 우리 국민이 인권감수성이 떨어진다거나 범죄자 개인에 대한 혐오가 유별나 무리한 요구를 하고 있다고는 볼 수 없다.


아동성범죄 같이 반인권적, 패륜적 범죄들에 대한 국제사회의 처벌 수위와 원칙이 어떠한지 보면 범죄자에 대한 관대한 나라라는 오명이 근거없다 할 수만은 없을 것이다.


오히려 피해자는 구제해주지 못하면서 범죄자만 지킨다는, 피해자보다 범죄자의 인권이 더 중요하다는 분노와 자조섞인 목소리를 더 무겁고 뼈아프게 받아들여야 할 일이다.


조두순의 신상을 공개하는 것도, 그나마 상향 조정된 법규를 적용해서 다시 재판을 받는 것도, 출소를 막는 것도, 그 어떠한 것도 '법적으로' 허용되지 않는다. 형사법적 대원칙인 형벌불소급원칙, 일사부재리원칙 등 때문이다. 조두순 개인에 대한 처벌 특별법을 제정한다 한들, 한 개인을 처벌하는 법으로서 위헌이 될 가능성이 크다.


그래서 조두순은 성실하게 12년을 복역했기에 2020년 출소 후 자유의 몸으로, 대한민국 국민으로 다시 기회를 얻어 권리를 누리고 보호받으며 살아갈 것이다.


제2, 제3의 조두순들도 조금 더 오래 복역한 후 다시 대한민국 국민으로 인간답게 살아갈 것이다. 그가 인간으로서 절대 할 수 없는 짓을 저질렀어도, 그래서 국민들이 그를 용서하지 못하더라도, 또 피해자가 평생을 고통과 불안속에 인간답게 살아갈 수 없을지라도 말이다.


인사이트JTBC '이규연의 스포트라이트'


피해자로부터 영원히 격리시키는 수준의 처벌이 필요한 이유


지난 29일 심신미약의 경우 필요적 감경이 아닌 임의적 감경으로, 즉 판사가 판단해서 감경을 하지 않을 수 있도록 개정된 법안이 국회를 통과했다. 


조두순 이전과 이후에도 '주취 감경'을 폐지하라는 요구에 드디어 입법적 결단을 내린 것이다. 완전한 폐지는 아니지만 적어도 판사가 명문규정 때문에 '어쩔 수 없이' 감경할 수밖에 없었다며 법이나 검사를 탓할 수는 없게 됐다.


범죄자에 대한 강력한 처벌이 잠재적 범죄자들로 하여금 '억지력'을 줘 범죄 예방효과를 줄 수 있을지는 장담할 수 없다. 


그러나 '아동 성범죄'와 같이 국민 대다수가 절대 용서할 수 없는, 우리 사회가 절대 용납할 수 없는 범죄를 특정하고 그에 대한 처벌수준을 맞추는 것은 필요하다. 영원히 회복할 수 없는 고통 속에 살아가는 피해자와 그 가족을 조금이라도 위로할 수 있는 일이기도 하다.


제2, 제3의 조두순이 국민 법 감정에 맞는 사형 또는 무기징역을 선고받으려면 관련 법 규정이 개정돼야 한다. 피해자인 아동이 사망하지 않았더라도 그 피해가 참혹할 경우에는 선택형에 사형을 넣어 최소 검사가 사형을 구형이라도 할 수 있게 해야 한다. 


조두순의 출소를 앞두고 고통을 호소하고 있는 아직도 너무 어린 피해자를 완전히 보호해 주지도 못하면서 그에게서 범죄자를 영원히 격리시키는 것이 그토록 가혹한 처사인지, 여전히 국민 법감정에 미치지 못하고 '우려'하며 주저하는 목소리들에 되묻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