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애 끝자락에 서 있는 사람이 보면 '펑펑' 오열한다는 영화 한 장면

인사이트영화 '연애의 온도'


[인사이트] 황효정 기자 = "나 연애해"


짧은 문장이고, 쉬운 말이다. 누구나 할 수 있는 말이지만 사실 그 깊이는 다르다.


진짜 연애를 해 본 사람, 뜨겁던 연애의 온도가 점차 식어가며 차갑게 변해가는 그 과정을 겪어본 사람만이 알 수 있는 어떠한 감정의 너울이 있다.


여전히 사랑하는데, 서로가 서로를 힘들게 한다. 어떻게 해줘야 할지 모르겠다. 맞추긴 맞추는데 받아들여지지는 않는다.


변화를 시도해봐도 순간일 뿐이다. 반복되는 싸움에 스스로도 지칠 뿐 아니라 상대방이 지칠까 그것 또한 두렵다.


행동은 더욱 조심스러워지고, 감정은 쌓여만 간다. 그럴수록 작은 하나하나가 상처로 남는다. 사랑의 밑바닥은 결국 폭발적인 미움으로 귀결된다.


인사이트영화 '연애의 온도'


이처럼 현실적인 연애의 끝을 그린 장면 하나가 있다. 지난 2013년 개봉해 5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두고두고 회자되는 영화 '연애의 온도'다.


극 중 헤어졌다 다시 만난 영(김민희 분)과 동희(이민기 분)는 서로에게 상처를 주지 않으려 부단히도 노력한다.


바로 그 부분이 이들을 지치게 한다. 처음 이별을 결심했던 문제는 아직 그대로 있는데, 사랑한다는 마음 하나로 재회했다. 그리고 그 문제를 계속 외면한다. 상처는 곪을 수밖에 없다.


연인의 마지막 데이트는 놀이공원에서 이뤄진다. 행복과 설렘, 즐거움의 상징인 놀이공원에는 궂은 비가 쏟아지고 둘은 비를 맞으며 이번에야말로 진짜 이별의 말을 쏟아지는 빗물처럼 터뜨린다.


"왜 그렇게 다 네 마음대로냐" 지적하는 동희에 영이 먼저 터진다.


인사이트영화 '연애의 온도'


"내가 내 마음대로라고? 말 한마디라도 실수할까 봐, 내가 뭐 또 잘못이라도 해서 옛날처럼 될까 봐 아무것도 안 하고 있는데, 뭐가 내 마음대로란 얘기야?


너야말로 솔직해져 봐. 억지로 나와서 억지로 즐거운 척하면서 사람 피 말리지 말고, 처음부터 나오기 싫었다고 나랑 있는 거 좋지도 않다고 솔직하게 말이라도 하라고.


너 맨날 이러는 거 알아? 옛날부터 지금까지 툭하면 사람 눈치 보게 만들어서 힘들게 하더니, 결국엔 너 변한 거 하나도 없어. 아무리 시간이 지나도 그대로야.


나 혼자 뭐 어떻게 해보려고 하는 것도 지치고 이젠 지긋지긋해. 헤어지고 싶으면 그냥 말해. 내가 다 받아들이고 네 탓하지도 않을 테니까 그냥 지금 여기서 말해"


그러자 동희는 대꾸한다.


인사이트영화 '연애의 온도'


"넌 뭐 변한 줄 알아? 너야말로 그대로야. 나 만나서 힘들고 지친다, 너 혼자 애쓴다, 너 지금 옛날에 하던 그 짓 똑같이 하고 있잖아.


너만 숨 막히고 피 말라? 나야말로 너랑 있으면 뭘 어떻게 해야 될지 모르겠어. 나 다시 만난 거 네가 후회하고 있을까 봐, 나 너랑 같이 있으면 나 숨도 제대로 못 쉬어.


그런데도 결국 너는 이렇게 너 힘든 거 밖에 생각 안 하잖아. 너 서운한 거, 너 힘든 거, 너 혼자 노력하고 발버둥 치고 있는 거. 네 눈엔 너밖에 안 보여?


너만 힘들어? 네 그 생각 때문에 나야말로 미칠 것 같은 거. 그거 네 눈엔 보이기나 하냐고.


그러니까 네가 얘기해. 헤어지고 싶으면 이제 네가 말해. 나야말로 지긋지긋하니까"


그런 동희에게 영은 묻는다. "너 나 사랑하기는 해? 지금 이거 우리 사귀기는 하는 거니?"


별다른 사건도 없던 이들이 왜 이런 말을 주고받는지, 정말로 연애를 해 본 사람이라면 알 것이다. 미묘한 감정과 순간이 쌓이고 쌓여 만들어진 현실적인 결말이다.


연애는 달콤하지도, 아름답지도 또 환상적인 이벤트로만 가득 차지도 않는다. 눈물과 질투, 애증이 넘치는 일이다.


인사이트영화 '연애의 온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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