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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8년 전 오늘, '매국노' 이완용 암살하려 했던 25살 청년이 세상을 떠났다

108년 전 오늘은 매국노 이완용을 칼로 찔러 암살하려한 이재명 의사가 서대문 형무소에서 사형당한 날이다.

인사이트(좌) 독립운동가 이재명 의사 / 국가보훈처 , (우) 이완용 / 독립기념관


[인사이트] 함철민 기자 = 이토 히로부미가 중국 하얼빈역에서 안중근 의사의 총탄을 맞고 사망한 지 두 달여가 지났을 때였다.


1909년 12월 22일 인력거 하나가 서울 종현천주교회당을 향하고 있었다.


인력거 안에 타고 있던 사람은 다름 아닌 매국노 이완용.


고종이 퇴위하고 순종이 즉위하자 역적이라는 질타를 받았던 이완용은 조선인들의 미움을 사고 있었다.


전국 곳곳에서 화형식이 거행됐고, 의병과 암살 조직은 1번 타겟으로 이완용을 지목하며 암살 계획을 세웠다.


인사이트기사와 관련 없는 자료 사진 / tvN '미스터 션샤인'


그날 인력거를 탄 이완용이 성당 정문 근처에 도착했을 때, 한 군밤 장수가 다가왔다. 그리고 그 군밤 장수는 품에 있던 칼을 꺼내 들고 이완용의 옆구리와 어깨를 3차례 찔렀다.


순식간에 벌어진 일, 이완용은 피를 흘리며 쓰러졌다.


이완용이 쓰러진 후 군밤 장수는,


"오늘 우리의 공적을 죽였으니, 정말 기쁘고 통쾌하다"


라며 곁에 있던 이에게 담배를 청해 태우다 일본 순사에게 체포됐다.


인사이트1909 이완용 암살을 시도했던 종현천주교회당(현 명동성당) / 안중근 의사 기념관


그렇게 체포된 군밤 장수는 25세의 조선인 청년 이재명이었다.


그는 지난 1909년 1월 평양역에 도착한 이토 히로부미를 처단하려 하였으나, 혹여 고종황제가 다칠까 염려했던 안창호의 만류로 거사를 치르지 못했다.


얼마 후 안중근에 의해 이토 히로부미가 처단됐지만 그는 자신의 걸음을 멈추지 않고 다음 목표로 매국노 이완용으로 삼았다.


이재명의 칼을 맞은 이완용은 생사가 위독할 정도로 위험한 상태까지 이르렀다가 일본인 외과 의사들의 노력으로 목숨을 건지게 됐다.


인사이트기사와 관련 없는 자료 사진 / 영화 '박열'


"피고와 같이 '흉행'을 한 사람이 몇이나 되는가?"


"야만 섬나라의 불학무식한 놈아! 너는 흉자만 알았지 의자는 모르느냐. 나는 흉행이 아니고 당당한 의행을 한 것이다"


재판장은 그의 행위를 흉행(흉폭한 일)이라며 이재명에게 공모자들이 몇이나 되느냐고 물었다.


그 앞에서 이재명은 자신의 행위가 '의행(의로운 일)'이며 의행을 행한 자신은 '의자(의로운 사람)'라고 당당히 대답했다.  


인사이트기사와 관련 없는 자료 사진 / 영화 '박열'


"그러면 피고의 일에 찬성한 사람은 몇이나 되는가?"


"2000만 민족이다. 야만 왜종들은 퇴청시켜라! 그리고 창밖에 나열한 한국인을 모두 입장시켜라. 그렇지 않으면 나는 너의 심문에 대답하지 않겠다"


이 소리를 듣자, 밖에서는 "옳소!"라는 소리가 울려 퍼지기 시작했다. 분노를 이기지 못한 일부는 재판장의 창을 부수기까지 했다. 


하지만 그에게 내려진 판결은 사형. 


인사이트당시 이재명 의사의 사건을 보도한 대한매일신보 기사 / 한국언론진흥재단


"왜법이 불공평하여 나의 생명을 빼앗을 수는 있지만, 나의 충혼은 빼앗지 못할 것이다"


이재명은 사형선고를 받은 후에도 당당함을 잃지 않았다. 이완용의 목숨을 빼앗지는 못했지만, 그의 '불꽃'은 전혀 꺼질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인사이트서울 명동성당 입구에 위치한 이재명 의사의 거리 / 국가보훈처


"나는 죽어 수십만 명의 이재명으로 환생하여 기어이 일본을 망하게 하고 말겠다!"


108년 전 오늘인 1910년 9월 13일, 이재명은 서울 서대문형무소에서 형장의 이슬로 삶을 마감했다.


향년 25세. 


순국 직전 그가 남긴 유언은 이후 많은 사람의 입에서 입으로 옮겨지며 마음에 울림을 주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