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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대 간 아들이 총 3발 맞고 죽었는데 쏜 사람은 없다고 합니다"

故 허원근 일병은 첫 휴가를 하루 앞두고 머리와 가슴 등 총 3곳에 총상을 입은 채 발견됐다.

인사이트의문사진상규명위원회가 공개한 故 허원근 일병 사망 당시의 모습 / 의문사진상규명위원회


[인사이트] 김천 기자 = 총상을 입어 숨진 아들이 왜 죽었는지 진상을 확인하고 싶은 한 노인이 있다. 바로 故 허원근 일병의 아버지 허영춘씨다. 


허씨의 아들 허 일병은 군 복무 중 부대서 3발의 총상을 입고 죽음을 맞이했다. 하지만 지금까지 가해자를 특정할 수 없는 상황이다. 


아들의 억울함을 풀기 위해, 아버지는 투쟁을 시작했다. 


허 일병은 앞서 지난 1984년 4월 2일 강원도 화천군 육군 7사단에서 복무하던 중 첫 휴가를 하루 앞두고 부대 내 폐유류고 뒤에서 싸늘한 시신으로 발견됐다. 


인사이트SBS '그것이 알고 싶다'


가슴에 2발, 머리에 1발 등 총 3발의 총상을 입은 그의 오른손 부근에는 M16 소총 한 정이 놓여 있었다.


국방부는 허 일병의 죽음을 군 생활에 적응하지 못해 자살한 것으로 매듭 지었다. 아버지는 받아들일 수 없었다. 평소 밝고 어른스러웠던 아이가 첫 휴가를 앞둔 날 스스로 목숨을 끊었을 리 없었다.


게다가 자신의 몸에 총을 3번이나 쏘고 자살한다는 것은 상식적으로 이해할 수 없었다. 또 당시 현장 주변에는 피가 한 방울도 떨어져 있지 않았고 주변은 모두 깨끗이 정리돼 있었다.


아버지는 아들의 죽음에 의문을 품은 채 군부독재 시절 국방부와 고단한 싸움을 했다. 허씨의 호소와 항의는 철저히 묵살됐다.


인사이트SBS '그것이 알고 싶다'


그렇게 묻혀 가던 허 일병 사건은 아들이 세상을 떠난 지 18년 만인 2002년 다시 재조명되기 시작했다.


드디어 16년 전 오늘인 지난 2002년 8월 20일, '의문사 진상 규명위원회'는 허 일병이 타살됐다는 중간 조사결과를 발표했다. 조사에서는 군이 사건을 은폐했다는 정황이 속속 드러났다. 결정적인 목격자도 나왔다.


당시 같은 부대원이던 전모 씨는 술에 취한 선임하사가 라면이 맛이 없다며 허 일병을 폭행하고 가슴에 총을 쐈다고 증언했다.


그러면서 사건을 자살로 위장하기 위해 시신을 산기슭으로 옮겨 두 발을 더 쐈다고 진술했다.


인사이트故 허원근 일병 아버지 허영춘 씨 / 뉴스1


값진 성과였다. 아들이 어째서 죽어야했는지 밝힐 수 있는 실마리가 생겼다. 


하지만 범인으로 지목된 노씨는 범행을 부인했다. 이에 국방부는 특별조사단을 꾸려 대응에 나섰다. 


국방부 조사단은 의문사위의 조사 결과는 조작이라면서 "허 일병은 자살했다"는 논리를 되풀이 했다. 결국 대법원은 2015년 "명확하게 결론을 내릴 수 없다"고 판결했다.


단, 국가 부실 수사에 따라 위자료를 배상한다고 판결해 사건을 법적 종결했다. 누가 아들을 왜 죽였는지에 대해서 밝혀진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진상규명 불명 판결을 받은 허 일병 사건은 지난해 5월 국민권익위원회의 권고에 따라 사망 구분이 순직으로만 결정됐을 뿐 진상은 규명되지 않은 채 의문투성이로 남았다.


현재 국회에는 제2의 피해자가 나오지 않도록 사인을 확인할 수 있는 전문기관 설치와 법의관 양성을 골자로 하는 '허원근 법'이 계류 중에 있다.